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 시내 뒤쪽의 봉래산, 정상에는 별마로천문대가 있다
풍경소리
들리지 않으면 외롭고
들리면 성가시고
風鈴のならねば淋しなれば憂し
――― 아카보시 스이치쿠쿄(赤星水竹居)
▶ 산행일시 : 2015년 7월 4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5명(영희언니, 버들, 스틸영, 장미,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더산, 상고대,
신가이버, 해마, 해피, 우각, 대포,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48분
▶ 산행거리 : 도상 12.7㎞(1부 계족산 4.4㎞, 2부 태화산 8.3㎞)
▶ 교 통 편 : 두메 님 21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36 -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탄부역 건너편 법화사 근처, 산행시작
09 : 08 - 지능선마루
09 : 28 - 송전탑
10 : 38 - 계족산(鷄足山, △890m)
11 : 42 - 새재, ┫자 갈림길 안부
12 : 06 - 정양 왕검성주차장, 1부 산행종료, 점심, 태화산 들머리로 이동
12 : 43 - 영월군 영월읍 팔괴리, 성안마을 건너편, 2부 산행시작
13 : 16 - △482.1m봉, 무덤
14 : 42 - 882m봉
14 : 51 - 왼쪽으로 고씨동굴 가는 ┫자 갈림길, 전망바위
15 : 09 - 911m봉
15 : 22 - 너른 헬기장
15 : 53 - 1,020m봉
16 : 10 - 태화산(太華山, △1,027m), 큰골 갈림길로 0.6㎞ 온 길 뒤돌아 감
16 : 27 - ┫자 큰골 갈림길
17 : 16 - 큰골마을
17 : 24 - 큰골마을 입구, 산행종료
1. 계족산 정상에서, 오른쪽부터 더산, 상고대, 메아리, 우각, 대포, 스틸영, 장미
2. 남한강에 접한 마대산 서릉 자락
▶ 계족산(鷄足山, △890m)
요컨대 우리의 관심은 그 산을 올랐느냐가 아니다. 그 산을 어떤 루트로 올랐느냐 이다. 이번
에는 계족산 북릉(북벽이라 해도 무방하다)을 오른다. 첫 발자국부터 가파르다. 법화사 가는
방향 표지판 뒤로 생사면을 비스듬히 올려친다. 혹시 낙석 또는 비석(飛石)이 생길지 몰라 앞
사람과 어긋나게 오른다. 각자도생을 도모한다. 굴러 떨어지더라도 내 걸릴 나무를 보아두며
오른다.
더하여 간벌한 나뭇가지를 비켜가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30분 남짓 달달 기어 지능선마
루에 올라선다. 지능선마루는 (묵은) 임도 같은 등로가 나 있다. 우람한 노송들까지 도열하여
우리를 환영하는가 싶어 우쭐한 기분이 든다. 임도 같은 등로의 정체는 금방 밝혀진다. 송전
탑 세우는 자재 운반하려고 낸 두들마을에서 올라온 임도(臨道)다. 송전탑 지나고 소로가 이
어진다.
가파른 오르막을 앞두고 잠시 휴식하여 입산주 탁주의 술기운을 빌린다. 벌써 땀을 흥건히
흘린, 오늘 처음 나온 대포 님의 첫 일성, ‘산행 끝나고 나서 마시는 술이 퍽 맛있겠다.’고 한
다. 대포 님이 산행할 줄 안다며 여러 말 보탠 것은 순전히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함이다. 정
작 산행이 끝나고 나서는 너무 힘들어 술 맛이 싹 달아날지도 모를 일이니까.
등로 비켜 바위틈 자생하는 회양목숲 뚫고 벼랑에 다가가 계족산 저 첨봉(스위스 마터호른
미니어처 같다)을 괜히 올려다보았다. 어리석은 미다스처럼 굳이 알려고 했다. 지레 다리가
후들거린다.
미다스가 실레노스에게 인간에게 최선의 운명은 무엇이냐고 묻자, 실레노스는 이렇게 대답
했다. “하루밖에 못 사는 애처로운 종족이여, 우연과 슬픔의 자식들이여, 듣지 않고 내버려
두는 편이 나을 텐데 왜 말해달라고 강요하는가? 최선의 운명은 얻을 수 없는 것, 즉 태어나
지 않는 것, 무의 상태로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좋은 운명은 일찍 죽는 것이다.”
