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정등(岸樹井藤)
망망한 광야에
한 사람이 길을 가는데 뒤에서 무서운 코끼리가 나타나
그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쫓아오고 있었다.
생사를 눈앞에 두고
정신없이 달아나다 보니 언덕 밑에 우물이 있는데
등나무 덩굴이 그 속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그 사람은
등나무 덩굴을 하나 붙들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
겨우 숨을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물 밑에 샘에는 독룡이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었고
우물 중턱
사방에는 네 마리의 뱀이 입을 벌리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등나무 덩굴을 생명줄로 삼아 공중에 매달려 있자니
두 팔이 아파서 빠질 것 같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매달려 있는 그 등나무 위에는 흰쥐와 검은 쥐
두 마리가 나타나 그 덩굴을 쏠고 있지 않은가
만일 등나무 덩굴을
쥐가 쏠아서 그냥 끊어진다든지 또는 두 팔의 힘이 다해
아래로 떨어진다면
그대로
독룡에게 잡아먹히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그 경황 중에
얼핏 머리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등나무 위에
있는 벌집 속에서
달콤한
꿀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서
입속으로 들어왔다.
이 사람은
꿀을 받아먹는 동안에 자기의 위태로운 상황도
모두 잊고 황홀경에 도취되어 버렸다.
*
*
*
이 이야기는
인생을 묘사한 부처님의
비유로써
한 사람이란
생사고해에서 헤매는 모든 중생들의 고독한
모습을 말한 것이요
망망한 광야는
생사의 광야 곧 중생이 그 지은 업에 따라 윤회한다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하늘의 여섯 세계(六道)이며
쫓아오는 코끼리는
아무 예고도 없이 홀연히 목숨을 앗아가는 살기(殺鬼)요
우물은 이 세상이고 독룡은 지옥이다.
네 마리의 뱀은
몸의 네 가지 구성요소(4대 구성요소)인
흙과 물과 불과 바람이며
등나무는
괴로움의 결실을 맺는 중생의 어리석음(無明)을
가리키는 것이다
등 나무 덩굴은
사람의 생명줄이고 흰쥐와 검은 쥐는 일월이
교차하는 낮과 밤이며
벌집 속의 꿀은
소위 눈앞에 오욕락(五欲樂)이란 것이니 재물과
색과 음식과 잠과 명예욕이다.
이것이 바로
생사고해에서 헤매는 중생을 비유하여 말한
안수정 등(岸樹井藤)이란 유명한 이야기다.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생사 해탈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그런데
중생들은 아무리 진리를 말해주어도 믿지 않고
그 꿀 방울에 애착하며
죄업에
파묻혀서 무상하며 위태로운 것을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출처] 안수정등(岸樹井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