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해야 할 일을 좀처럼 시작하지 못하고 자꾸 미루게 된다면 해당 과업 전용 슬리퍼를 마련해 보자. 최근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가 겪는 과제 마비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슬리퍼 신기’?를 제시했다. 이유가 뭘까.
◇슬리퍼, 뇌에 ‘시작 신호’ 줘뇌를 휴식 상태에서 활동 상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정신과 전문 간호사이자 정신건강 진료 플랫폼 라벤더의 설립자인 브리히드 개넌 박사는 외신매체 허프포스트를 통해 “우리의 몸은 마음과 연결돼 있고, 특정 신체적 신호가 우리가 처한 상태를 바꿀 수 있다”며 “신발을 벗으면 휴식 모드로 들어가는 것처럼 신발을 신는 행동이 몸을 활동 상태로 전환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방법은 특히 ADHD 환자가 겪기 쉬운 ‘과제 마비’ 증상을 관리하는 데 활용하기 좋다. 과제 마비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고,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상태다. ADHD 환자는 주의력과 행동을 조절하는 뇌 기능에 차이가 있어 계획을 세우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 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때 특정 행동을 할 때만 신는 전용 슬리퍼를 마련하면 슬리퍼를 신는 행동 자체가 행동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작용해 바로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슬리퍼를 착용한 뒤에는 작은 과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성인 ADHD 환자를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미국 공인 임상 사회복지사 앤드류 로빈슨은 “ADHD가 있는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 중 하나는 너무 크고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슬리퍼를 신은 뒤 작은 일부터 시작하기를 권장한다”고 했다. 또한 슬리퍼는 정해둔 일을 할 때만 착용하는 게 좋다. 할 일을 시작할 때 신고, 일을 마치면 바로 벗는 식이다. 특정 행동을 하는 시간 외에도 계속 신으면 슬리퍼와 행동 사이의 연관성이 약해질 수 있다.
◇일상생활 어려울 정도라면 전문 치료 필요다만 슬리퍼를 신는 것은 증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 중 하나로, ADHD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 따라 효과 차이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집중하기 어렵거나 일을 시작·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ADHD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간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치료받는 게 좋다. ADHD 환자에게는 사고 패턴을 분석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인지행동치료(CBT)’, 감정 과잉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피로감을 낮출 수 있는 사고방식을 학습하는 ‘심리 상담’ 등의 치료 등이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