계족산 북릉을 다섯 피치로 오른다. 첫 피치는 도로에서 지능선마루 운재로(運材路)에 이르
기까지 생사면이고, 둘째 피치는 운재로 따라 송전탑 있는 데까지 걷기 좋은 등로이고, 셋째
피치는 숲속 소로 약간 지나고 가파른 사면이다. 점점 희미해지는 인적이 그나마 사라질까봐
두 눈에 힘주어 붙든다. 선두가 만든 발자국계단으로 오른다. 선두가 서성이었으면 나도 서
성인다.
3. 영월 탄부역 건너편 법화사 근처, 오르기 적당한 사면을 찾는다
4. 가파른 생사면을 오른다
5. 지능선마루는 송전탑이 나오기까지 운재로(運材路)이다
6. 계족산, 대단한 첨봉이다
7. 등로는 잠깐 멈칫하다가 곧장 위로 솟구친다
8. 계족산에서 조망, 가운데 하늘금은 소백산 형제봉
넷째 피치, 셋째 피치에서의 가파름을 한 단계 더 높인다. 땅에 코 박는다. 내 거친 숨에 낙엽
이 들썩거린다. 1보 전진하려다 2보 후퇴하기 일쑤다. 홀더를 만들어 오른다. 오지(五指)를
피켈로 사용하다 낙엽 쓸고 흙 헤쳐 돌부리 나무뿌리 찾아내고 움켜쥔다. 이런 때 땀을 비 오
듯 쏟으면서도 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무아지경으로 그저 오르는 데 급급하므로.
다섯째 피치, 지능선마루에 올라 가파름이 숙어진 바윗길이다. 잡목 헤치며 살금살금 나아간
다. 야트막한 안부께에서 ‘감마로드’ 표지기를 앞세우고 오른쪽 사면에서 올라온 좀 더 뚜렷
한 인적과 만난다. 보이지는 않지만 선두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비로소 계족산 정상이
가까워졌다. 혀 쑥 빼물고 그들과 합세한다.
정상은 땡볕이 가득하여 그 옆 그늘진 숲속 쉼터에서 오래 휴식한다. 산중에서 피로회복제로
시원한 수박만한 것이 또 있을까 의문이다. 버들 님이 먹기 좋도록 네모나게 잘라서 준비해
온 (그 무거운) 수박을 신가이버 님이 배낭에 넣어왔다. 지난주 도솔봉에서와는 달리 이번에
는 버들 님이 임석한 자리에서 개봉했다. 앞으로는 신가이버 님의 뒤를 쫓을 일이 아니라 버
들 님의 뒤를 쫓을 일이다.
계족산 정상. 삼각점은 ‘예미 301, 2004 재설’이다. 남쪽으로 조망이 트이지만 나무숲이 가
리고 먼 산은 박무가 끼어 썩 좋지는 않다. 하산은 계족산 서릉을 탄다. 굵은 밧줄 잡고 급박
하게 내리쏟다가 바윗길을 간다. 나이프 릿지성 등로다. 굵은 밧줄을 가드레일로 매달았다.
계족산 남릉은 조망 좋은 암봉을 여러 개 넘는데 서릉은 나무숲이 가려 조망이 전혀 없다.
날등을 얌전히 밧줄 단 등로 따라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무덤 나오고 가파름은
푹 수그러든다. 길 좋다. 내리막이 바닥 친 안부인 새재에서 423m봉 넘지 않고 왼쪽 사면으
로 내린다. 등로는 주변의 풀을 베어 잘 다듬었다. 가래골이 바싹 말랐다. 지난봄에 빙폭이었
던 폭포는 먼지 이는 슬랩이거나 암벽이다.
개망초가 어엿한 화초다. 이제는 여름의 들녘을 수놓은 풍경으로 자리매김했다. 개망초꽃이
줄줄이 만발한 꽃길을 간다. 계족산 하산 종착지는 정양 왕검성주차장 등나무 그늘진 쉼터인
데 거기도 너른 개망초 꽃밭 아래다. 그 꽃향기가 은은하다.
