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추수 감사주일을 보내며....
양구에서 담임 목회자로 첫 해를 보내며 맞았던 11월 셋째 추수감사주일,
내면으로부터 게면쩍음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제 고향인 남쪽지방은 11월 초순경에 추수가 끝나기에 셋째 주일을
감사주일로 지켜도 상관없지만 양구는 10월말이면 들판이 휑하니 비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넓은 들에 익은 곡식 낫을 기다리는데~”라는 찬송을 부르기가
낯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몇 해가 지난 후 의논을 거쳐 저희교회는 10월 넷째 주일로
이른 추수감사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4년 전으로 기억되는데 교회 집사님 한분이 쌀 한가마니를 내어 놓으시며
떡을 만들어 관내 3개 마을 가정들에게 추수를 끝낸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선물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강단에 드려진 과일들은 일부만 제외하고 교회 옆에 자리한
도촌 초등학교 에 기부해 오고 있습니다.
장소를 불문하고 전염병 시대를 헤쳐오느라 무척이나 힘겨웠던 한해였기에 작은 쇼핑백에 떡과 전도용 티슈를 담아서 주일예배를 마친 후 구역별로 떡 배달을 나섰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시느라 고생하십니다. 추수의 기쁨을 주민분과 나누는 마음으로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국토정중앙교회”
저희교회의 주옥같은 청년들의 수고로 떡을 쇼핑백에 담고서
점심을 뒤로 미루고 도촌리 마을로 나섰습니다.
고구마처럼 길쭉하게 생긴 골짜기로 형성된 도촌리 마을을 돌아보면 수년 동안에
미미한 변화가 있음을 느낍니다.
그동안 타계하신 분들도 몇 분 되지만, 지병으로 요양병원으로 가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난 자리도 있지만 지대가 높은 흐릿골 골짜기에 새로운 집들도 들어서는
모습은 반가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약 두어 시간 가까이 돌고 나서 늦은 점심을 마치자 한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목사님! 떡 잘 먹겠습니다. 어린양들 돌보시는 목사님을 응원합니다.
흐리골 꼭대기 집 올림“
일명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부름직할만한 산 중턱에 몇몇 주택들이 몇해 전부터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기에 문자를 보내신 분이 뉘신지는 알수 없지만 응원해 주시는
마음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었습니다.
또한 꼭대기 마을에 전달한 후 내려오던 중 마을 노인 회장님께서 교회 승합차를 세우셨습니다.
“무슨 일이셔요?”라자 쌀 한 포대를 준비하셨다며 갖고 가서 드시라는 것입니다.
미미한 작은 한 덩이의 떡이 쌀 한포대로 변한 것입니다.
귀한 사랑과 마음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흐르도록 하겠노라 하며 돌아왔습니다.
무엇보다 금번 추수감사절에는 이웃 교회를 섬기는 읍내의 어느 사장님께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주중에 시간이 될 때 가게를 들러 주시길 요청하시기에 갔더니,
귀마개 22개를 선물로 주셔서 가정별로 하나씩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 소년이 작은 도시락을 예수님께 드리자 오천명을 살리시는 이적을 우리 주님은 베푸셨습니다.
2021년 추수감사절을 보내며 갖게 되는 생각은 “드림과 섬김에는 공짜가 없으며”,
하나님 나라는 내 것을 내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주님께서 위임하신 것임을 알기에
고르반(하나님께 드림) 할 수 있는 이들을 통하여 확장됨을 확인케 됩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