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SOFA 국민행동 김용한 집행위원장님 글입니다.
사례 중심으로 살펴 본 주한미군 이야기
1. 심장병 환자 이야기
1. 소방수 이야기(일제 해방, 6.25 지원, 계속 주둔)
1. 짐 콜스 이야기
1. 6.25 때 신설 기지 이야기(철거, 무보상, 한)
1. 노근리와 삼천리 이야기
1. 기지 반환, 이전, 확장 이야기
1. 케네스 마클과 윤금이 이야기
1. SOFA와 MD, 그리고 MDT 이야기
1. 포름 알데히드 이야기
1. 무기 강매 이야기
1. 매향리와 록히드 마틴 이야기
1. 토마스 슈워츠와 랜드 연구소의 미군 기지 반환 이야기
1. 방위비 분담금 협정(SOFA 특별협정) 이야기
1. 부산 하야리야 이야기
1. 평택 석유 다리 이야기
1. 오키나와 이야기
1. 오오사카 이야기
1. 필리핀 이야기
1. 해군 제독 이야기
1. 구호에서 조직으로
▣ "심장병 환자 이야기"
한 가지 비유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머니가 심장병에 걸린 집이 있습니다. 식구 가운데 심장병 전문의가 없습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는 이가 없습니다. 치료비를 구하려, 심장병 전문 병원이 어딘지 알아보러 여기저기 뛰어 다닙니다. 경험자 얘기도 들어보고 인터넷도 뒤져가며 여러 가지 정보도 찾아봅니다. 기도원이나 요양원, 심지어는 점쟁이나 무당까지도 찾아가 봅니다. 물론 민간요법도 알아보지요.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투약도 하고 치료도 받고 주사도 맞고, 수술도 받게 합니다. 심장병을 실제로 고치는 게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온 집안 식구가 뛰어다니며 어머니 심장병을 고쳐 드리는 집안이 '된 집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는 돈도 없는데, 뭐." "나는 심장병 전문가가 아니라서……." 하며 서로 책임을 미루는 집안은 '볼장 다 본 집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민족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조국이 미군기지라는 심장병을 앓으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가하는지 몰라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섰습니다. 저는 물론 미군기지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제 정치나 국제법, 심지어는 정치학이나 사회학·군사학·법학 같은 유사 학문을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하다 못해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 국사나 세계사 같은 역사학이나 국문학이나 영미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독일 문학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지난 16년 동안 서울대, 한양대, 광운대, 순천향대, 충북대, 대구대, 영남대, 경문대 같은 대학에서 독일어와 독일 문학을 강의해 오고 있는 사람입니다. 괴테나 쉴러, 토마스 만, 하이네, 헤세, 카프가, 브레히트, 피스카토르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감상도 하고 분석도 하고 평가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번역도 하고 여기저기 매체에 기고도 하고, 강연이나 방송 평론 같은 것도 합니다. 심지어 초등학생 글쓰기 지도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구속되는 바람에 12주짜리 강의를 9주밖에 못하고, 방송도 한 달 이상 펑크 내고, 강연은 모조리 취소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관련자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재판의 경과에 따라서는 2학기 강의조차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SOFA나 한미상호방위조약 같은 것과 전혀 무관할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저같은 사람이 나서는 것보다는, 대학 때부터 법학을 전공하신 재판장님과 판검사님들이 나서 주시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법을 모르는 저희 같은 사람들이 나서니까, 이런 데까지 붙잡혀 와서 재판이란 걸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요, 엘리뜨들이신 여러분 같은 법조인들께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SOFA 전면 개정, 매향리 록히드 마틴 폭격장 폐쇄를 위해 적극 나서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그런 점에서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저희들에게 형량을 선고하시기 전에 매향리를 한 번 다녀와 주셨으면 합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시는 줄 알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재판이니만큼 꼭 한 번 시간을 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재판장님과 판사님들께서 나중에 대법관 인사 청문회에 나오실 때 이번 재판 기록이 영광스럽고 자랑스럽고 유리한 자료로 쓰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네 분 모두 대법관까지 승진하시길 빌며, 이상으로 모두 진술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소방수 이야기"
미국과 관련해서 다른 나라의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그런 나라들과 다르다. 우리 나라는 미국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미국은 일제 식민지에서 우리 나라를 해방도 시켜 주었고, 쵸콜렛과 밀가루도 많이 지원했으며, 6.25 때도 지켜 주었고, 그 뒤로도 계속 남침을 막아 주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김종일 위원장과 함께 미대사관 정치과에 들어가 만난 2등 서기관 제시 커티스도 그런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사실 그런 얘기에 동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백 번을 양보해서 미국이 전에 우리를 도와주었고, 지금도 도와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 관해서 저는 미 대사관뿐만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야기하고 있는 비유 하나를 들겠습니다.
한 집에 불이 났습니다. 소방수가 달려와서 그 불을 꺼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방수는 고맙게도 '이 집에 불이 언제 또 날지 모르니 계속 지켜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집주인은 초소도 지어주고, 밤참도 내다 주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그 집 물건이 하나 둘씩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힘들게 노력한 끝에 도둑을 잡고 보니 바로 그 소방수였습니다. 도둑질을 하다 붙잡힌 소방수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내가 불 안 꺼 줬으면 다 타서 없어졌을 물건인데, 그것 좀 몇 개 가져갔기로서니 무슨 항의냐? 배은망덕하게시리!"
