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전 두 번째 경기에서 말레이지아에게 1:0으로 패배한 한국의 본선진출은 거의 좌절되는 것으로 보였다. 첫게임에서 네팔 약체에게 PK와 자살골로 2:0승리 한국팀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축구협회는 문정식 감독을 해임하고 코치를 담당했던 김정남씨를 감독으로 승격시켜 다음경기를 준비하게 되었다. 84년 8월에 탄생한 월드컵 대표팀은 7개월 동안 5차례 개편을 겪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그러나 김정남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보기시작해서 네팔과 말레이지아를 각각 4:0과 2:0으로 격파하고 다시 인도네시아를 2:0과 4:1로 물리쳐 가볍게 예선을 통과했다. 1차예선을 통과한 한국을 기다리는 팀은 일본이었다. 운좋게도 조편성이 그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중동국가들을 피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게다가 김주성과 청소년 축구대회의 스타 김종부를 보강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현
실을 지니고 있었기에 본선진출의 확률은 그 어느때보다도 높았다. 85년 10월 26일 최순호와 정용환, 이태호로 이어지는 팀플레이로 일본을 2:1로 제치는데 성공했다. 11월 3일. 일본은 게임메이커 최순호에게 무자비한 태클로 집중 공략을 시도했다. 후반전에 나서는 최순호의 무릎에는 멍자국이 뚜렸했다. 후반 16분 허정무가 발리킥을 하였고 공이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나왔다. 그때 백전노장 허정무가 다시 재차 슈팅해 일본의 골네트를 갈랐다. 1:0 승리, 이렇게해서 우리나라는 드디어 36년만에 월드컵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1승을 기대하며...
2년만에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의 '붉은 악마'들은 86년 5월 31일, 드디어 멕시코 고원의 올림피코스타디움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입성했다. 그러나 월드컵 24강중 최약체로 꼽히는 한국의 조편성은 최악이었다. 한국이 편성된 조는 A조, 남미 축구의 대명사 아르헨티나와 유럽의 전통적인 강호 이탈리아, 그리고 동구권의 다크호스 불가리아가 우리와 같이 편성되어 있었다. 우리의 첫상대는 마라도나가 이끄는 무적함대 아르헨티나. 그러나 한국팀에도 분데스리가에서 활약중인 '갈색 폭격기' 차범근이 가세해 있었다. 최순호, 차범근, 허정무, 김주성을 핵으로 하는 한국팀은 6월 2일 경기를 치뤘다. 그러나 86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으며 축구신동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축구천재 마라도나를 전반전에는 김평석이 맡았고, 후반전에는 허정무가 마크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전반 5분 17분 발다노와 루게리가 터뜨린 연속골과 후반 초반 발다노가 넣은 세 번째 골 모두 마라도나의 발끝에서 시작된 작품이었다. 당시 마라도나를 마크했던 허정무 현 KBS 해설위원은 "공이 몸에 붙어다니더군요. 드리블, 슈팅, 패스 등 완벽한 선수였습니다"고 회고했다. 속수무책으로 연속으로 3골을 내주며 추락을 시작하는 순간,한국 팀의 주장 박창선이 25m 장거리 포로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갈랐다.월드컵 본선진출사상 첫 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골은 없었다. 3대1.남미 강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결과 였다.
불가리아를 잡아라!...
다음 상대는 불가리아.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보다 한 수 아래라는 점에서 최초의 승리를 움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팽팽한 0:0의 경기는 오연교 골키퍼의 펀칭미스로 1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뒤늦게 막내 김종부의 슛으로 동점을 만들지만 승리를 잡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1:1 무승부. 월드컵 사상 최초로 승점 1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지만 아쉬움이 많았던 한판이었다.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
마지막 게임은 강호 이탈리아, 그러나 이탈리아에게는 KOREA 징크스가 있었다. 지난 66년 영국 월드컵서 복병 북한에게 1:0으로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그들에게는 생생히 작용하고 있었다. 경기시작 7분, 1골을 선취한 이탈리아가 방심하는 순간, 최순호의 그림같은 슛이 이탈리아의 골문을 갈랐다. 그러나 이후부터 심판들의 장난은 시작되었다. 난데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한국에만 계속 옐로카드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위축된 모습을 보이면서 움츠리기 시작, 이탈리아는 연속 두골을 뽑으면서 승리를 확정짓기 시작했다. 허정무의 뒤늦은 추가골로 3:2로 석패한 한국의 귀에는 '심판의 편파판정이 이탈리아를 구했다'라는 현지 신문의 기사가 울려퍼졌다.
이번 조 편성이 안좋다고들 하던데 86년에 비하면 새발의 피 아닙니까?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정말 환상적이죠? 이제는 조편성 운운하지말고 최선을 다할 때입니다. 그럼 반드시 좋은 결과 있을겁니다. 한국축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