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1일은 '부부의 날' 부부 군인 세쌍
입력 2023. 05. 18 17:40
업데이트 2023. 05. 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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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킨다! 가족의 미소, 바친다! 군인의 충성, 이긴다! 조국을 위해
다가오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 뜻처럼 하나가 돼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어가는 군인 부부를 소개한다.
해병대2사단 수송병과 ‘1호 장교 부부’김남강·장유연 중위
2021년 초등군사반서 인연
군인 특유의 듬직함에 반해
“부대서는 믿음직한 지휘자, 가정에선 동반자 역할 다할 것”
해병대2사단 김남강 중위가 아내 장유연 중위를 번쩍 안아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권규원 중사
수도 서울로 향하는 관문인 김포와 강화도, 일대 도서지역을 지키는 해병대2사단에는 요즘 달콤한 사랑내음이 풍긴다. 과업과 임무로 바쁜 가운데서도 최근 1년간 50명 넘게 부부의 연을 맺으며 부대에 희망과 기쁨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부부 중에는 조금 특별한 사연을 가진 두 쌍이 있다. 신혼생활을 만끽하는 장유연·김남강 중위 부부와 박신영 상사·정소연 중사(진) 부부가 주인공이다.
장·김 중위 부부의 사연이 특별한 이유는 병과에 있다. 두 사람은 포병여단과 백호여단에서 나란히 수송소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병대 수송병과 ‘1호 장교 부부’로 유명하다. 수송병과 장교끼리 결혼한 사례는 병과 73년 역사상 최초라고 한다.
장 중위와 김 중위는 2021년 7월 초등군사반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듬직한 면과 배려하는 태도에 서로 반했다고 한다.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로 나아가기로 한 두 사람은 지난 3월 혼인신고를 먼저 했고, 오는 12월 화촉을 밝힐 예정이다.
부부는 최전방 부대에서 함께 임무를 수행하며 군인으로서 역량과 반려자로서 사랑을 동시에 키워 가고 있다. 부대에서는 믿음직한 지휘자로서, 가정에서는 의지하는 동반자로서 앞으로도 역할을 다할 계획이다.
장 중위는 “일과 가정을 균형 있게 유지하도록 배려해 주는 부대·전우에게 감사하다”며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명령에 자부심을 갖고 부여된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해병대가족' 박신영 상사·정소연 중사(진)
정 중사 아버지도 해병대 출신
남편·동생·사촌동생 모두 해병대2사단에서 복무
"힘든 일도 남다른 전우애로 극복
해병대2사단 박신영(왼쪽) 상사·정소연 중사(진) 부부가 손을 마주잡은 채 함께 걷고 있다. 사진 제공=권규원 중사
박 상사와 정 중사(진)는 ‘해병대2사단 부부’로 유명하다. 아내 정 중사(진)의 여동생과 사촌동생까지 현역 부사관으로 모두 해병대2사단에서 복무하고 있다.
정 중사(진)는 해병대 병 529기로 백령도 수색대에서 복무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2018년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그리고 해병대2사단 포병여단에서 평생을 함께할 남편 박 상사를 만나 지난해 2월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는 정 중사(진)의 동생 정유진 하사와 사촌동생 김도연 중사가 해병대 부사관을 지원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정 하사는 언니의 뒤를 이어 지난해 임관했고, 상승여단에서 근무 중이다. 2019년 임관한 김 중사는 백호여단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 상사와 정 중사(진) 부부는 든든한 언니로서, 듬직한 형부로서 동생들을 살갑게 챙기고 있다. 훈련과 일과로 바쁜 날이 많지만, 시간을 내 군생활 노하우를 공유하고 부대생활에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이들은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남다른 전우애와 가족애로 극복하고 있다.
막내 정 하사는 “가족과 최전방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며 “가족의 안녕과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국가·국민수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해병대2사단은 구성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지휘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지원제도를 시행 중이다. 행복한 가정생활이 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외부 강사 초빙강연을 하고, 다자녀·노부모 봉양 간부에게는 격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국군체육부대 사격선수 천민호·배상희 상사
나란히 태극마크 달고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출전
격발 모습만 봐도 ‘척 보면 척’금메달 기쁨도 슬럼프도 함께
국군체육부대 사격팀 천민호(왼쪽)-배상희 상사 부부가 부대 내 사격장에서 손하트를 보이고 있다.
"제 아내 배상희 상사는 저보다 뛰어난 선수예요. 훈련 자세도 모범적이고요. 특히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도 아내가 국가대표로 선발됐어요. 저는 떨어졌지만….”
부부의 날을 앞두고 국군체육부대 사격장에서 만난 천민호 상사는 시작부터 아내 자랑을 쏟아냈다. ‘잘나가는’ 배우자를 치켜세우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남편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몸을 낮췄다.
천·배 상사 부부는 국군을 대표하는 사격선수이자 든든한 ‘전우’다. 계급은 같지만 연차가 높은 천 상사가 선임이다. 이들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에 참가해 국가와 군의 명예를 드높였다. 국내 사격선수 부부가 국제 스포츠 메이저대회에 모두 출전한 것은 두 사람이 유일하다.
태극마크는 천 상사가 먼저 달았다. 고등학생 때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출전을 경험한 그는 이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국내외 대회에서 다수의 메달을 획득했다. 반면 군 입대 후 ‘대기만성’한 배 상사는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 참가해 ‘부부 올림피언’에 이름을 올렸다.
“입대 전까지 저는 사격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선수였어요. 하지만 열정은 대단했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군 시스템과 훌륭하신 지도자, 선배이자 전우인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뤄 낼 수 없었다고 단언합니다.”
천 상사는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훈련에 열의를 보이는 배 상사를 묵묵히 이끌었다. 물론 계속되는 훈련과 슬럼프로 힘든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 국가대표에 뽑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기쁜 순간도 나눴다. 그렇게 그들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으로 하나가 돼 백년가약을 맺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진 대표 선발전은 이들 부부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당시 여자 50m 소총 3자세 선발전에 나선 배 상사는 첫 올림픽 출전을 향한 사투를 벌였다. 연습 때면 언제나 과녁 정중앙을 맞히는 국내 최강자답지 않게 그는 극심한 부담감에 시달려 눈물을 보였다. 남편은 아내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잡아 줬고, 끝내 감격의 올림픽 티켓을 손에 쥐었다.
“저는 아내의 격발하는 모습만 봐도 그날의 컨디션을 잘 알기에 흔들리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죠.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경기에 임하는 아내의 경기를 함께하며 응원했어요. 마지막 격발을 끝내고 우승이 확정되자 안도감에 저도 눈물이 나더군요.”
부부는 지난해 금쪽같은 딸 ‘서해’가 태어나는 경사를 맞았다. 당시 배 상사는 임신 9개월 만삭의 몸으로 대통령 경호처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군의 힘’을 떨쳤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운동만 열심히 하라고 육아를 지원해 주고 계세요. 저희는 훈련이 없는 주말에만 딸과 함께하고 있죠. 주말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할 때면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의 눈이 밟혀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딸 얘기를 하던 배 상사의 목이 메었다. 사선에서는 그 누구보다 ‘냉철한 승부사’지만 자식 앞에선 애틋한 부모였다. 곧 자세를 가다듬은 부부는 앞으로도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굳게 다짐했다.
“군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부부로서 총을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 철저한 자기관리와 진중한 훈련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더 큰 목표가 있다면 내년에 열리는 파리올림픽에 부부가 함께 출전해 국가와 군에 메달을 바치고 싶습니다.”
글·사진=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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