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칼럼]최영록/입춘立春 단상
세월歲月이 유수流水같다는 말은 조금도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흰 소띠의 새해가 밝은 지 얼마나 됐다고 양력 정월이 그새 훌쩍 가버리고, 엊그제(2월 3일)는 입춘立春이었다. 평생을 이 땅의 농사꾼으로 살아오신 95세 아버지가 입춘날 아침 노인복지센터를 가시면서 “또 한 해가 시작되는구나”라고 하더니 “옛날에는 솟을대문과 안채 기둥에 붙일 입춘방立春榜과 주련柱聯 문구도 썼건만”이라며 말끝을 흐리는 걸 보니, 무상한 세월에 늙음을 한탄하는 듯하다.
그렇다. 입춘이야말로 봄이 시작되고 한 해가 열림을 알리는 24절기 중 첫 번째가 아니던가. 이제 곧 개구리도 겨울잠을 끝내고 폴짝 튀어나올 것이다. 봄은 입춘과 함께 온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탄생을 알리는 입춘. 용수철(spring)처럼 통통 튀는 봄(spring)은 또한 한 모금 청량한 옹달샘(spring)이기도 하다. 봄은 들어오는(入) 것이 아니고, 삼라만상森羅萬象이 하늘을 향해 우우우 일어서는 입(立)이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바람을 빌 것이나, 올해의 소원은 누구라도 ‘코로나 없는 세상’일 것이니, 코로나 박멸이야말로 가히 ‘국민소원國民所願’이라 하겠다.
전대미문의 ‘Corona 세상’이 2년도 채 안되었는데 ‘마스크 없는 그런 호시절이 있었나? 대체 그 시절로 돌아갈 수나 있을 것인가?’ 할 만큼 아주 옛날 일처럼 모든 것이 가물가물, 생활 전반에 걸쳐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며 엄청 지치고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때, 입춘과 관련한 여담餘談이라도 한 마디 나누며 피-식 웃었으면 좋겠다. 여성분들을 대상으로 성희롱하자는 의도는 결코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도 세상이 ‘블루 코로나(blue corona)’로 집단우울증 환자가 속출할 지경이어서 하는 객쩍은 말일 수도 있겠다. 얘기인즉슨, 대표적인 입춘방의 어원이 남성의 ‘거시기’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즉, 입춘대길은 봄(春)에 (남성의 거시기를) 세우면(立) 집안이나 부부들에게 크게(大) 길하다(吉)는 것이고, 건양다경의 건양은 튼튼한 거시기(陽)을 발딱 세우면(建) 집안에 경사스런(慶) 일들이 많이(多) 생긴다는 뜻이라는 것. 건양은 곧 조양朝陽의 다른 말일 듯하다. 조양은 남성들이 새벽에 ‘텐트를 치는(발기勃起)’ 것을 이르는 게 아닌가. 새벽에 거시기가 불끈 서는 것은 남편인 남성의 기쁨일 것이나, 그것을 누리는 것은 부인이 중심이 된 부부이기도 할 것이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다보면 기찻길 옆 집에 아이들이 많듯이 슬하에 자손이 많아질 것은 당연지사, 이 또한 어쩌면 ‘가외소득’일진저. 문득, 조선 선비들의 아침 인사말이 “진지 드셨나요?”보다 “조양은 여전하시죠?”였다는, 믿거나말거나한 농담이 우리를 한번 더 웃게 만든다.
이제 설도 며칠 남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설도 지난해 추석처럼 ‘5인이상 모임 금지’라는 방역지침 준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지침이건만 ‘귀성전쟁’으로 일컬어지는 명절 쇠기와 고향의 외롭고 쓸쓸한 제 부모께 세배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지난해 추석에 동네방네 입구에 걸렸다는 패러디한 플래카드 문구 <불효자는 꼭 옵니다>가 생각나 쓴웃음이 나온다. ‘청개구리 효자’들은 이번 설에도 방역지침을 어기면서까지 ‘꼭’ 귀성을 할 것인지 그것이 문제로다. “쉬이- 쉬이-, 이 몹쓸 놈의 코로나야, 한시바삐 이 지구를 떠나거라! 다시는 이 땅에 얼씬도 하지 마라!” 어디 작두 타는 영험한 무당이 굿이라도 벌이는 안되는 재앙인가. 코로나는 이 ‘초록별’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변이’라는 새끼까지 자꾸자꾸 낳아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류를 괴롭히는 것일까? 그들에게 넋없이 책을 잡힌 우리의 ‘원죄原罪’가 크고 깊다.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삼가고 또 삼갈 때이다.
첫댓글 입춘이고 건양이고
빨리 코로나 물러가서 만나고싶은 사람들
실컨 만나고 죽것다는 친구들 경기도 회복되어
웃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소원은 온통 바라는것 투성이 아니것는가?
여행도 맘대로
모임도 맘대로
꾹 꾹 참으며 지내지만 답답혀 죽것따
그래야 거시기도 맘대로 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