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유통업계는 혹독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3년 소매유통업 전망’을 조사한 결과 내년 소비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3.2% 늘어난 240조 원으로 예측했는데요, 이는 2012년 소매시장 성장률로 추정된 4.2%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치입니다. 롯데미래전략센터와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도 이와 비슷하게 지난해 소매시장 규모를 223조~224조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3.4~3.8% 늘어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세가 낮았던 2008년~2009년의 증가율(5.5~5.6%)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성장률이 둔화된 이유로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경기 둔화, 가계부채 증가,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각종 규제강화 등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3%대의 성장률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2013년 유통업은 혹독한 시련기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암흑기로 예상되는 2013년의 소비와 유통 분야의 트렌드는 무엇인지, 그리고 업종별 성장률은 어떻게 예측되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에 유행할 소비 & 유통 트렌드
1. 고객의 하인이 되는 ‘세빌 서비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3년 글로벌 10대 트렌드 중 ‘소비’ 부문에서 ‘세빌 서비스(Servile Service)’가 유행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빌(servile)이란, 일상생활 속에서 하인처럼 고객들의 욕구와 필요, 변덕까지 맞추며 소비자를 더욱 배려하는 것으로, 현재도 많은 기업에서 진행 중인 서비스입니다.
세빌 서비스는 ①실시간 체험서비스, ②실시간 검색서비스, ③고객 효용 극대화, ④준 공공재의 역할 등 4가지로 구분됩니다. ①실시간 체험서비스는 단순히 광고에 의존하기 보다는 고객의 실시간 체험서비스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현대홈쇼핑이 운영하는 '가상 코디'프로그램이나 운동 데이터가 저장되는 나이키의 조깅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②세빌 서비스는 고객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실시간 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해 즉각적으로 도움을 줍니다. 세계 최대 쇼핑몰 관리업체인 웨스트필드는 매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검색 어플을 제공하고, SK텔레콤도 쇼핑 목록, 할인 정보를 마트의 카트에서 이용하는 스마트 카트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③세빌 서비스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고객의 효용을 극대화하기도 하는데요, 생수업체 에비앙은 무선 인터넷을 활용한 자동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④기업들은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고객 활용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남아프리카의 보험사들은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도로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부족한 공공 서비스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2. 소비의 ‘3C’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2013년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3C를 제시했습니다. 3C는 ①저가형 소비(Cheap), ②근린형 소비(Close), ③중국인들의 소비(China)를 말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원하는 상품을 직접 확인한 후, 온라인에서 최저 가격의 상품을 찾는 쇼루밍(showrooming) 현상이 확산되고, 낮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칩시크(cheap-chic) 상품'을 주로 소비하는 '저가형 소비'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1~2인 가구 및 고령화 인구의 증가로 꼭 필요한 상품만 가까운 곳에서 소량 구매하는 '근린형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위축되는 국내 소비와 달리, 식을 줄 모르는 한류 열풍 속에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소비 증가가 침체된 국내 경기의 돌파구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3. 유통의 ‘G.N.S.T.Y.L.E’
롯데미래전략센터는 ‘2013 유통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내년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G.N.S.T.Y.L.E'를 발표했습니다. 'G.N.S.T.Y.L.E'은 ①한류(Global Love for K-Wave), ②새로운 가족 유형(Neo Familism), ③오프라인 매장의 전시장화를 의미하는 쇼루밍(Show-rooming), ④해외 직접구매(Treasure hunter), ⑤복고 열풍(missing Young-Days), ⑥가치소비(small Luxury), ⑦경제민주화(Economic democracy)를 의미합니다.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외국인을 타겟으로 한 상품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1인 가구의 증가로 소형•개인화된 상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보고 구입은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하는 쇼루밍 소비형태가 증가하고, 해외 체류 경험자가 많아지고 영어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여성을 중심으로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직접 구매'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 합리적인 소비가 주를 이루지만, 기호품에 있어서는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가치소비’ 현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복고 열풍이 가속화되면서 아날로그 감성 상품의 인기도 높아지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현재보다 대형마트를 더욱 강력히 규제할 것으로 보입니다.
4. 10가지 소비 키워드
대한상공회의소는 2013년 10대 소비키워드로 ①합리적 소비, ②저가선호, ③모바일 쇼핑, ④이용채널 다양화, ⑤근거리 쇼핑, ⑥소량구매, ⑦몰링소비, ⑧건강•웰빙, ⑨쇼핑편의성 추구, ⑩친환경을 선정했습니다. 경제적 불황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로 합리적 소비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저가상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모바일쇼핑, 인터넷쇼핑, TV홈쇼핑 등 다채널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기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몰링소비와 쇼핑편의성도 주요 키워드로 선정됐습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웰빙, 친환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트렌드로 꼽혔습니다.
몰링소비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소비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쇼핑만을 위해 쇼핑센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식사,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동시에 즐기는 소비 형태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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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유통업계는 어떨까?
2013년도 유통업계를 세부적으로 전망해 본다면, 편의점과 인터넷쇼핑몰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전통시장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편의점은 지난해 베이비부머 은퇴 세대의 창업 수요와 맞물리며 20%에 육박하는 신장률을 기록했는데요, 올해는 점포 수 포화와 출점거리 제한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경기불황으로 자영업자의 창업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규제로 인한 반사이익 효과를 누려 16.8%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온라인쇼핑몰은 올해부터 시장 성숙기에 들어서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합리적 소비성향 확산과 모바일 쇼핑 증가에 힘입어 올해도 10%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화점은 주고객인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복합쇼핑몰, 면세점, 온라인쇼핑몰 등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제한 시간을 자정~오전 10시로 정한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이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영업 규제에 따른 손실 규모는 더 커지고, 신규 출점도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소 슈퍼마켓은 근거리•소량구매 소비경향 확산과 대형마트 영업규제 강화에 힘입어 비교적 선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에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강화, 정부지원, 편의시설 및 주변환경 개선, 온누리 상품권 등 마케팅 강화 등의 긍정적인 요인이 많음에도 편의시설 부족, 온라인 시장 성장,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배송서비스 강화 등으로 올해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이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