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아, 주먹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제가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신신당부를 하신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절대 주먹질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① 나이가 어릴 때에는 혈기왕성하여 주먹에 힘 조절을 잘 못하기 때문에 장난으로 쳐도 크게 다칠 수 있고, ② 치아나 코뼈가 부러지면 피해 학생에게 치료비를 막대하게 물어줘야 하므로 재산을 다 날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①보다 ②가 더 절실히 와 닿았기 때문에 누구한테 맞은 적은 있어도 절대 때린 적 없이 학창시절을 무난히(?) 보냈습니다.
오늘은 위의 ①, ②의 이유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③ 장난으로 한 행동도 자칫 폭행죄 등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해학생의 연령에 따라 「소년법」 상의 처분을 받느냐, 「형법」 상의 처벌을 받느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본 기사에서는 연령에 따른 처벌의 비교·대조는 하지 않기로 하고 이하에서는 학교폭력 중 ‘폭행’ 행위에 한정하여, 무심코 행한 폭행으로 인하여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을 져야하는 지에 대하여 살펴봅니다.
☞ ‘생일빵’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 이하에서는 위에 열거된 다양한 학교폭력의 유형 중 폭행에 한정하여 폭행의 한 가지 예라고 할 수 있는 ‘생일빵’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일빵은 보통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가하는 다소 과격한 또는 짓궂은 행위로써 선물을 대신하는 신체적·물리적·유형적 행위’를 말합니다. 밀가루나 계란을 던져 몸에 맞히거나, 꿀밤이나 뺨 때리기, 때로는 집단 폭행(「형법」 제261조)이나 아래 사진처럼 체포(「형법」 제276조제1항)의 형태로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생일빵이란 말입니까!
(사진출처: 경향신문 2007년 9월 6일자, “언제면 사라지나…도 넘은 ‘생일빵’”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9061633381&code=940100>)
위와 같이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형법」 상 폭행죄의 폭행에 해당합니다. 폭행죄(「형법」 제260조제1항)는 비록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형법」 제260조제3항)에 해당하지만, 피해자의 명시적인 처벌불원의 의사가 없다면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과실로 폭행한 경우 또는 폭행이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그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폭행의 고의로 중한 결과를 발생시켰을 때 폭행 당시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면 폭행치사상(「형법」 제262조, 제15조제2항)으로 처벌될 수 있고, 또한 폭행의 수단이나 행위태양에 따라 특수폭행죄(「형법」 제261조)로 가중처벌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형법」 제262조(폭행치사상) 전2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때에는 제257조(상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 내지 제259조(상해치사: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의 예에 의한다. 「형법」 제261조(특수폭행)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60조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아래는 속칭 ‘생일빵’을 한다는 명목 하에 피해자를 가격하였는데 피해자가 사망한 사안입니다.
‘생일빵’을 폭행으로 인정한 사례 속칭 ‘생일빵’을 한다는 명목 하에 피해자를 가격하였다면 폭행죄가 성립하고, 가격행위의 동기, 방법, 횟수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생일빵’을 한다는 명목 하에 피해자를 가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폭행과 사망 간에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폭행 당시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폭행치사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출처 : 대법원 2010.5.27. 선고 2010도2680 판결【폭행치사(일부인정된죄명:폭행)】[공보불게재]) |
이 사안에서는 폭행으로 인해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행위자가 폭행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보아 폭행치사(「형법」 제262조)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장난권투'
학창시절에 즐겨하는 장난으로 '장난권투'라는 것이 있습니다. '장난권투'란 말 그대로 장난으로 주먹을 주고받는 행위로서 무협영화나 미국슈퍼레슬링 또는 종합격투기를 흉내 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허리케인 죠를 따라하지 맙시다!
(사진출처: 한국일보 2007일 7월 2일자, “오늘의 책, ‘허리케인 죠’”<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7/h2007070219571684210.htm>)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적만 해도 학교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권투와 레슬링 놀이를 하는 것이 큰 인기였습니다. 요즘에는 종합격투기가 인기지만, 당시에는 우리나라 선수의 권투경기가 지상파로 생중계되는 것이 흔했고 동네 문구점에서 미국슈퍼레슬링 종이딱지를 팔 정도로 고전 권투와 레슬링에 대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특히 남학생들은 그 과장된 액션을 따라 하기 일쑤였습니다. 저 또한 인기권투만화인 ‘허리케인 죠’를 인상 깊게 보고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가상의 링에서 '장난권투'를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나 '장난권투'도 장난에서 그쳐야지 도가 지나치면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장난권투'로 인하여 치사의 결과가 발생한 사례 각종의 장기와 신경이 밀집되어 있어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를 점하고 있는 흉부에 대한 강도의 타격은 생리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신경에 자극을 줌으로써 이에 따른 쇼크로 인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고, 더우기 그 가격으로 급소를 맞을 때에는 더욱 그러할 것인데, 피할만한 여유도 없는 좁은 장소와 상급자인 피고인이 하급자인 피해자로부터 아프게 반격을 받을 정도의 상황에서 신체가 보다 더 건강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약 1분 이상 가슴과 배를 때렸다면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며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폭행이 '장난권투'로서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출처 : 대법원 1989.11.28. 선고 89도201 판결【폭행치사】) |
이 사안은 군대 상급자인 피고인이 하급자를 구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입니다. 피고인은 '장난권투'라고 주장했고 따라서 피해자가 사망하리라고는 예견하지 못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생일빵’의 사례와는 달리 ‘강도(强度)의 타격(打擊)’을 가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 폭행치사를 인정하였습니다.
☞ 장난이 사람 잡습니다.
위 사안은 모두 우리가 학창시절에 흔히 하던 장난인 ‘생일빵’과 '장난권투'가 폭행으로 인정되어 대법원까지 올라가 다투어진 사안입니다. 위 판례를 볼 적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말씀하신 게 그대로 적용됨을 알 수 있습니다. ① 장난으로 쳐도 정말 사람이 죽을 수 있고, ② 코뼈가 부러져 치료비만 물어주면 다행이고 잘못하면 소송하느라 상당한 재산을 소모할 수 있고, ③ 장난이 자칫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만들어지는 등 학교폭력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청소년 스스로 뿐만 아니라 부모와 가족 그리고 학교, 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학교폭력문제는 근절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학교폭력에 관한 다양한 기획기사를 접할 수 있고,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의 『학교폭력』 콘텐츠를 통하여 학교폭력의 개념 및 실태, 유형, 관련 법제, 예방교육, 사건처리, 신고ㆍ고발, 분쟁조정, 가해자가 14세 이상인 경우와 가해자가 14세 미만인 경우의 형사사건처리, 형사합의 및 형사 조정, 형사절차에서의 손해배상, 민사책임 및 손해배상 등에 대하여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