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재개발 입주 아파트는 관리업무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입주에 따른 각종 업무들로 밤을 새우는 일도 허다하고 재개발과 관련한 각종 주민 분쟁들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주택관리사들이 재개발 입주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주민단결과 분주히 움직이는 관리사무소 업무로 화합을 이루고 있는 입주아파트도 적지 않다. 서울 길음뉴타운 대림아파트(관리사무소장 최정치)가 이러한 주민화합을 이루는 아파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입주를 시작해 타 아파트에서는 보기 드문 주민 단합을 이뤄낸 이곳의 면모를 살펴보자.
직접투표 참여율 약 80% 보여 절차중시, 인심 좋은 아파트
▲의욕적으로 근무하는 길음뉴타운 대림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직원들
길음뉴타운 대림아파트는 서울시의 뉴타운 지정구역의 하나인 길음지구의 재개발로 탄생된 아파트다. 은평지구 용산지구 등 서울시에서 지정된 뉴타운 가운데서도 길음지구의 경우 비교적 일찍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됐다. 이곳은 단합과 민주적인 절차를 중요시 여기는 입주민들의 합리적인 태도가 빛을 발한 것이 눈에 띈다. 얼마 전 길음 대림아파트는 기존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보기 드문 성과 하나를 일궈냈다. 바로 입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직접 투표로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한 것이다. 위탁업체 선정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동대표간 또는 입주민간의 불협화음만큼은 길음 대림아파트에서는 먼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1일부터 3일 동안 투표를 실시했다. 입주 1년을 즈음해 위탁관리업체 재선정을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약 1개월 간의 토론과 논의 과정을 거쳐 준비팀을 구성, 입찰공고를 통해 4개 업체를 선정했다. 이 중 2개 업체를 최종 선정 단계에 올리고 주민 공청회와 설명회를 가졌다. 이 후 단지 내 각 경비초소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동대표와 부녀회 통·반장단으로 구성된 투표관리위원회를 통해 투표작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입주민의 약 80%가 투표에 나서는 높은 참여율을 보였고 선거결과를 통해 우리관리를 업체로 최종 선정했다. 길음 대림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우유현 회장은 “길음 뉴타운 최초 입주 아파트로서 속속 들어서는 주변 단지에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평가하며 “이 같은 투표과정을 통해 공동체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직접투표를 통한 위탁관리업체 선정은 이곳의 입주민 대다수가 전문직종에 종사해 수준 높은 의식수준을 확보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입주민들이 살기 좋은 아파트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참여의식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동대표, 부녀회, 관리사무소가 함께 (왼쪽부터) 세번 째 유영임 부녀회장, 다섯 번째 입주자대표회의 우유현 회장, 아홉 번째 최정치 관리
또한 이러한 참여의식 뿐만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의식과 인심 덕분이다. 이에 대해 최정치 관리사무소장은 “입주민들이 서로 배려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 업무 스트레스가 높은 입주 아파트 임에도 어려움이 최소화됐다”며 “동대표 부녀회 동호회 구성원들은 물론 입주민 모두가 직원들을 배려하고 신경써줘 관리사무소가 의욕적으로 근무하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과 22일, 길음뉴타운 대림아파트는 입주 1주년을 기념한 주민행사를 치렀다. 이 자리는 길음뉴타운 대림아파트라는 한 울타리에 모여 오순도순 살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였다. 이번 행사 역시 자체 기획을 통한 오랜 준비로 현판식 먹거리장터 노래자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진행시켰다. 이날 행사는 서로 음식을 먼저 건네고 행사를 찾은 노인들의 거동을 도우며 안부를 묻고 일상사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등 아름다운 모습도 연출됐다. 또한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일원들이 서로의 맡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일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민주적인 의식을 갖춘 뉴타운의 입주민이라는 자부심과 서로 배려하는 넉넉한 인심을 가진 아파트의 일원이라는 화합이 부르는 멜로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