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생인 내가 제일 잘 아는 베이비붐 세대를 소설로 쓰고 싶었다”며 장편 ‘투명인간’을 낸 작가 성석제 사진 “1960년생인 내가 제일 잘 아는 베이비붐 세대를 소설로 쓰고 싶었다”며 장편 ‘투명인간’을 낸 작가 성석제. 화창한 5월, 서울 마포대교에 한 사내가 서 있다. 그 사내는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투명인간이다. 그 곁을 또 다른 투명인간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마포대교는 자살자가 많기로 이름이 높다. 자전거를 탄 투명인간은 마치 자살을 하려는 듯 서 있는 투명인간을 이내 알아본다. "나는 알았다. 그 또한 투명인간이라는 것을. 나는 모른다. 그게 왜, 어떻게, 언제부터 투명인간이 되었는지를…."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성석제의 신작 장편 '투명인간'(창비)은 환상적 리얼리즘을 표방하면서 시작한다. 마치 천사나 사신(死神), 망자(亡者)를 화자로 내세워 현실을 전지적(全知的) 관점에서 그린 외국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에서 투명인간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그 존재감을 상실하기에 보이지 않는 소외 계층'을 상징한다. 그 투명인간은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난 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최하층으로 전락한 계층의 전형(典型)이다.
이 소설에서 투명인간은 1960년대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김만수(金萬壽)다. 1960년대 가난한 시골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집안에 일손이 많아야 한다며 자식을 줄줄이 낳았고, 만수는 6남매 중 셋째 아들이었다. 만수의 가족사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똑똑했던 장남은 월남전에서 고엽제에 중독돼 세상을 떴다. 만수는 영리하진 못했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줄 알았다. 성석제의 동인문학상 수상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서 지능이 모자라지만 마을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던 순수한 인간형이 되풀이된 셈이다.
만수는 가난한 가족을 부양하다가 산업화 시대엔 공장의 관리직이 됐다. 노사분규가 일어나자 노사 양쪽 사이에 낀 존재가 됐다. 여동생은 연탄가스에 중독돼 평생 지능이 떨어진 채 살아야 했다. 국립대에 들어간 만수의 남동생은 노동운동가가 됐다. 나머지 가족들의 뒷바라지는 계속 만수의 몫이었다. 그러다 만수가 다니던 회사가 망하고 사장은 해외로 도망쳤다. 만수는 빚더미에 몰리지만 그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수는 "나는 한 번도 가족을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내가 포기하는 건 가족까지 포기하는 것"이라며 버텼다. 하지만 그는 어느덧 투명인간이 돼 마포대교에서 어슬렁거리게 됐다.
이 소설은 투명인간을 화자로 내세웠을 뿐 아니라 만수의 일대기를 주변 인물 30여명의 입을 통해 재구성한다. 우리 시대의 '레 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인 셈이다. 그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한 개인을 둘러싼 사회경제사와 풍속사의 변화를 맛깔스러운 문체로 전한다. 성석제의 '투명인간'은 우리 시대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그렸다가 재조립한 벽화(壁畵)처럼 읽힌다.
여기서의 투명인간은 사회에 존재하지만 사회에서 존재감도 없으며 그 누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은유 적인 의미의 투명인간이다. 투명인간은 서로를 알아본다.
김만수라는 투명인간을 '나'인 투명인간이 마포대 교에서 알아보면서부터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만 수의 출생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수의 이야기는 서로 탁구공을 주고 받듯 다양 한 화자의 입-엄마 아빠 할아버지 -을 통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만석꾼 집안의 아들이었던 할아버지부터 시작되어 아버지, 만수를 거쳐가는 동안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구비구비를 보여주며 고도 성장사회에서 소외되고 뒤쳐진 사람들이 겪었 을 힘들고 아픈 순간들을 보여준다. . 유난히 총명했던 첫째 백수를 공부시키기기 위해 농부인 아버지가 소 한 마리씩 팔아치우고 딸들은 공부시키지 않으면서 희생시키는 모습, 그 렇게 대학에 간 백수는 학비 대비가 힘들어서 월남전에 자원해서 갔다가 고엽제로 머나먼 타국에 서 객사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