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Lethe)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망각의 여신이다. 저승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망각의 강이 흐른다. 이 강물을 마시면 이승에서의 기억을 모두 잊게 되는데, 죽어서 저승에 가는 망자들은 모두 이 강물을 마셔야 한다. 강물을 마신 망자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깨끗이 지우고 전생의 번뇌를 잊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지상에서의 모든 기억을 없애는 것은 물론 자신이 알고 있던 진실을 은폐하게 된다.
레테의 강은 그동안 철학과 문학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인간이 그 동안의 육신을 버리고 새로운 영혼을 얻어 환생하기 위해 이 강물을 반드시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이승의 일들에 대한 기억이 모두 사라진 채 저승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마신 강물의 양에 따라 기억은 완전히 소실되기도 하고 어렴풋이 남아 있기도 한다. 단테의 《신곡》에서도 주인공 단테가 꿈에 그리던 베아트리체를 만나 천국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레테의 강물을 마시고 죄와 지옥의 기억을 모두 지운다. 우리도 언젠가는 레테의 강을 건너면서 이 지상에서 저지른 수많은 죄악과 업보의 기억들을 모두 지우고 저 세상으로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