4월 8일. 한국의 탄생화와 부부 사랑 / 황매화, 죽단화

♧ 4월 8일. 오늘의 역사와 기념일.
* 1973년 - 스페인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 타계
♧ 4월 8일. 한국의 탄생화
* 개화기의 황매화와 죽단화 : 장미과 황매화속 2종
* 대표탄생화 : 죽단화(겹황매화)
* 주요탄생화 : 황매화
※ 4월 8일 세계의 탄생화
금작화 (Broom) → 4월 18일 한국의 탄생화(양골담초)

막걸리 한 사발에 황매화 한송이 띄어 놓고 이 봄을 놀아본들 어떠하리.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어제에 이어 장미가문의 [황매화]와 황매화의 겹꽃이라 [겹황매화]란 별명을 가진 [죽단화]입니다. 둘 다 중국이 고향으로 오래 전에 우리나라로 전래된 작은 떨기나무들입니다.
[황매화]는 꽃잎이 다섯장으로 색깔만 빼고는 매화꽃을 닮아 노란 매화꽃이란 의미로 [황매화]가 되었습니다. 매화와는 같은 장미과이긴 하지만 제법 먼 친척지간입니다. 나무의 크기도 다 자라봐야 사람 키만하고 무엇보다도 개나리처럼 가지가 가늘어서 사군자의 으뜸으로 귀하게 대접받는 매화와는 많이 다릅니다. 가지의 색깔이 녹색인 것이 특징인데 겨울에 잎이 없을 때 녹색의 가는 가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면 황매화나 죽단화 가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죽단화]는 황매화의 겹꽃인데 꽃만 보면 국화를 조금 닮았습니다. 꽃이 풍성하고 봄에 활짝 풍성하게 피지만 여름이나 늦은 가을에도 한두송이씩 불시개화를 하여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준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홑꽃인 황매화보다는 겹꽃인 죽단화를 훨씬 많이 심습니다. 그래서 죽단화가 오늘의 대표탄생화가 되고 황매화는 주요탄생화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래도 황매화는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자생종이라 한국의 야생화 300선으로 선정되었지만, 죽단화는 사람이 꼭 심어줘야 하는 재배종으로 분류되어 야생화 300선에는 들지 못하였습니다.

황매화와 죽단화는 독이 없어 진달래처럼 화전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2017년 봄에 초등학교 동무들이 버스 한대를 대절해 순천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넓다란 순천만 국가정원을 관람하고 조금 늦더라도 옛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는 순천의 명물 낙안읍성도 둘러보고 올라가자 해서 성에 들렀습니다. 성 입구에 작년 늦은 가을에 심었을 꽃양배추가 겨울을 나고 꽃대를 올리고 노랗게 배추꽃을 피워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습니다. 성곽으로 올라 성을 거의 한바퀴 돌 수 있었는데 성 안의 집들이 단지 보존용, 전시용 집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산다고 합니다. 성곽을 돌면서 어느 초가집을 내려다보니 마당 한 켠 조그만 텃밭 뒤로 황매화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것이 보입니다. '평안'이란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저의 한살이 삶도 그리 순탄치는 않아 젊은 시절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 데 어느새 환갑이 세손가락 안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머지 않은 훗날에 도시의 번잡을 피해 시골로 내려와 사랑하는 아내와 맘에 맞는 몇 친구들과 어울려 작은 기쁨에도 크게 웃으며 막걸리 한 사발에 황매화 한 송이 띄우며 시 한 수 읊조리고 노래 한자락 흥엉거릴 수 있는 평화의 세월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황매화
/ 하늘바다 여운종
에헤라. 이쯤에서 접어두자.
내가 다 못한다면 누군가 또 하겠지.
번잡한 일 접어두고 동무들과 소풍가자.
시골 산골 낙안읍성 초가삼간 담장너머
황매화 죽단화 샛노랗게 재잘이며
자기들도 춘삼월 매화라며 눈 찡그려 우기는데
구첩반상에 값 비싼 청주는 아니어도
두부 김치 화전놓고 막걸리 탁배기 한 잔하며
이 봄을 쉬어가라 재촉한다
회초리처럼 가느다란 몸매로는
홍매화, 백매화의 기품에야 어찌 비길 수 있냐마는
설매화야 고관대작 명문자제 차지일터니
오늘 난 인심좋은 시골 마을 촌부가 되어
진달래 화전할 때 황매화 한잎 곁들이고
입담 걸고 먹성 좋은 동무들과 어울려
죽단화 띄어 놓고 이 봄을 놀아본들 좀 어떠하리.
에헤라. 이쯤에서 접어두자.
봄이 저리 애타하며 놀자하는데.
옛날에 궁궐에 심을 나무를 임금님이 그 나무의 꽃을 보고 선택하여 심게 하였는데 임금님이 낙점한 꽃은 어류화(御留花)라 하고, 선택받지 못하고 궁궐에서 내보냈다 하여 출단화(黜壇花), 출장화(黜墻花)란 이름을 갖게 되는데 황매화, 죽단화는 후자에 속한답니다(우리 나무의 세계 1. 참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민들 초가집 뒷마당에 심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꽃말만은 매화의 꽃말인 [숭고], [높은기상]입니다.
이제 중부지방도 완연한 봄날에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삶이 조금은 팍팍하시더라도 잠깐의 시간을 내어 꽃을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삶은 어차피 봄 소풍과 같습니다. 대신 거리두기 수칙은 지켜주시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 ME부부 꽃배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