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알람…
집중력 떨어뜨려 작업 인지력에 안 좋은 영향
자극 지속되면 우울증·불면증 유발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카톡’ ‘배달의 민족 주문!’ ‘카카오T’
식당에 가거나, 택시를 타면 끝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나를 찾는 소리가 아닌데도
신경이 꽂히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알바생, 운전기사 등은
근무 시간 내내 본인을 찾는 알람 소리에 시달려야 한다.
피자 가게에서 알바하는 대학생 A씨(24)는
"알림이 울리면 일이 늘어나서도 있지만
알림 소리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하던 일에 쏟던 신경이 흐트러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루면 작은 스트레스 정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스트레스가 매일 반복되면,
일상을 침범하는 증상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갑자기 들리는 소리 신호, 집중력 흩뜨려
우리 귀는 자연스럽게 소리 신호를 들으면 온 신경이 소리 신호로 집중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 교수는
"다른 인지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알람이 울리면,
그때마다 주의가 순간적으로 흐트러지면서
집중력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작업기억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택시나 식당 아르바이트생도 운전이나 아르바이트생이
당시 하고 있던 일에 대한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집중하고 있던 일과 상관없는 소리가 울렸을 때,
주의가 돌려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관계없는 소리 효과(ISE, Irrelevant Sound Effect)'라고 부르는데,
이미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된 현상이다.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 볼프강 엘레메이어(Wolfgang Ellermeier) 교수팀은
1997년 ISE 패러다임으로 원래 집중하고 있던
업무의 정확도가 30~50% 떨어질 수 있다고 했고,
영국 카디프대 윌리엄 J 매켄(William J Macken) 교수 연구팀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알람은 물론
알아차릴 필요가 없는 알람 소리도 작업을 방해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퀀즐랜드대 제니퍼 S. 버트(Jennifer S. Burt) 교수팀은
음성 알람을 듣고 무시해도 작업과 관련된 인지 능력은 떨어진다고 밝혔다.
심지어 소리 신호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고, 계속 뇌를 자극한다.
제니퍼 S. 버트 교수팀이 이미 여러 번 듣고
훈련돼 익숙해진 알람과 익숙하지 않은 알람 소리의 업무 방해 효과를 추가로 연구했는데,
두 소리 모두 비슷하게 집중하던 업무를 방해했다.
◇소리 자극, 만성 스트레스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이런 자극이 지속되면 우울증, 불면증 등 여러 신체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이렇게 뇌가 계속 반응하고, 자극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라며
"매일 오랜 시간씩 일할 때 소리를 들어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되면
교감신경이 오랜 시간 항진돼 우울증, 수면 부족,
식욕 저하나 폭식 등 여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감각으로 유발되는 자극은 스트레스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후각을 제외하고 감각기관에서 받아들인 청각 포함 모든 감각은
뇌 속 시상으로 모이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솔 분비를 관장하는 곳이 시상과 매우 가까운 시상하부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자극이 일 년 이상 오래 지속하면 뇌가 변할 수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성인기에도 경험, 환경에 따라 뇌 신경세포 시냅스 연결 강도가 변해
신경회로에 영향을 준다"며 "점차 집중, 기억, 인지 능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지속해서 울리는 알람 소리가 매우 거슬리고, 짜증이 나는 사람일수록,
알람이 주는 스트레스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조서은 교수는
"유전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하거나 사소한 자극에도
매우 예민한 사람일수록 뇌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어릴수록 뇌신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스트레스에 둔한 사람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본인에게 듣기 편한 알람으로 바꿔야
업무를 하려면 알람을 안 들을 수 없다. 알람을 들어서 생기는 불편함이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최대한 본인에게 덜 거슬리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방법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진동으로 바꾸거나 음량을 잘 안들릴 정도로
줄이는 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리 종류를 바꿀 수 있는 알람이라면 클래식, 재즈 등
본인이 듣기 좋은 소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지원 교수는 "알람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일단 알람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울리는 불필요한 알람을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