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10명 중 7명은 최근 1년 동안 근무하는 의료기관에서 폭언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폭언 가해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았고, 보호자, 의사 순으로 가해 비율이 높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3월 12일부터 한 달 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4만3,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전체 보건의료노동자 가운데 57.5%가 최근 1년 내 고성·반말·욕설·협박 등 폭언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응답자의 67.6%가 폭언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으며, 언어적 폭력 외에도 물리적 폭력·물건 던지기 등 폭행 피해를 경험한 간호사는 25.2%였다.
여성 보건의료노동자의 성폭력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어적·시각적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 보건의료노동자는 11.4%였고, 5.3%는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가해자에 대한 조사결과, 모든 종류의 폭력에서 ▲환자 ▲보호자 ▲의사 순으로 가해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폭언의 경우 가해자는 ▲환자 27.3% ▲보호자 19.6% ▲의사 11.4% ▲상급자 7.4% ▲동료 3.2% 순으로 나타나 의료기관 이용자로부터 피해가 두드러지며, 의사로부터 폭언 피해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18년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3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고 지적했다.
응답자 64.1%가 감정노동자 보호법 이후 환자·보호자의 부당한 요구나 행위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의료기관이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59.3%에 달했다.
반면 폭력에 노출돼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경우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노동자 비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의지가 있다고 평가한 노동자 중 최근 1년 내 환자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24%였지만, 반대로 의료기관의 의지가 없다고 평가한 경우 폭언 경험은 46.6%로 크게 증가했다.
인력부족과 감정노동, 폭언·폭행에 노출된 보건의료노동자의 번 아웃도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의 75.1%가 ‘일을 하는 이유는 월급을 받기 위함’이라고 답했으며, 69.6%가 육체적 소진 , 65.8%가 정신적 소진을 호소했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타 직군에 비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간호사의 67.6%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환자의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립대병원·국립대병원 등 대형병원 간호사에서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동자의 번 아웃 문제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획기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가 차원의 법적, 정책적 개입과 기관의 노력은 의료기관 노동현장의 열악한 실태를 바꾸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보건의료노동자가 건강해야 국민이 건강하다는 사회적 인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시기 의료기관과 보건의료노동자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소진감소를 위해 정부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