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우리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쓰다가 말고 붓을 놓고 눈물을 닦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역사,
눈물을 닦으면서도 그래도 또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역사,
써놓고 나면 찢어버리고 싶어 못 견디는 이 역사,
찢었다가 그래도 또 모아대고 쓰지 않으면 아니 되는 이 역사,
이것이 역사냐? 나라냐?
그렇다. 네 나라며 내 나라요, 네 역사며 내 역사니라
이 땅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반인륜적인 비극들이 숱하게 일어났다
길을 걸으면서 다시는 이 땅에 슬프고 고통스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빌었다
그래서 이 길은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길이다
동강마을-자혜교-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상사폭포-쌍재-신불감시초소-고동재-수철마을 <총 12.1km>
동강마을
지리산둘레길 5구간은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동강마을에서 시작된다
동강(桐江)마을은 평촌과 점촌 그리고 기암(개암터) 등 3개의 자연 마을로 구성되어 동강이라 하였다.
강과 산이 함께 흐르는 듯한 아름다운 마을로서 아늑하고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틀바위
자혜교를 건너니 길 오른쪽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났다
짚신을 만들때 사용하던 틀과 그 모습이 닮아 '신틀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엄천사에서 볼 때 강 건너 바위의 형상이 마치 스님이 엄천사를 떠나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한다
그래서 사찰의 기운이 약해진다는 풍수적인 의미에서 그 바위를 깨어버릴려고 했다는 구전이 있다.
신틀바위 옆에 10여년 전에는 없었던 암자가 들어서 있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방곡저수지 공사 현장
올 연말께 담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방곡저수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방곡저수지 사업 현재 공정률 70%률, 사업비는 450억 원으로 오는 2022년말 준공 예정이다.
방곡저수지 총 저수량은 158만 5천t으로 완공되면 금서ㆍ생초면 일대 345ha의 농경지가 혜택을 받게 된다.
쑥부쟁이
가을이 다가오면 비슷하게 보이는 꽃이 많이 피는데,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대표적이다.
구절초는 쑥부쟁이보다 꽃과 꽃잎이 크고 흰빛이다.
쑥부쟁이는 자주빛을 띄며, 꽃잎 사이가 촘촘한데 구절초는 약간 틈이 있는 점도 다르다.
흰색은 구절초, 자주색은 쑥부쟁이로 알아두면 편리하다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
산청·함양사건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2월 7일 일부 국군병력이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과정에서 벌어졌다
산청군 방곡, 가현마을과 함양군 동강, 유림면 서주강변에서 주민 705명을 통비분자로 간주해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지난 1996년 '거창사건등관련자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조치법'이 제정돼 합동묘역사업이 추진됐다.
회양문 廻陽門
정문에는 회양문(廻陽門)이라는 현판에 걸려 있었다
슬픔과 고통, 음지의 과거를 극복하고 새 시대의 역사를 열어가는 상생과 양지로의 화합을 창출해 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진정한 화해를 이루어 미래의 초석을 놓는 디딤돌로 승화되어야 할 일이다
추모공원은 지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4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7만2265㎡ 규모로 건립되었다
합동묘역과 희생장소 보존지역, 위패 봉안각, 위령탑, 일주문, 영상실 등이 설치돼 있다
가해자들은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무기징역형 등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모두 대통령 특사로 금새 풀려나 군에 복귀하거나 경찰간부로 특채됐다.
죄없이 죽어간 양민들의 위패 앞에서 묵념하며 이렇게 모질고 슬픈 역사는 절대로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님 앞에 서 있기가 부끄럽습니다
퍼부어오는 총탄이 우리의 양심을 사살할 때
그 양심의 갈래 끝에서 산화된 님이시여
앞산에 고개 숙여 오열하고
뒷산에 허리 굽혀 통곡하던 그 날
해와 달도 빛을 잃고
우주 운행의 길도 뭉개어진 암흑의 세상에는
님이 뿌린 진달래 선혈만이 가득했지요
서러운 그 꽃무덤 위에서는 사철 서리꽃만 피고 졌지요................................문효치 <저 하늘에 별이 되신 님이시여> 부분
방곡마을
둘레길은 방곡마을의 마을숲에서 아래로 내려서서 강쪽으로 이어진다.
