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
깊은 숲속에서 짐승이 울부짖을 때
뿔피리가 울리고 천둥이 칠 때
언덕 뒤에서 처녀가 노래할 때-
이 모든 소리에 보내는 대답을
메아리, 너는 문득
허공 속에 만들지
울리는 천둥소리
폭풍과 파도의 목소리
시골 목동의 외침 소리를 듣고-
너는 대답을 보내지
그런데 네게는 대답이 없어… 그게
바로 너야, 시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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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다
나태주(1945~ )
돈 가지고 잘 살기는 틀렸다
명예나 권력, 미모 가지고도 이제는 틀렸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명예나 권력, 미모가 다락같이 높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요는 시간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허락된 시간
그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써먹느냐가 열쇠다
그리고 선택이다
내 좋은 일, 내 기쁜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고르고 골라
하루나 한 시간, 순간순간을 살아보라
어느새 나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기쁜 사람이 되고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틀린 것은 처음부터 틀린 일이 아니었다.
틀린 것이 옳은 것이었고 좋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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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시인을 위한 변명
시/정환웅
여기 무명 시인의 간절한 소원이 있다.
내가 쓴 시 중에서 단 몇 편의 시라도 읽혀지는 시가 있었으면,
읽혀진 시 중에서 단 한 편의 시라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그 한 편의 시 중에서 단 한 구절이라도 기억될 수 있었으면,
나는 시를 잘 써서 시인이 아니며,
나는 누구에게 시인의 자격을 얻어 시인이 아니며,
나는 그저 시 쓰기를 좋아해서 시인으로 불리기를 원하며,
나는 단지 시를 사랑해서 시를 희구(希求)하는 사람으로 남기를 원한다.
내 마음이 늘 평온해서 잔잔한 감흥이 이는 시를 쓰는 것은 아니며,
내 마음이 한결같이 순수해서 아름다운 시를 쓰는 것을 더욱 아니며,
내 마음이 언제나 따뜻해서 체감온도가 포근한 시를 쓰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 비록 슬픔과 좌절의 나락에 있어도,
나 자신 비록 외로움과 괴로움의 삭정이가 된 가슴이어도,
나 자신 비록 격정과 나약의 그루터기를 껴안고 울고 있어도,
희망이 필요한 단 한 사람을 위하여,
용기가 필요한 단 한 사람을 위하여,
나의 시가 따스한 그의 구들 목이 될 수 있어야 하기에
나는 오늘도 연민의 시를 쓴다.
시는 내 인생의 지향점이요,
詩作은 그것을 향한 치열한 시 정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오늘도 미완의 시를 쓴다.
읽는 이에게 한순간의 감동이라도 줄 수 있는 시,
읽는 이에게 한 조각의 위로라도 될 수 있는 시,
내 분신으로 영원히 살아 숨 쉴 수 있는 시다운 시를 써 보고자,
내 인생이 나에게 가져다준 시를 안고,
고독과 좌절과 절망과 외로움과 싸우며,
지독한 가난과 불행과 친할 수밖에 없는 나는
한 편의 시를 위하여 내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슬픈 영혼의 그림자.
나는 감히 파우스트이기를 원한다.
나는 감히 황혼을 불러내는 미네르바의 올빼미이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의 심지에 불을 댕긴다.
시 아닌 시를 쓰며,
시인 아닌 시인을 칭하며,
시다운 시를 간절히 기다리는,
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무명 시인은
그래서 더욱 슬프다.
2006.4.4
마로니에

from Cafe 마로니에 그늘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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