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너드 케인스-1
케인스의 생애를 전체 다룬 책을 완독하게 됐다. 고교 때 정통 영어 만큼 두꺼운 873쪽의 부피다.
1922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사랑에 빠졌다. 38세에 러시아 발레리라 ‘리디아 로포코바’다. 그녀는 10살이 적었다. 존경받는 경제학자이자 전직 재무부 관리의 명성과 명석한 판단력으로 모은 재산도 많았다. 그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밤마다 공연장을 찾았고, 백스테이지로 가 점심을 초대하고, 아침까지 머물며 농담과 여흥을 즐긴다. 그리고 그녀에게 아파트도 얻어 준다. 모두 몇 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영국 장관과 가기로 한 인도 출장을 취소하고 렌터카로 리디아와 런던을 여행한다. 그의 삶 63년 중 전환점이 가장 큰 삶을 산 시기였다.
리디아와 갈라놓은 프로젝트가 위대한 이론서 ‘평화와 경제적 결과’라는 책을 쓰기 위해 이탈리아 제노바로 가야 했다. 케인스나 출판사 예상치 못했지만, 이 책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다. 케인스의 예측이 예언자의 기운을 발휘한 것이다. 엄청난 독자 군단으로 무장한 케인스를 주변 권력자들도 인정하기 시작한다. 영국은 1차 대전이 끝난 뒤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통화 가치 하락, 등으로 혼란한 화폐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케인스가 제안한 국제통화 시장 정비방안을 고려했었다. 1차 대전으로 발생한 천문학적 부채는 경제적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적 불씨다. 전쟁 채권자들은 유럽 경제가 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또 다른 전쟁의 씨앗이 될 민족주의 움직임도 알았다. “조만간 볼셰비키 세력과 19세기 부르주아 세력 사이 갈등이 문제로 떠오를 것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러시아 같은 민족주의 움직임 때문이다.
1914년 봄 유고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거리 제국 황태자 ‘프란츠 페르난디난트’가 암살되고 발발한 1차 대전의 혼란은 비엔나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손해로 뱅크런이 발생하고 각국 정부는 저지하고자 증권거래소를 폐쇄하면서 유럽은 런던과 파리만 증권거래소가 문을 연다. 해외 자금 유입이 전쟁으로 끊기자 국가 간 송금 비용이 급등한다. 금이 국제 통화 체제를 유지했으나 금이 국가 간에 오간 것은 적었다. 대신 중앙은행이 금리로 금 보유고를 규제했다. 런던 외화 유입이 끊기자 어음 중계인 바로 타격을 받았고, 도미노 현상은 자국에 금을 보내기 위해 자산매각을 시작한다. 증권사는 파산하고 주식은 헐값이 된다. 풍요롭던 세계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진다. 영란은행은 사흘 만에 금 보유량의 3분의 2를 잃고 만다.
케인스는 1차 대전 전략회의에 소환될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경제학이 아닌 수학을 전공했고, 친구들은 예술가들이다. 그의 사교 집단은 ‘블룸즈버리’라 불렀고 멤버들은 소설가, 화가, 철학자, 시인, 미술 비평가 등이다. 금은 도구나 무기일 뿐 목적은 아니다. 케인스는 금을 위기의 순간에 활용할 생각은 없다면 평시에 비축해봤자 무용지물이라 주장했는데 위기의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금 보유가 아니라 영국의 신뢰도에 대한 국제적 평판에 단린 문제란 것이다. 금은 영란은행 본점에서 취급하고 일상생활에 필요 없는 일반인은 영란은행에 가서 찾아야 한다면 며칠씩 걸려서 런던에 갈 가능성은 작아진다. 그래서 결국 영국은 케인스를 소환한 것이었다.