마을 동북쪽을 흐르는 천은 방곡천이라 하는데 비가 많이 오면 범람이 잦은 곳이다.
마을숲으로 당산숲이 있고, 도로가 생기면서 마을은 좌우로 나뉘었다.
이 마을 사람들도 1951년 산청, 함양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발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이성부 <산길에서> 부분
상사폭포
상사(相思)라는 말이 붙은 폭포의 사연은 사회의 관습, 신분의 제약 때문에 이루지 못한 사랑과 관련이 있다.
이 폭포 역시 그런 애닯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어릴 적부터 사모한 여인이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려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 총각이 이 폭포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한다.
여인은 흉흉해진 소문에 결국 시집가는 것을 포기하고 이곳에 와서 죽은 총각을 그리워하다 구렁이가 됐다 한다.
바위를 쓰다듬으며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정녕 에로틱하다
전신을 어루만지며 흐르는 그녀의 손길은 아늑하고 은밀하다
한 번도 뜨거워진 적이 없는 바위는 그녀의 손길을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길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저 혼자서 타오르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진다
어쩌면 바위는 슬픔을 안으로 삼키며 그녀의 손길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바위가 사랑의 기쁨을 토해내는 날, 온 세상은 거침없이 불타오르리라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이해인 <내 마음의 가을숲으로> 부분
여러개의 작은 산을 오르내리느라 지쳐갈 무렵에 주막이 나타났다
자연산 약초, 고로쇠 수액, 약초달임액, 효소, 칡즙, 감식초, 짱아치 등도 판매하는 곳이다
지리산에서 나온 산나물 장아치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니 새로운 힘이 솟구쳤다
이것 또한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소소한 재미로써 등산길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쌍재
쌍재는 예전 함양 휴천쪽에서 산청으로 가던 길로 상당히 큰 대로가 있었던 곳이다.
쌍재마을에는 한때 30가구가 살았던 제법 큰 산촌이었으나 지금은 한 가구만이 약초를 재배하며 마을을 지키고 있다.
마을로 넘어가는 두 고개가 서로 닮았다 하여 이름도 쌍재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약 4시간을 가면 구형왕릉이 나온다
산불감시초소
숨을 헉헉거리며 숲길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났다.
이곳은 5구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우리가 출발했던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이 있는 방곡리가 내려다보이고 반대쪽에는 수철리가 보인다.
산기슭을 타고 올라 계단처럼 된 ‘다랭이논’이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에 서면 왕산-필봉산 능선은 물론 왼쪽으로 산청 읍내 전체가, 오른쪽으론 지리산 동북부 능선들이 펼쳐진다
드러나는 것인지, 우러나는 것인지
침묵인지 달관인지, 바람인지 눈보란지
허심인지 허공인지...
억새엔 그런 은은하고 슴슴한 매력이 있다....................<동아일보>에서 발췌
우리는 산불감시초소에서 왕산과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회장님의 고추와 마르도니오의 고추가 오고 가면서 여러 여인들을 들뜨게 하였다 ㅎㅎ
전주막걸리와 뜨거운 커피가 곁들여지니 서늘하던 가을바람이 갑자기 훈훈해짐을 느꼈다
천왕봉을 바라보다
산불감시초소에서는 지리산 천왕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우뚝 솟은 지리산 천왕봉(1,915m) 아래에 산청이 있다.
천왕봉은 주소가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산 208번지’이다.
꼭대기 ‘지리산 천왕봉’이라고 새겨진 돌 뒤쪽 6m 지점까지가 산청 땅이고, 그 다음부터는 함양이다.
