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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2018. 8. 15. 수요일.
서울에서 오래 머물렀다.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에서도 들리고 더위가 조금은 가신 듯해도 오늘도 무척이나 더울 것 같다.
내 방 유리창틀 아래로 조심스럽게 건너서 베란다 쪽으로 내려선 뒤에 화분 속의 식물을 내려다보았다. 추욱 늘어졌다.
더위에 지쳤을까? 수돗물을 자주 부었더니만 이게 탈이 되어 식물이 질식사하는 경우가 더러 눈에 띄인다. 화분 표면이 공기 소통이 전혀 되기에, 물은 자연발산이 안 된 채 흙속에 머무른다. 뿌리가 숨이 막혀 죽고는 썩어서 능정거린다는 증거다.
텃밭 속에서 자라는 식물과 화분 속에서 자라는 식물의 생리는 사뭇 다르다.
요즘 몇 개 죽었기에 이들을 내려다보는 내 속도 상했다.
8월 15일자 오늘 신문을 펼쳐도 맨날 그렇고 그런 뉴스만 뜨고, TV채널을 돌려도 시시껍절한 잡답 따먹는 이야기만 나오고, 내 수준하고는 맞지 않는다.
베란다 유치창문을 더 열어제킨 뒤 단지 내의 아파트 벽을 내다보았다.
구름이 많이 낀 아침때문일까, 아파트 벽면이 그냥 단조롭다.
별 느낌도 없고.
퇴직한 뒤의 나.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나.
시골에 있다면야 아침나절이면 정신없이 텃밭 속에서 일을 하지만 서울에서는 내 땅 한 평도 없기에. 더군다나 고층아파트 23층에서 사는 데야 무슨 밭일거리가 있을까. 전혀 없기에 나한테는 날마다가 똑같은 요일이며, 쉬는 날이며, 노는 날이기에 컴퓨터 속 사이버에 들어왔다.
관심이 가는 '삶의 이야기'방에 들어오니 글이 조금 있다.
회원 11,000명을 훨씬 넘으니 글이 많이 오를 터인데...
'삶의 이야기' 방에 오른 글의 통계이다.
8월 14일 5건 8월 9일 2건 8월 4일 5건
13일 6건 8일 3건 3일 4건
12일 5건 7일 4건 2일 7건
11일 5건 6일 7건 1일 6건
10일 9건 5일 2건
카페 재활동한 지가 3일에 안 되었기에 글쓰기 내규를 다시 읽었다.
하루에 2건까지도 허용되기에 감사하게 여기면서 나는 하루에 2건씩 이틀간 4개를 올렸다.
오늘도 글 올리려다가 망설여졌다. 1개의 화면에는 글이 20개. 내 글은 이미 네 개나 있는데 여기에 또 글 올리는 게 그랬다.
'삶의 이야기' 방 활동이 다소 부진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으로 카페 공지사항 등을 읽다가 원인을 알았다.
'하절 공한기 띠동우회 대한 게시판 글쓰기 대회 안내공문을 보고서야 감을 잡았다.
'최신글 보기'를 검색하니 나이를 가름하는 띠방의 글이 엄청나게 올랐고, 오르고 있었다.
'삶의 이야기'방에 올라야 할 글이 '띠방'에 옮겨갔다는 증거가 바로 위 통계.
나는 '곰내'로 8월 13일에 재활동하기 시작했으니 '띠방'에 기웃거리기가 뭐했다.
'곰띠'는 있을까 싶어서 띠방 모두를 열어도 '곰띠' 방은 없다!
12띠의 시작은 쥐띠, 소띠, 범띠... 등으로 시작되어 이어져야 하는데도 카페에서는 개띠, 돼지띠, 쥐띠... 등으로 시작되어 이어진다.
왜 개띠부터 시작하는 거여? 그 이유도 모르겠다.
나는 촌것이라서 세상물정에 어둬서 12띠의 순서도 외울 재간이 없다.
내 띠인 '곰띠'만을 외울 뿐.
카페는 12띠방을 넘어서 55양띠방, 56잔나비띠방, 57닭띠방, 58개띠방, 59돼지띠방, 60쥐띠방도 있다.
띠 앞에 숫자인 수식어가 왜 붙는데?
예컨대 '쥐띠'와 ' 60쥐띠'는 사뭇 다른 거여?
내가 카페 활동을 더 하면 그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있겠다.
당분간은 내 띠(곰띠)가 아닌 18개 띠방에 들락거려야겠다.
나는 쥐인 양, 미련탱이 곰처럼...
어느 분이 그랬다.
'닉네임 곰내가 여인인 줄 알았다'고.
나는 지아비인데... 곰내는 지명. 곰熊 내川. 熊川를 우리말로 풀이한 것인데...
