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예안이 고향인 나는 지난달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포항 내연산 등산을 가게 되었다.
포항 흥해를 지나 동해안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 보니까 너무나 유명한 ‘이명박 대통령 생가 가는 길’이란 안내 간판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당연히 나와 내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리 시간도 있고 하니 한 번 들렀다 가자."
"좋다, 좋아. 거기 가서 아침이나 얻어먹고 가자. 지난 설에 보니까 방문객들에게 떡국도 챙겨 주던데······."
대구에서 LP가스업을 하고 있는 장영식이란 친구와 나는 매번 죽이 잘 맞아서 척하면 삼척이었다.
동해안 도로를 왼쪽으로 벗어나 꼬불꼬불 지방도로를 따라 10km 이상을 달려가니, 마을 입구부터 깨끗하게 단정되어 있는 것이 과연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구나 하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자갈로 다듬어진 주차장에는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대형버스와 승용차가 몇 대 들어와 있었고, 우리 차 뒤로도 몇 대가 더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잘 정리된 버스 주차장 간판이나, 이명박 대통령 고향마을 안내 간판, 그리고 교통 통제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철제 바리게이트까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의례히 장사꾼이 먼저 자리를 잡듯이 이곳에도 동작 빠른 상인들이 들어와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책 장사였다.
주차장 마당에 자신의 승용차를 세우고는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어 버린 '신화는 없다'라는 이명박 대통령 자서전을 팔고 있었다.
주차장을 벗어나면 바로 고향 마을 회관이 나타나는데 건물 전체를 드리운 현수막이 아직도 축제 중임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덕실주민일동 이름으로 내 건 '경축,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이란 문구와 덕실선후회에서 내다 건 '온 국민이 바라는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되십시오.' 라는 문구가 컬러풀하게 휘날리고 있었다.
덕실1리 마을회관 앞 커다란 바위 표지석에는 '덕실인이여 꿈을 이루어라.'라고 새겨 놓았는데 대통령이 되고 세운 것인지 그 전에 세운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대통령을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막힌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회관을 지나자 이 마을에서 나오신 듯한 할머니가 냉이, 산나물, 곡물 등을 도로변에서 팔려고 내다 널고 있었고, 포장마차 비슷한 곳에서는 '대통령 고향의 맛 자랑' 동동주, 해물파전, 도토리묵이라고 적어 놓은 메뉴를 내걸고는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아침이고 관광객이 몰려들지 않아서 그런지 동네 지킴이인 개조차도 짓지 않고 한가롭게 누워 있었다.
그 옆에는 포항 우수 전시 판매장을 차려 놓고 '대통령 고장의 특산물 기념으로 사 가세요.'라고 홍보하고 있었고, 가건물 온 천지에 '대통령 도시 글로벌 포항', 자랑스러운 포항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 등의 선전 문구를 도배해 놓고 있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자 마을 안쪽을 가리키며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터 50m', 직진 표시로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100m' 라는 화살표 안내판이 서 있었다.
아침을 먹고 오지 않은 관계로 우리는 직진을 하면서 밥 얻어먹을 곳을 찾다가 국화빵을 팔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아주머니를 만났다.
"여기 아침 주는 곳 없어요? 아니면 파는 곳이라도?"
"예, 공짜로 주는 곳은 없고요. 식사 되는 곳도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없을 겁니다."
"아, 배고파 죽겠네요. 그런데 국화빵은 언제 팔아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멀었어요."
"그래요? 하하하. 그런데 참, 웃기네요? 여기 국화빵은 국화가 안 들어간 모양이죠?"
"물론 안 들어가 있지요. 붕어빵에 붕어 들어 있는 것 봤어요?"
내가 이렇게 웃으면서 물어보게 된 것은 포장마차에다가 국화 그림을 그려 놓고는 '국화빵 6개 천 원, 국화는 안 들어가 있음'이라고 적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작은 유머를 주려고 국화빵 장수가 일부러 이렇게 적어 놓았다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깔깔거리며 웃다가 보니 이명박 대통령 생가에 도착하게 되었다.
듣자하니 이명박 대통령 생가 주인은 밀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제대로 생활을 못 해서 기념품 파는 장사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과연 생가 입구 한 모퉁이에서 타월 같은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마땅히 기념할 만한 구색을 갖추고 있지는 못 했다.
생가 입구 정면 좌우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장차림으로 반듯하게 서 있는 전신상과 오른손을 번쩍 들고 있는 전신상이 사진 형태로 세워져 있었다.
우리는 기념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악수하며 찍고, 나란히 서서 찍고 하면서 영광스런 장면을 연출해 보기도 했다.
이런 우리 모습을 보고 있던 경북 영천 고경에서 단체로 관광 왔다는 동네 어르신들이 제발 사진 한 번 찍어 달라고 하는 바람에 또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하면서 함박웃음을 꽃 피우고 말았다.
생가 마당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에 활동해 온 모습을 사진액자로 만들어서 전시를 해 놓았고 집 안 곳곳 벽에도 옛날 사진들을 걸어 놓았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와 노태우 대통령 생가도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 같은 현대인의 유명한 생가는 너무나 현대적이라서 별로 감동이나 운치 같은 것은 없었다.
아직 가 보지는 못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생가나 김영삼 대통령 생가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흔히 생가라고 하면 초가지붕에다 돌담이 있고, 흙벽이나, 아궁이며 모든 모습들이 조선시대의 모습으로 우리들 뇌리에 생생하게 박혀 있어서 그러하리라.
"아, 밥 주는 곳도 없는데 여기 사인이나 하고 가자."
장영식 사장은 볼펜을 꺼내더니 방문 앞에 마련되어 있는 방명록에 떡하니 기록을 남겼다.
책상에 드리워진 책상보에다 '방명록을 기재해 주세요.'라고 적어 놓았으니 흔적을 남겨야 하지 않겠나 하면서 말이다.
"여기 이름 남기면 나중에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초대해 준다, 아이가······."
"하하하. 청와대 초대보다도 당장 밥이나 줬으면 좋겠다. 하하하."
일정에도 없는 이명박 대통령 생가 방문으로 인해 시간이 촉박해지는 바람에 우리는 쏜살같이 내연산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슈웅~~~~~~~~~~~~~~~ㅇ
2008년 4월 16일
멋진욱 김지욱 서.



















첫댓글 잘 났어 정말...... 누가? 히히.
월여 전에 울진을 다녀오다 요란벅적한 안내판 표지를 보며 얼굴을 찌푸리고 지나쳤는데, 오늘 덕분에 구경 자--알 했네요. 김해 한옥 체험시 노통 마을도 들렸었는데.......글쎄?????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어쨌든 구석구석 잘 찍으셨슴다요
푸핫 MB하고 손들고 찍은 사진 아주 굿이에요. 가보지 않고도 덕실 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설명에 사진에.. 감사합니다.
고향방문을 해주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