8월 4일 독일군이 벨기에를 침공하자, 영국 정부는 몇 시간 후에 독일에 선전포고한다. 그리고 영국은 새 화폐를 발행한다. 영국 국민은 새 화폐를 받아 들고, 영란은행은 안정화된다. 물가도 안정되었다. 사람은 돈을 찾아가지 않고 저축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는 국제적 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선포하지만, 영국은 해외에 금을 지급하며 책임을 다하는 나라가 된다. 경제는 교과서와 같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1902년 케인스는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하면서 남학생들만 이루어진 사교클럽을 만든다. 모두 대단한 집안의 잘난 사람들로 구성된 클럽이다. 그들은 고약한 폐쇄성도 있었고 가식도 있다. 자신은 위대하다는 선민의식도 있다. 제도적으로 여성들에겐 적대적이었다. 그래서 졸업 후 발레리나 리디아가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유쾌하다 느꼈다. 전쟁 때 독일군은 비인간성을 드러내고 세심한 전략으로 잔인함으로 적을 위축시키면 금방 승리하리라 믿었다. 벨기에서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다. 개인이 비행하면 마을 전체를 처벌한다고 주민을 광장에 집결시켜서, 독일 지휘관이 남성이나 여성이나 제 마음대로 전부 총살했다. 이런 행위는 경제적 이득을 취한 과정에서 힘 있는 각국이 모두 저질렀다. 영국도 보어전쟁에서 남아프리카 주민 수만 명을 ‘집단수용소’에서 죽었고, 인도에서 10만 명 이상을 죽였다. 러시아는 유대인을 영국 편에 선다고 마을 전체를 학살했고 천 명 이상을 포로로 잡아 시베리아로 방출했다. 일본은 조선인을 학살하고, 중국인을 집단 학살했다. 전쟁은 백인들이 흑인이나 황인종을 학살한 식민지 전쟁이거나, 남미에서 이류 백인들 끼리 영토를 놓고 벌인 전쟁일 뿐이다.
1915년 케인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제안서 두 개를 작성한다. 이론상 현금이 부족한 정부가 지급을 위해 돈을 찍어내면 물가가 오른다. 인플레이션이 독일처럼 자급자족경제에서는 “숨겨진 세금” 같은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전쟁 중 임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오르지 않았다. 이는 전비를 부유층이 아닌 노동자 계급이 대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영국 같은 국제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방편이다. 물가는 소비뿐 아니라 수입가도 영향을 줬다. 반면 영국 생산자의 수출가는 오르지 않았다. 수출가는 영국이 아닌 수출국 시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은 영국의 무역적자를 악화시켜 영국 금 보유액은 고갈되어 갔다. 이에 케인스는 돈은 단지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매기는 수동적 힘이 아니라 그 자체로 능동적인 힘이 있다. 통화 체제가 가진 문제는 공동체의 저축처럼 케인스가 “실제 자원”이라 부르는 영역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영국이 전쟁하는 동안 적은 돈으로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 케인스의 몫이었다.
영국에 전비를 댈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영국은 미국의 민간 투자에 눈을 돌린다. 1916년까지 하루 전비 500만 파운드의 40%는 미국 자금이었다. 친영파인 JP모건이었다. 영국 정부의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 케인스가 예고한 때보다 1주일 전에 미국 의회는 전쟁을 선포했다. 의회가 영국과 프랑스에 전비 30억 달러 차관을 승인하면서 연합국은 미국 정부의 신용을 얻는다. 1917년 ‘에드가르 드가’가 죽자 프랑스 미술상이 그의 유작을 경매하기 시작한다. 케인스는 영국 내셔널 관장과 파리로 가 2만 파운드에 20점을 산다. 자신도 개인 돈 500파운드로 작품 4점을 산다. ‘위대한 그림 쿠데타’였다. 개인적으로 산 그림은 세잔드의 사과 6개가 그려진 세잔의 정물화다. 영국 국립미술관은 여기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1918년 전쟁이 끝나고 전후 배상금 문제와 수습책 국제회의가 파리에서 열린다. 프랑스는 영국보다는 3배로 배상금을 독일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독일의 젖을 짜내려면 일단 독일을 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배상금 240억 파운드는 독일의 경제 규모 5배가 넘는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미국 ‘윌슨’은 유럽 제국주의를 고치려는 신념에 대통령직을 건 사람이다. 그는 이 전쟁이 인간의 탐욕과 야망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구세계의 낡은 정치 체제가 낳을 산물이라 믿었다. 새로운 질서가 필요했고 그것은 국제연맹의 설립이라 주장한다. 1차 대전으로 제국주의는 산산조각이 났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오스트리아, 체코, 유고, 헝가리, 루마니아로 분리된다. 영국은 오스만 제국의 팔레스타인과 이라크를 차지한다. 프랑스는 시리아와 레바논을 손에 넣고, 독일은 러시아를 장악한 볼셰비키로부터 핀란드, 라투비아, 리투아니아를 도려낸다. 그러나 국제연맹은 이 모든 속국을 독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베르사유 궁전에 모인 것이다. 독일의 석탄 생산지 알자스-로렌은 프랑스로 넘어가고, 라이베리아, 카메룬, 탄자니아, 르완다, 부룬다는 독립한다. 독일령 태평양 섬들은 일본, 뉴질랜드, 호주가 소유하면서 프랑스와 영국에 넘어갔다.
2022.01.05.
존 메이너드 케인스-1
재커리 D 카터 지음
홍춘옥 감수
ROK 발간
첫댓글
세상 흐름이
교과서대로 안되는 것이
더 많을수록
살기 힘든 세상이던가...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