9. 계족산에서 조망, 멀리 가운데 하늘금은 소백산 형제봉
10. 영월 시내와 봉래산(800m), 그 왼쪽 뒤는 사루산(685m)
11. 태화산(1,027m), 계족산 내리는 길에서
12. 가래골 개망초 꽃길
13. 가래골 개망초 꽃길
14. 개망초
15.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계족산 산행로
▶ 태화산(太華山, △1,027m)
계족산을 내려와 왕검성주차장에서 점심밥 먹고 두메 님 버스로 이동한다. 팔흥교로 남한강
을 건너고 괴리, 오그란이 돌아서 다시 남한강 건너기 직전에서 멈춘다. 태화산은 절반은 북
릉(여기도 북벽이라고 할 만하다)으로 오르다 고씨동굴에서 오는 주등로와 만나고 나서 주릉
인 북동릉으로 오르게 된다. 가파른 절개지 통나무계단을 잠깐 오르고 인적 없는 생사면을
일로 북진한다.
오전의 계족산 등정 꼭 그대로다. 줄곧 솟구쳐 오른다. 참나무 숲이 울창해서인가?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낙엽만 수북한 사면이다. 사면 누빌 수고는 덜었다만 낙엽 지치다 지쳐버린다.
펑퍼짐한 사면 한참 쓸어 옅은 능선을 추려낸다. 앳된 바윗길이다. 바위 타고 넘다 바위 옆으
로 돌기를 반복한다. 꼬리진달래가 있어 발걸음이 한결 덜 따분하다.
여태 애쓴 터수로 무덤이 나오면 적지 아니 멋쩍다. 망자도 오른 데를 그렇게 헥헥대다니 해
서다. 무덤을 연속해서 지나고 그늘에 들어 우리도 쉰다. 물을 하도 많이 마셨더니 헛배가 잔
뜩 불렀다. 그래서도 힘들다. 잘 생긴 암릉이 나온다. 직등한다. 쉽게 올라 손맛 다시다 말았
다. 노송이 아름다운 암봉을 내리고 수북한 낙엽 러셀을 계속한다.
이따금 산들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사초 일색인 풀밭 지나고 주릉에 가까워서는 엄청 가파
르다. 슬랩 밑을 돌아 잡목숲 뚫고 바윗길인 주릉에 올라선다. 비로소 하늘이 트인다. 봉봉이
경점이다. 특히 (동강 조금 지나) 남한강에 접한 마대산 서릉 자락의 석벽은 그중 압권이다.
때마침 구름 속 햇빛이 조명처럼 석벽을 비춘다.
동강을 옛날에는 강이 비단 병풍을 두른 것 같이 아름답다고 하여 금강 또는 금장강(錦障江)
이라 했는데 저기를 두고 그렇게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농암 이현보(聾巖 李賢
輔, 1467 ~ 1555)는 「노량의 세 무덤을 보고 감회가 일어(露梁三冢有感)」에서 영월의 금
장강이 노량에 닿음을 사육신의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 충의라고 읊었다.
颯爽春天變雪霜 쌀쌀한 봄 하늘에 눈발이 날리는데
蕭條古壠寄綱常 적막한 옛 무덤 삼강오륜 배어 있네
玉環縱少當時殉 당시에 순장했던 옥환이야 하찮지만
碧血猶徵是處藏 이곳 묻힌 푸른 피 그 충의 알 수 있고
數字荒碑唯有姓 낡은 비석 두세 글자 성씨만 새겼지만
千秋朽骨尙聞香 썩은 백골 천년토록 향기 아니 그치었네
英靈陟降知何所 꽃다운 순국 영령 그 어디에 계시는가
錦水東來接露梁 동쪽의 금장강(錦障江)이 노량에 닿아 있네
16. 계족산 남쪽 자락, 태화산 오르면서
17. 꼬리진달래
18. 멀리 하늘금은 소백산 형제봉(?)
19. 앞은 마대산(1,052m)
20. 태화산 전망바위에서 조망
21. 등로 주변의 꼬리진달래
22. 가운데 뾰쪽한 봉우리 오른쪽 앞이 곰봉(930m)이다
23. 태화산 가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조망
24. 태화산 가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조망
25. 고비, 태화산 등로 주변
고씨동굴에서 오는 주등로와 만나고 길목에 우뚝 선 전망바위가 있다. 배낭 벗어놓고 오른
다. 손맛 본다. 바위 꼭대기는 한사람 서 있기도 불편하다. 마대산 너머 너머 얼른 들여다보
고 내린다. 태화산 가는 등로가 훤하다. 태화산성 허물어진 성곽을 넘는다. 이정표와 뭇 산행
표지기들이 열 걸음이 멀다하고 안내한다. 전망바위(‘전망바위’라고 팻말을 설치해 놓았다)
마다 들려 샅샅이 전망한다.
