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압 임금이 발라암을 불러오다
22, 1 이스라엘 자손들은 길을 떠나, 예리코 앞의 요르단 건너편 모압 벌판에 진을 쳤다.
2-6 치포르의 아들 발락은 이스라엘이 아모리인들에게 한 일을 다 보았다. ○ 모압은 이스라엘 백성의 수가 너무 많아 몹시 무서워하였다. 모압은 이스라엘 자손들 앞에서 겁에 질려, ○ 미디안의 원로들에게 말하였다. "소가 들의 풀을 뜯어 먹듯, 이제 이 무리가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을 모조리 먹어 버리겠습니다." 그때에 모압 임금은 치포르의 아들 발락이었다. ○ 그는 브오르의 아들 발라암을 불러오려고, 강가 아마우인들의 땅에 있는 프토르로 사자들을 보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어떤 백성이 이집트에서 나와 온 땅을 덮고서는 내 앞에까지 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 그들이 너무 강하여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으니, 이제 부디 오셔서 나를 위하여 그 백성을 저주해 주십시오. 그러면 내가 그들을 무찔러 이 땅에서 몰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축복하는 이는 저주를 받는 줄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7-14 모압의 원로들과 미디안의 원로들은 복채를 들고 길을 떠나, 발라암에게서 발락의 말을 전하였다. ○ 그러자 발라암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기에서 오늘 밤을 지내십시오.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시는 대로, 여러분에게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모압의 대신들은 발라암과 함께 머물렀다. ○ 하느님께서 발라암에게 와서 물으셨다. "너와 함께 있는 이 사람들은 누구냐?" ○ 발라암이 하느님께 대답하였다. "치포르의 아들인 모압 임금 발락이 이들을 보내면서, ○ '어떤 백성이 이집트에서 나와 온 땅을 덮었습니다. 와서 나를 위하여 그들을 저주해 주십시오. 그러면 내가 그들과 싸워 그들을 몰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 하느님께서 발라암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들과 함께 가지 마라. 그 백성은 복을 받은 백성이니 저주해서는 안 된다." ○ 발라암은 아침에 일어나 발락의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의 나라로 돌아가십시오. 주님께서는 내가 여러분과 함께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 그리하여 모압의 대신들은 일어나 발락에게 돌아가서, "발라암이 저희와 함께 오기를 거절하였습니다." 하고 보고하였다.
15·16-21 발락은 그들보다 높은 대신들을 더 많이 보냈다. ◯ 그들이 발라암에게 가서 말하였다. "치포르의 아들 발락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무것도 꺼리지 말고 나에게 와 주십시오. ○ 극진히 대우해 드릴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요구하는 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오셔서 나를 위하여 저 백성을 저주해 주십시오.' " ○ 발라암이 발락의 신하들에게 대답하였다. "발락이 비록 그의 집에 가득 찰 만한 은과 금을 준다 하여도, 나는 주 나의 하느님의 분부를 어기고서는,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 그러니 여러분도 오늘 밤을 여기에서 묵으십시오. 주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더 말씀하시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그날 밤에 하느님께서 발라암에게 와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들이 너를 부르러 왔다면, 일어나 그들과 함께 가거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이르는 말만 하여라." ○ 발라암은 아침에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얹고, 모압의 대신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발라암과 그의 나귀
22-30 하느님께서는 발라암이 가는 것을 보고 진노하였다. 그래서 주님의 천사가 그를 막으려고 길에 서 있었다. 발라암은 나귀를 타고 가고, 하인 둘도 그와 함께 있었다. ○ 나귀는 주님의 천사가 칼을 빼어 손에 들고 길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길을 비켜나 밭으로 들어갔다. 발라암은 나귀를 때려 다시 길로 들어서게 하였다. ○ 그러자 주님의 천사가 포도밭들 사이, 양쪽에 담이 있는 좁은 길에 섰다. ○ 나귀가 주님의 천사를 보고 벽으로 몸을 바싹 붙이는 바람에, 발라암의 발까지 벽으로 바싹 붙게 되었다. 그러자 발라암이 다시 나귀를 때렸다. ○ 주님의 천사가 앞으로 더 나아가,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비켜날 길이 없는 좁은 곳에 섰다. ○ 나귀는 주님의 천사를 보고 발라암을 태운 채 주저앉아 버렸다. 발라암은 화가 나서 지팡이로 나귀를 때렸다. ○ 그때에 주님께서 나귀의 입을 열어 주시니, 나귀가 발라암에게 말하였다. "내가 당신께 어쨌기에, 나를 이렇게 세번씩이나 때리십니까?" ○ 발라암이 나귀에게, "네가 나를 놀려 대지 않았느냐? 내 손에 칼만 있었으면, 내가 너를 당장 쳐 죽였을 것이다." 하자, ○ 나귀가 발라암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날까지 당신이 일생동안 타고 다닌 나귀가 아닙니까? 내가 언제 당신께 이렇게 하는 버릇이라도 있었습니까?" 그가 "없었다." 하고 대답하였다.
31-35 그때에 주님께서 발라암의 눈을 열어 주셨다. 그제야 그는 주님의 천사가 칼을 빼어 손에 들고 길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무릎을 꿇고 얼굴이 땅에 닿도록 엎드렸다. ○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찌하여 너의 나귀를 이렇게 세 번씩이나 때렸느냐? 네가 내 앞에서 나쁜 길을 걷기에, 내가 막으려고 나왔다. ○ 나귀가 나를 보고 세 번이나 내 앞에서 비켜났으니 망정이지, 내 앞에서 비켜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귀는 살려주고 너는 이미 죽였을 것이다." ○ 발라암이 주님의 천사에게 말하였다.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저의 길을 막고 서 계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의 눈에 거슬리면 제가 돌아가겠습니다." ○ 주님의 천사가 발라암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들과 함께 가거라. 그렇지만 내가 너에게 하는 말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발라암은 발락의 대신들과 함께 갔다.
발락이 발라암을 영접하다
36-40 발락은 발라암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맞으러 자기 영토가 끝나는 아르논 강 경계의 이르 모압으로 나갔다. ○ 발락이 발라암에게 말하였다. "내가 당신을 모시려고 그렇게 사람을 보냈는데, 어찌하여 오지 않았습니까? 내가 당신을 대우해 주지 못할 것 같습니까?" ○ 발라암이 발락에게 대답하였다. "보십시오, 이렇게 제가 임금님께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저의 입에 넣어 주시는 말씀밖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 발라암은 발락과 함께 떠나 키르얏 후촛에 이르렀다. ○ 발락은 소와 양을 잡아 제물로 바치고, 발라암과 그를 데리고 온 대신들에게 한몫씩 보내 주었다.
41 다음 날 아침, 발락은 발라암을 데리고 바못 바알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끝자락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