웅천 지명은 대체로 산 높고 골이 깊어서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다.
산이 높으면 당연히 한국 토착동물인 곰도 살았을 터.
우리나라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은 굴속에서 마늘 먹고는 사람으로 환생해서... 호랑이도 이겼다고 하는데...
단군 자손인 나한테는 '곰띠방'도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
1.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 너머로 이웃 앞동 옆동 아파트를 올려다보고, 내려다보았다.
밋밋하다. 아무런 장식도 없고 그냥 단조롭다.
그런데 어쩌다가 깃발이 펄럭인다.
저거 무엇이지?
태극기? 어쩌다가 내걸렸지?
오늘이 뭔 날인데?
오늘은 2018. 8. 15. 수요일.
달력을 보니 날자가 빨간색. 그럼 노는 날이여? 쉬는 날이여?
오늘은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날이다. 73주년 광복절이다.
그런데 서울 어떤 아파트 베란다에는 태극기가 어쩌다 하나씩만 걸렸느냐고?
간밤에 나는 인터넷으로 '태국기'를 검색했다. 무엇인가 어색했다. 별로 내용이 뜨지 않았기에.
우리나라 국기인데 왜? 하다가 문득 '태국기'가 아니라 '태극기'이라는 용어가 생각났다.
'태극기'로 검색하니 그제서야 많은 내용들이 떴다.
내가 '태국기(太國旗)'와 '태극기(太極旗)' 두 용어에 헷갈렸다.
나이 탓인가.
해방일, 광복절이 퇴색하는 것일까?
하나의 국토에 두 개의 나라(정부)로 나눠진 현실.
우리나라 지도에는 제주도 한라산에서 압록강, 두만강 영역으로 나오는데도 남한의 행정구역은 38선 이남이다.
38선 이남만 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북도 반쪽, 이남도 반쪽.
구한말 1882년부터 나붓기던 태극기는 일제시대에도 하나의 국가를 상징하는 표상이었다. 그런데 1948년 8월 이후에는 남한만 적용되고, 북한지역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1945. 8. 15.을 깃점으로 반토막 국가의 국기(國旗)가 되었다.
오늘 인터넷 뉴스에는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에 관한 내용이 조금 떴다.
1949. 6. 26. 경고장에서 육군소위 안두희가 45구경 권총으로 쏴서 죽였다.
그후 안두희는 징역을 살다가 한국전쟁을 이유로 사면복귀되어서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이에 청년 곽태영 씨가 1965년에 안두희를 폭행했으나 안두희는 용케도 살았고, 곽 씨는 교도소에 갔다.
박기서 씨는 1991년 안두희를 몽둥이로 때려서 죽였고, 박 씨 또한 교도소로 갔다는 내용이다.
해방 직후의 역사 이면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육군소위가 독릭투사였던 백범을 총으로 쏴서 죽였는데 곧 사면받고, 육군 장교로 복귀했다고?
이게 무슨 뜻일까?
안두희는 민간인에한테서 맞아 죽었지만 안 씨의 자손, 그의 친인척은 그를 얼마나 자랑스러워 할까? 가문을 빛낸 조상으로서 커다란 무덤을 쓰고, 비석을 세워서 그의 행적을 자자손손 알리려나 싶다.
역설적으로 뒤짚어 보고 싶다.
한국현대사, 한국정치사 등은 아직도 정립이 되지 않고, 재해석해야 한다.
단지, 오늘이 일본제국으로부터 우리나라가 해방된 날이고, 벌써 73주년을 맞이한 날이라고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 그런데 광복절을 기리는 태극기가 별로 내걸리지 않았느냐고?
의문은 또 꼬리를 문다.
개인 카페에서는 정치를 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쯤은 나도 안다.
혹자는 정치에 해당한다고 이의제기할 수도 있다.
개념 많은 혹자들이 많이 설치는 세상이기에 나는 겁을 내고는 이쯤에서 접는다.
1.
현실로 되돌아 온다.
베란다 위에는 50개 쯤의 화분. 키 작은 식물들이 더위를 타기에 많이도 상했다.
맨 땅의 흙과는 달리 플라스틱 화분, 도자기로 만든 화분의 표면에는 바람/공기 소통은 전혀 되지 안을 터.
화분 속의 흙이 늘 습기에 찼고, 뿌리로 숨 쉬는 식물은 저절로 뿌리가 문들어져서, 능정거려서, 썩으면서 죽어간다. 죽는 원인을 뚜렷이 모르기에 시들어가는 식물에 수돗물 더 뿌려주게 마련.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될 수록 식물도 점차로 죽었고, 빈 화분으로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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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방 게시판 글쓰기 대회(8. 1 ~8.31.)이 얼른 끝났으면 싶다.