한마디로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천왕봉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오를 수 있는 곳이 산청이다.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
돌아와 서성이는 텅 빈 안마당에
스산히 마른 가슴만 홀로 서걱이는데
소리치며 달리던 초록빛 바람하며
이제와 불꽃 육신 스스로 태우는 산천
서리하늘 찬바람에 기러기 떠도
입 꼭꼭 다물고 떠나버린 사람아
달빛에 젖은 몸이 허기가 져서
너울너울 천지간에 흐늑이는데
잔칫집 불빛처럼 화안히 피어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하리라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홍해리 <용담> 전문
고동재
참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고동재에 이른다.
수철리 서북쪽에서 방곡리로 가는 고개로 고동형으로 생겼다고 '고동재'라 이름이 붙여졌다
고동재는 수철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낸 국군 제 11사단 9연대 3대대 병력들이 빨치산 토벌을 명목으로 지났던 길이다.
이들 군인들에 의해서 가현마을, 방곡마을, 점촌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5월의 푸른 눈빛으로 그대에게 갑니다
함부로 가면 오히려 병이 더 깊어질 것만 같아
생의 마지막 사랑마저 자꾸 더 얕아질 것만 같아
빠르고 높고 넓고 편한 길을 버리고
일부러 숲길 고갯길 강길 들길 옛길을 에둘러
아주 천천히 걷고 또 걸어서 그대에게 갑니다.............................이원규 <지리산둘레길> 부분
노이슈반 펜션
고도를 크게 낮추면 숲속의 언덕 양지 바른 곳에 아름답게 지어진 독일풍의 노이슈반 펜션이 보인다.
이 펜션의 디자인과 이름은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성 중의 하나로 꼽히는 독일의 노이슈반 슈타인성을 본뜬 것이다.
펜션이 하도 예뻐서 사진을 찍으러 내려갔더니 주인장이 나와서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나이가 지긋하신 주인장께서 손수 커피까지 내려주시며 자꾸 안으로 들어오라 했지만 일행 때문에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노이슈반슈타인성
독일 남부 퓌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성은 석회암으로 축조돼 지붕을 제외한 성 전체가 백색이다.
멀리서 성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한 마리 백조를 보는 듯하다.
더 없이 우아한 자태가 사계절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감탄사를 터뜨리게 만든다.
루트비히 2세는 1864년 성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나이 18세에 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정치적 사안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을 짓겠다고 무리하게 돈을 들여가며 성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성은 바이에른 왕국의 재정적 파탄을 몰고왔고, 그는 비운의 죽음을 맞게 된다
수철마을
수철마을에 이르러서 지리산둘레길 5구간은 끝이 났다
본래 산청군 금석면의 지역으로서 무쇠로 솥이나 농기구를 만들던 철점이 있어서 무쇠점 또는 수철동이라 불리었다.
가야왕국이 마지막으로 쇠를 구웠다는 전설이 있는 곳으로 지리산길의 또 다른 연결을 기다리는 마을이다
우리는 다음달의 6구간을 시작할 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수철마을을 떠나왔다
첫댓글 막걸리 마신 주막의 연락처 올려 드립니다
주인장의 얼굴을 보니 절대 속이거나 바가지 씌울 분 같지 않아 보더라구요
혹시 산나물이나 장아치, 효소 등 주문하실 분 활용하십시오
노이슈반펜션은 정말 운치있는 곳이더군요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방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네요
특히 60대로 보이는 주인장이 넘넘 친절하셔서 마음을 뺏겼습니다
연락처 올려 드리니 혹시 필요하시다면 활용하세요
아픈 역사의 현장과 가을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멋진 길~
마음은 같이 걷고 있었습니다.~ㅎ
걸음 걸음 함께 할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동행할수 있었던 예전이 감사로 다가옵니다.
11월엔 같이 할수 있도록 기도 열씸히 하고 있네요~ㅎ
에구구구... 깜빡했습니다
솔찬히 다치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쾌유를 기원합니다
쇠주를 한잔 마시면 뼈가 잘 붙는다는데 ㅋㅋ
둘레길 5구간 산행기 수고하셨습니다
산이 그리울때 다시한번 읽어보렴니다
참 글쓰시는 재능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