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회사채 '정크 본드 '추락
- GM은 지원받고 고강도 구조조정
- 포드는 당시 정부에 손 안벌리고
- 체질개선 미루며 버티다 위기
- 회사채 신용 추락, 투기 수준
- 탈출구는 정부자금 지원뿐
'투자 부적격'
지난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117년 역사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 포드에 붙인 딱지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공장이 셧다운돼 생산이 멈추고 소비 침체로 매출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자, 포드의 신용등급을 투기 수준인 '정크' 단계로 떨어뜨린 것이다. 안그래도 경영난에 시달리던 포드 입장에선 돈줄이 말라 유동성 문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2009년 적자와 유동성 부족으로 끝내 파산을 선언했던 제너럴모터스(GM)의 악몽이 올해 포드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10여년 전 GM은 금융 위기 이후 실물 경제 침체 직격탄을 맞아 적자와 유동성 부족으로 끝내 파산을 선언했다. 포드는 지난해 판매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에 시달렸고, 여기에 막대한 구조 조정 비용까지 쓰면서 순이익(4700만달러)이 전년 대비 98.7% 폭락했다. 올해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섰지만, 코로나 사태로 도리어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자동차 업계에 10년여 만에 구조 조정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2099년 GM의 악몽, 2020년 포드에서 재현되나
포드는 지난 20일 금융권을 통해 154억달러(약19조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출로는 최대 규모다 포드는 배당금 지급도 중단했고, 임원 300명의 급여를 최소 5개월간 20~50% 삭감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자금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신용 등급이 투기 수준으로 떨어지면, 일단 기관 투자가들이 손을 뗀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연.기금들은 투자 부적격 등급의 회사채에 투자할 수 없다. 채권이 만기를 맞았는데 금리가 치솟은 상태라면, '차환발행(롤오버)'으로 막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채권 가치가 급락하면 발행 중단 사태까지 맞을 수 있다. 물론 미국 정부는 포드를 살리기 위해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를 마련했고, 추가 정책자금 지원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혹독한 구조 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구제 금융을 받은 GM은 5만명 가까이 해고했다.
2009년 포드는 GM.크라이슬러와 달리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 긴급 자금을 확보할 방안이 있어 버틸만 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피할 수 있었고, GM.크라이슬러 등의 부진 속에 '반사이익'도 봤다. 그러나 이제 와선 '독(毒)'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GM은 당시 혹독한 구조 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고 미래차 투자에 나섰지만, 포드는 현상 유지에 집중하다가 몸집이 비대해져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이번에 '포드 순서'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매주 2조원씩 까먹으면 아무도 못 버틴다"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한다면 포드가 끝이 아닐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고정 비용 지출이 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매일 4억유로(약 5400억원)씩 감삭상각비, 이자, 임차료 등을 지출한다.
고정비는 연 매출의 15% 수준에 달하는데 쉽사리 감축이 안 된다. 지난해 자동체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높아야 1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한 달만 사업이 중단돼도 바고 적자가 나는 구조다. 급한 대로 GM.다임러.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은 보유했던 한도 대출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으로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체 그칠 전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매주 2조원씩 까먹는 상황에선 아무리 현금이 많은 기업도 감당이 안 된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석 달만 가도 버틸 기업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수요 급감'도 심각한 문제다. '고급 소비재'인 자동차는 판매량이 실업률과 반비례한다.
앞서 2009년 금융 위기때 미국에선 실업률이 10%를 기록했고, 차 판매는 2007년 1600만대에서 2009년 900만대로 줄었다. 최근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에선 300만명의 실업자가 새로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2분기 미국 실업률이 1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위기 때보다 큰 수요 감소 쇼크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3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할 것이고, 4월엔 78%까지 급감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자동차 업계에선 올해 자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회복하면서 사상 첫 '1억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쇼크로 올해도 전년 대비 부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출처 : 조선경제 2020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