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들뜸과 흥분, 충동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격정을 일으키는 추진의 계절이요,
겨울은 회고와 차분함, 그리고 성찰과 침정의 계절이다.
그렇다면 가을은 사색과 우울, 조절과 억제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한여름 더위에 시달린 사람의 몸은 피로에 푹 젖어 있게 마련이다.
그 동안 섭취한 영양분도 거의 없어졌으며 땀까지 많이 흘렸기 때문에 몹시 지쳐 있는 것이다.
그러다 가을로 접어들면 급격한 기온 차가 생기지만 인체는 달라진 기후에 재빨리 적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쉽다.
가을은 습기가 걷히고 건조한 상태여야 한다. 이것이 가을의 생리적 기후다.
만일 생리적 기후 범주를 벗어나서 가을 햇볕이 지나치게 따갑다면, 더위와 메마름이 함께 오는 온조라는 이상 기후 때문에 열과 땀이 나고, 갈증이 생기며, 콧구멍과 호흡기는 메마르는데다 흔히 인후통도 겪게 된다.
반대로 가을의 서늘함이 자니쳐서 너무 싸늘해지면 서늘함과 메마름이 함께 오는 양조라는 이상 기후 때문에 두통, 오한, 기침 등의 질병에 빠지기 쉽다.
어쨌든 가을은 건조한 계절이다. 그래서 호흡기가 메마르고 , 피부가 건조해지고 만다.
그러니 당연히 화장도 잘받지 않고 비듬이 많아지며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한창 자라고 있는 어린이도 빰이나 팔다리가 윤기를 잃고 건조해져서 허옇게 분을 바른 듯 들뜨게 되고, 입술마저 까실까실 물기가 가신다.
이럴 때 권하고 싶은 것이 여지다.
여지는 포도당, 단백질, 구연산, 비타민 C 등을 함유하고 있으며 맛은 달다.
특히 양귀비가 좋아하던 과일로 유명하다. 현종은 양귀비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 수만 리 남쪽 영남에서 나는 진귀한 여지를 궁중까지 구해 오도록 하였다.
상하기 쉬운 그 진귀한 과일을 싱싱한 상태로 양귀비에게 맛보이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그 빠른 말과 기수를 몇 십 명, 몇 백 명씩이나 길목 곳곳에 배치해서 릴레이식으로 운반했다.
지친 말이 쓰러지고 기수들이 벼랑에서 굴러 떨어져 죽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만큼 양귀지가 여지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여주라 하는 여지는 박과에 들어가는 한해살이 덩굴풀이다.
줄기는 덩쿨로 감겨 오르며 잎은 어긋나고 손바락 모양으로 갈라진다.
누런빛의 단성화가 피고 열매는 거죽이 우툴두툴하다.
처음에는 빛이 푸르나 익으면 황적색이 된다. 열매의 껍질이 쓰다하여 고과라고도 한다.
열매 껍질을 벗기면 속이 비어 있고 가운데에 씨가 네 개 들어있다.
중국에서는 그 생김새가 마치 남자의 음낭처럼 생겼다고 해서 한쪽 불알이 병적으로 큰 남성에게 약으로 많이 써다.
이때는 여지의 과육보다 사포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씨를 주로 이용한다.
여지씨과 귤씨 각 9g,에 소회향 5g을 함께 넣은 뒤 끓여 마시면 효과가 훨씬 좋아진다.
[본초강목]에는 '자양강장제로서 폐기능을 보강하고 소화기능을 원활히 하며 신경을 안정시키고 보혈하기도 한다'고 되어 있으며[풍씨금남비록]을 저술한 약물학자 풍초담은'피부 미용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열매가 열리면 껍질을 까서 먹어도 좋고, 백화점에서 시판되는 통조림도 좋다.
가을철 기운을 북돋는 자양강장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피부 관리에도 그만이다.
신선한 것은 20-40g씩 먹고, 말린 것이라면 12-20g씩 먹으면 된다.
출처 : 내 마음대로 달여마시는 건강약재, 신재용 지음, 도서출판 삶과 꿈, 1996.
첫댓글 여주의 효능 배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