'삶의 이야기'방이 도로 활성화되어서 값진 글, 생활글이 더 많이 오를 것 같기에.
남의 글 읽는 재미가 솔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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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올해가 개띠해여서
개띠를 맨 위에 올린 거 아닐까요..
그런가요?
내년에는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려면... 다음 해를 얼른 기다려야겠습니다.
곰내님~~관찰력이대단합니다.ㅎ.
통계를내보실만큼 성의 를보이고계시니
삶의 이야기방의 초석이되실것같아요.
예.
8월 이전의 글은 제법 많은데 왜 8월에는 글이 잘 오르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대요.
역시나.. 띠방이 활성화되었다는 뜻. 올 8월 말까지는 박 터지는 시합이 있겠지요.
저야 뭐.. 미련퉁이 곰이니까요.
모처럼의 휴가로 어제는 친구와 영화 '공작'을 봤고
오늘은 EBS에서 '동주'를 봤습니다.
잠깐이나마 국가와 민족,애국심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 봅니다.
잘 했군요.
저는 아직 관람하지 못해서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국가, 민족, 애국심'이라는 님이 쓴 용어로도 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군요.
저녁 무렵에 서울 잠실 석촌호수 한 바퀴를 돈 뒤에 귀가하면서 주변의 아파트숲에 걸린 태극기를 헤아리니... 별로 ... 답답하네요.
왜 태극기를 내걸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상세하게도 파악하셨네요 ᆢ전 상에
관계없이 그냥 씁니다
그냥 하나의 글감으로 삼았을 뿐...
댓글 고맙습니다.
회원은 점점 증가하는데 글쓰는 사람들은 늘 제한된 소수의 사람들이 글을 올려요. 때때로 어떤 사람은 몇회 올리고 사라지고~~~
9월 부터는 삶의 얘기방에 두루두루 좀더 많은 회원들이 다양한 소재의 진솔한 이야기를 올렸으면 합니다.
대체로 긴 글 쓰는 분 별로 없지요.
긴 글 쓰는 분은 문학방에서나 활동하는데... 문학적인 글에 불과한 것이지 세상 사는 이야기, 삶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여기에 글 올린 지가 고작 3일째인 저는 겁이 나네요. 삶의 이야기 방에 글 올린다는 것이...
생각 차이가 많기에...
띠방이 무척이나 활성화되었군요.
댓글 고맙습니다.
곰내님~ 오늘 피력 하실려고 마음을 굳히시고
삶방 글 올리는 집게도 다 하셨네요~ ㅎㅎ
이렇게 긴글을 쓸 수 있다는
정열과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꽃을 좋아 하다보니~
여러가지 악순환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꽃들이
안타깝습니다. 행복하세요.
예.
댓글 고맙습니다.
저는 식물 그 자체를 좋아합니다. 씨앗부터... 성장하고... 꽃 피우고, 열매 맺고, 죽는 전 과정이 다 예쁩니다.
특히나 사람이 먹는 식물은 더욱 고맙지요.
곰띠?
설마하니 그런 띠도 있을까요?
장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식물은 자연상태에서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데 인공상태에서는 못하는가 봅니다. 내가 집에서 마님 이 키우는 꽃 죽이는데 선수입니다. 그래서 꽃 곁에도 못갑니다. 금족령.
요즘 태극기는 집회에 나가면 무수히 봅니다. 국경일과 무관하게 볼 수 있으며, 집회 끝나면 길 바닥에도, 쓰레기통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서울시내는 매주 토요일이 국경일같습니다.
곰띠는 단군 역사를 정사로 여기는 비주류 사람들이 모두 곰띠라고 생각합니다. 다 곰띠니 띠방이 필요없이 독존하시면 됩니다.ㅎ
전 낙오된 호랑이라 다른 동물군에 속해있는 띠방에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만.ㅎ
댓글 고맙습니다.
그냥 빠르게 자판기 누른 잡글이지요.
저는 식물을 좋아하면서도 잘 죽이지요. 과잉보호이기에... 식물 뿌리는 수분부족으로 죽는 게 아니라 물에 빠져서 질식사하지요.
뿌리가 썩어서 능정거리면 영락없이 과잉보호...
어제 인터넷 뉴스가 태극기를 혐오까지는 아니어도 별로인 것으로 나타나대요.
태극기가 이제는 데모, 집단시위할 때 사용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뜻?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태극기 단 집이 어쩌다가 보이대요.
국가보다는 개인이 우선인가 싶기도 하고...
몸은 서울에 있는데 마음은 시골에 가 있지요.
이모저모 잘 살펴서 덕담해 준 댓글에 고맙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