갑자기 발걸음이 바빠진다. 후미(메아리 대장님을 비롯하여 6명이다. 대포 님도 끼었다)가
봉정사 쪽으로 하산한다는 전언이다. 1,020m봉 쉼터에서 또 두 팀으로 나눈다. 하산은 큰골
을 목표로 하되, 우각 님과 장미 님, 나는 탄탄한 등로 따라 태화산 정상을 들리고 그 북릉 타
고 큰골로 내려가기로 한다. 대간거사 님 등 6명은 오지일 것임이 분명한 1,020m봉 북서릉
을 타고 큰골로 간다.
줄달음한다. 그런데 태화산 정상 근처에 있을 줄 알았던 큰골 가는 주등로가 1,020m봉 넘어
서 있다. 이 주등로는 큰골을 어떻게 갈까? 곧바로 골로 갈까? 아니면 1,020m봉 북서릉을
타고 갈까? 북서릉을 타고 간다면 오지 간다던 대간거사 님 일행은 망한 셈이다. 어쨌든 우
리가 가려는 태화산 정상에서의 북릉이 오지일 가능성이 커졌다. 태화산 정상과 아울러 오지
를 품게 되는 횡재이겠는데 불안하다. 우리만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다는 예감에서다.
단숨에 태화산 정상을 오른다. 태화산 정상이 충청북도와 강원도 경계지점에 위치하여 두 도
에서 세운 정상 표지석이 나란히 있다. 나무숲 빙 둘러 아무 조망이 없는데 삼각점은 2등 삼
각점이다. 영월 23, 1995 복구. 큰골 가는 길은 찾는다. 태화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50m쯤
간 공터에서 북쪽 풀숲 젖히면 이정표 없는 소로가 보인다.
공터에서 우각 님과 정상주 탁주 나눈다. 아슬아슬했다. 다행이었을까? 이때 대간거사 님으
로부터 휴대전화가 온다. 자기네들이 큰골 가는 주등로를 만났다며, 우리더러 태화산 정상을
올랐으면 그냥 뒤돌아서 큰골 가는 주등로로 내려오라고 한다. 북릉 놓아주고 뒤돌아간다.
큰골 가는 길. 골로 가지 않고 1,020m봉의 넙데데한 사면을 돌아 능선 오솔길을 간다.
오솔길은 짧았다. 직하. 뚝뚝 떨어진다. 아까 오를 때와 다른 건 낙엽 없이 길이 뚫렸을 뿐이
다. 낙엽송숲 이어 소나무숲 지나고 산자락 개망초 꽃길을 내려 큰골마을이다. 이국풍의 별
장 같은 집들이 골짜기 안에 자리 잡았다. 길가와 집 뜰에도 이국의 화초를 심었다. 농로 겸
마을길 내려 진작 당도하여 우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과 만난다.
26. 남한강에 접한 마대산 서릉 자락
27. 태화산 가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우각 님과 장미 님
28. 태화산 가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조망
29. 마대산 서릉
30. 태화산 정상에서,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도계에 위치하여 각각의 도에서 도 표준규격의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31. 큰골 가는 길
32. 큰골 가는 길 낙엽송 숲
33. 글라디올러스, 큰골마을에서
34. 왕원추리, 큰골마을에서
35.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태화산 산행로
첫댓글 바로 위 구글어스의 동지모둑이 뭔지 궁금해지네요. 저길 언제 어떻게 가보나.
유유히 산행하셨나 보군요, 남한간을 끼고 있는 마대산자락이 멋있게 다가오네요,
더산님도 보이고....
수고 많으셨습니다.,,아침과 점심의 출발점이 무척이나 땀을 빼게 했던 아주 좋은 구간이었습니다...3분이서 완주를 하셨네요^^
참 멋진 코스를 멋지게 산행 하시고 멋진 산행기 남기셨네요.
악수님이 항상하시는 말씀 "사진은 발로 찍는거야" 를 다시 느끼게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참, 대포님 산행 마치고 더덕주 잘 드시던가요?
아주, 자~알 드시던데요^^
무더운 날에 수고많으셔 습니다 개망초 고비 악수님만에 작품 넘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