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을 많이 만난다.
저런 암도 있었나 싶을 만큼 듣도 보도 못한 그런 암 때문에 고통받던 주인공은
주변을 정리하고 사이가 동거인으로 전락했던 남편과도 화해하고 영원한 이별을 한다.
어떤 가족 관계가 어떤 삶을 주인공이 살았는지에 따라
더 신파가 되기도 하고 더 절절하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도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의료사고를 내고 월급쟁이 의사이며 동거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남편 정철(김갑수),
치매걸린 시어머니, 사고로 보청기를 끼는 아들,
유부남을 사랑하는 딸, 도박중독으로 사람구실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는 남동생...
그런 구성원들 속에서 주인공 김인희(배종옥)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착한 딸, 착한 아들, 불쌍한 내동생, 싸우면서 정들었다는 시어머니, 동거인처럼 되버린 남편이지만
그럼에도 출근하는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그런 남편...
그래서 그녀의 삶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의사 사모님임에도 불구하고
자가용은 커녕 택시대신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물음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처럼 그녀는 상당히 밝고 치매걸린 시어머니도,
무뚝뚝한 남편도, 공부에 지친 아들에게도, 직장 다니는 딸에게도 특별히 요구하는 것이 없다.
그저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으로 아는 그런 평범한 아줌마이며 엄마이며 아내 김인희다.
그런 알뜰살뜰한 그녀가 어느 날 오줌소태 증세가 오래가자 남편 정철이 근무하는 병원에 가려고 하고
남편은 약국에서 약이나 사먹으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출근하는 것이 시발점으로
그녀의 몸엔 이미 손도 댈 수 없을 만큼 암이 퍼졌고 항암제 거부반응으로
약도 포기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러면서도 딸과 아들한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냥 그녀는 그렇게 혼자 아프다.
통장을 정리하고 보험증권을 정리하고 치매걸린 시어머니께 먼저 가 있을텐데 빨리 오라고 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엄마이며 아내,
그리고 며느리인 그녀의 남은 시간은 그래도 모두 해피엔딩으로 갈등이 정리됐다.
아들은 의대가 아닌 미대를 가겠다고 진로를 변경했고 딸은 유부남을 정리하고
남편은 시골 의사로 다시 취직했고 남동생은 택시를 몰며 갱생 의지를 다졌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말이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도 적용된다.
특별한 이별도, 특별하게 아름답지도 않은 내용에 배종옥이란 배우가 불어넣은 존재감과
김갑수의 무뚝뚝하면서도 애틋해하고 미안해하는 남편의 연기가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동안은 많이 슬프도 많이 눈물 난다.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란 제목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하게 됐다.
첫댓글 내용만으로도 충분하게 배종옥의 삶이 전달이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