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기후변화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대기 오염, 수질, 석유 시추 위험 및 재해 등 청정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다른 이유도 많다. 무엇이 더 설득력이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고려해 보고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가 단순히 경각심을 느낀다고 해서 우리의 행동을 바꾸지 말고, 구체적이면서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을 바꾸는 게 더 낫다. 신념은 하나님과 그분의 세상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꾸준하고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에서 결정하여 발표하는 폭염 경보의 기준은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섭씨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나,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이다. 1995년 미국 중서부 지역은 역사상 가장 극심한 폭염을 경험했는데, 이것은 5일간 지속되었고 열지수는 섭씨 52도를 넘어섰다. 시카고에서만 7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들 대부분은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이었는데, 폭염은 특히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의 1인 가구, 유색인종, 그리고 노년층의 공중 보건에 더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인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폭염 사회(Heat Wave: A Social Autopsy of Disaster in Chicago)』라는 제목의 책을 저술하여 폭염을 기후재난이 아닌 사회적 비극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그는 비슷한 환경의 다른 두 도시의 상황에서 공동체를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도시가 더 안전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도시 지역은 인근 교외나 시골 지역보다 더 더운 경향이 있는데, 이를 도시 열섬효과(heat island effect)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건물이나 아스팔트 등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표면이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여 주변 공기 온도를 더 뜨겁게 만들 때 발생한다. 도시에는 교외에 비해 일반적으로 공기 흐름을 제한하는 높은 건물들이 많고, 인구 집중으로 인해 열과 대기 오염을 발생시키는 자동차, 에어컨, 공장 등이 많아 기온이 상승하는 것이다. 또한 도시 지역에는 녹지 공간이 적어 공기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그늘과 습기가 적은 경우가 많다. 녹지가 부족하고 공기의 질이 나쁘면 도시 거주자에게 고온의 영향이 더욱 심각하게 미친다. 농촌 및 교외 지역에 비해 도시 지역은 낮에는 섭씨 1~3도 더 높고 밤에는 최대 12도가 더 높다는 연구 발표가 있다.
미국과 같은 다민족 국가의 경우 유색인종은 조직적인 인종 차별 때문에 폭염의 위험에 더 취약하다. 이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마찬가지다. 미국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유색인종 밀집도가 높은 지역은 열섬 강도가 낮은 백인 거주 지역보다 더 높은 열섬 강도를 경험한다고 한다. 아울러 이러한 격차는 주택 정책, 도시 계획 등의 인종 차별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우리나라에서의 연구 사례로 환경부 지원 사업으로 강정은 등이 연구하여 최근 발표한 “폭염 취약지역과 건강 피해 발생의 공간적 일치성에 따른 지역 유형 분석”(한국지리정보학회지, 26집, 2023)이 있다. 이 연구는 폭염 취약지역과 폭염 피해를 공간적으로 비교·분석하고 공간적 일치성에 따른 지역의 유형을 살펴본 것인데, 폭염 취약지역일수록 지역의 인구, 사회, 환경적 특성에 따라 건강 피해 발생이 증가하는 경향을 가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의 심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적 차원에서 도시민 건강 보호를 위한 거시적 관점의 정책을 시행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폭염 관련 질병과 사망은 예방할 수 있으며, 특히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폭염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여기에는 폭염 발생 시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교육하는 것, 냉각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 지역사회에 나무와 녹지 공간을 늘리는 것 등이 포함된다.
교회가 지역사회를 준비하고 교육하는 것도 폭염이 취약 계층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여기에는 폭염이 발생했을 경우에 시원하게 지내고 수분을 보충하는 방법에 대한 무료 교육 제공, 온열 질환의 징후와 대응 방법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아울러 해당 지역의 폭염 대응 자원을 조사하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인지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구체적인 폭염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가 무더위 쉼터로 지정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생수를 준비하여 배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기온이 위험 수준까지 계속 상승함에 따라 전국의 많은 교회가 자신들의 예배 장소를 무더위 쉼터로 제공하는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예배당은 일반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제한적인 지역사회에서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무더위 쉼터를 설치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나무를 심는 것도 폭염의 영향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나무와 녹지는 토양과 식물에서 대기로 물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냉각 효과가 발생하고, 그늘을 제공함으로써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나무와 기타 녹지는 여름철 온도를 최대 섭씨 9도까지 낮추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기타 오염 물질을 제거하여 대기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나무를 심으면 에어컨 사용량을 줄여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고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전 세계에는 여전히 7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화석 연료에 의한 발전은 인류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아니다. 더 깨끗하고 안전한 대안이 있는데도 새로운 곳을 시추하고 이를 운송하기 위해 값비싼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따른 경제적 이득은 그 비용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청정에너지 또는 재생 에너지는 햇빛, 바람, 물, 지열과 같이 자연적으로 보충되는 탄소가 없는 에너지원에서 나온다. 이러한 선택은 유망하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성장하는 분야다. 개발도상국이 청정에너지에 투자하고,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창조세계를 위해 가치 있는 목표다.
하지만 재생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지구 열화를 모두 해결하는 완전한 방법이 될 수는 없다. 현재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막을 수 있겠지만 이미 대기 중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지구 자체에 있다. 지구에는 습지, 나무를 비롯한 모든 식물, 해초, 해조류, 토양 등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포집하는 수많은 자연적인 메커니즘이 있다. 이를 모두 “탄소 흡수원”이라고 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포집하고, 미생물과 곰팡이는 식물을 분해하여 토양에 탄소를 가둬두는 데 도움을 준다. 지구를 재조림하고, 습지를 복원하고, 다시마 숲과 해초밭을 보호하며, 재생 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하나님은 남극에서부터 북극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체가 거대한 기후 시스템 안에서 정교하고 복잡하게 연결되도록 설계하셨다. 우리가 집에서 하는 일은 극지방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의 생활 방식이 화석 연료 사용과 관련된 선택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특히 개발도상국의 빈곤한 지역사회이다. 또한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되는 허리케인, 화재, 가뭄, 홍수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
창조세계 모든 존재들의 상생을 위해 적응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집과 서식지의 부담을 견뎌야 하는 전 세계 극지방의 생태계와 지역사회의 운명에 대해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내리는 결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을 진노하게 하는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요한계시록 11:18)’이 아니라, ‘땅을 기업으로 받을 온유한 자(마태복음 5:5)’로 알려져야 할 것이다. 석유 소비를 줄이고,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는 과감한 발걸음을 내딛고, 재생 에너지를 지원하며, 세상을 다시 창조세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도록 함께 가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