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선별수주 선회…도시정비사업 유찰 반복
수의계약 시 시공사에 유리한 쪽으로 계약 조정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2023.03.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최근 도심 정비사업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이 사라지고,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건설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로 선회한 탓이다. 특히 금리가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 위주로만 수주하면서 소규모나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외면받으면서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을 위한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유찰이 반복돼 결국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사업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27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소규모 단지지만, 지하철 3호선과 가깝고, 한강변에 위치해 알짜배기 단지로 꼽혔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기존 908만원에서 959만원으로 5.6% 올린 뒤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유찰이 반복되면서 잇따라 입찰공고를 낸 단지도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세 번째 입찰공고를 냈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760만원 제시한 뒤 두 차례 유찰되면서 공사비를 810만원으로 인상했다.
또 송파구 가락삼익맨션은 올해까지 두 차례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사 선정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15일 진행한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에 현대건설이 유일하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건설사 한 곳만 입찰하면 유찰된다. 또 2회 이상 유찰되면 정비사업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사업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업계 수주 실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지역별 건설수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축 수주는 수도권에선 전년 대비 31.4%가 감소한 6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방에선 29.6% 감소 52조7000억원의 수주액을 나타냈다.
조합 입장에서는 원자잿값과 금융 비용 인상으로 시공사를 찾기 더 어려운 상황에서 수의계약을 통해서라도 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면 상대적으로 시공사에 유리한 쪽으로 계약 내용이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의계약은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 계약 조건과 협의 과정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합 입장에서 수의계약은 다소 불리할 수 있다"며 "경쟁입찰을 하면 조합이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울 수 있지만, 수의계약을 진행하면 토지 계약 조건 등에서 불리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환 기자(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