그 말이 그럴 듯해서 그 집주인이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랬더니 마침내 그 소방수는 그 아내와 딸들을 겁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내가 불 안 꺼 줬으면 다 타 죽었을 여자들인데, 내가 겁탈 좀 했기로서니 무슨 항의냐? 배은망덕하게시리!"
범죄를 저지른 소방수는 의기양양한데, 집주인은 꼼짝 못합니다. 이제까지 우리 정부는 언제나 이 못난 집주인이었고, 미국은 우리에게 언제나 이 소방수였습니다. 미국과 우리 나라의 관계가 언제까지나 이 모양일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된 가장이라면 '배은망덕'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한 저주를 듣더라도, 아니 군홧발에 짓밟히고, 물대포에 얻어맞아 날아가고, 주먹과 흉기로 맞아 온몸이 멍들고 피투성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싸워서 그 놈의 못된 소방수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정부와 국가도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역대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현 정부도 '국민의 정부'라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제가 이런 비유를 말씀 드린 데 대해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한 생명이라도, 한 가재 도구라도 더 건져내기 위해 목숨 걸고 불에 뛰어드는 수많은 소방관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깎아내리기 위해서 한 말아 아니라는 점까지 분명히 밝혀 드립니다.
▣ "매향리 폭격장은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의 폭격장입니다"
다음은 오늘 재판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되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재판은 매향리 미공군 폭격장 폐쇄 운동 과정에서 생긴 집시법 위번 등과 관련된 재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범국민적으로 폐쇄운동을 벌이고 있는 매향리 폭격장이 록히드 마틴사의 폭격장이지 미공군의 폭격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들 아시는 대로 이 폭격장은 미국인들이 '쿠니 레인지'라고 부르는 바람에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에 '쿠니'라 알려져 있고, '레인지'는 우리말로 '사격장'이라고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쿠니'는 '고온리'의 미국식 틀린 발음이라는 게 드러났고, 한겨레같은 일부 언론에서는 '고온리 사격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영어의 '레인지'를 '사격장'으로 번역한 것은 잘못입니다. 물론 '레인지'가 사격장이란 뜻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사격만 하는 'Shooting range'가 아니라, 폭격기들이 폭격을 퍼부어대는 'Bombing range'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영어의 레인지에 폭격장이란 뜻이 없다 하더라도 실제로 사격만이 아니라 폭격을 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폭격장'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미군들이 부르는 대로 따라 부르다 보면 엉뚱한 오류를 범하게 되는데, 오산 미공군기지도 그런 예에 속합니다.
미국인들이 오산에어베이스, 오산에어베이스 하니까 우리나라 사람들까지도 오산미공군기지로 부르는데, 그러다 보니까 오산미공군기지가 오산에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오산미공군기지가 오산에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오산에는 미공군기지가 없고, 오산미공군기지라는 이름의 미공군기지는 평택에 있습니다. 평택이라는 발음이 좀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자기들 멋대로 근처에 있는 오산이라는 지명을 따다 붙인 건데, 우리가 그걸 따라 부를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그런 이유 때문에 '매향리 미공군 국제 폭격장'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국제'라는 말을 붙인 것은 주한미공군뿐만 아니라, 오키나와나 일본, 필리핀, 괌 같은 곳은 물론 미국 본토에 있는 미군들까지 날아와서 폭격을 해대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이름조차 잘못되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맨 처음에 양심적 미국인 서 로베르토 신부님께서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서 신부님은 안타깝게도 저희들이 구속된 지 열흘밖에 안된 상태에서 하느님 나라에 가셨습니다. 늦게나마 이 자리를 빌어 서 신부님의 영혼을 위해 명복을 빕니다. 서 신부님은 지금 하늘나라에서 이 재판을 지켜 보고 계실 것입니다.
서 신부님은 소천하시기 바로 얼마 전까지도 미대사관과 매향리를 부지런히 오가시며 주한미군의 만행과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규탄하시며 매향리 폭격장 폐쇄를 소리 높이시던 분입니다.
바로 그런 분이 하루는 제게 폭격장 정문 간판에 록히드 마틴의 이름이 있다시며, "이 폭격장의 프로그램 디렉터가 록히드 마틴임에 틀림 없다"고 덧붙이셨습니다. 그러면서 록히드 마틴은 펜텀기를 비롯한 각종 전투폭격기와 무기를 만들어 파는 회사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뒤로 폭격장 정문에 가 봤는데, 서 신부님이 말씀하신 입간판은 틀만 남아 있고 판이 없어져 버린 뒤였습니다. 저는 폭격장의 프로그램 디렉터라는 게 어떤 역할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는데, 우리가 체포되던 날 밤 그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 16일 밤 9시쯤 매향리 주민 대책위 사무실 앞마당에서 <한-오키 평화기원 보름달축제>의 일환으로 본 행사를 마치고, 손에 손에 횃불을 들고 정문까지 행진을 하려다가 채 100m도 못 가서 체포된 우리는 일명 닭장차에 실려 폭격장 정문을 지나 미군 CP 앞까지 들어갔습니다.
한 10분 남짓 차 안에 갇힌 채 밖을 내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정문에 있는 것과 똑같은 크기의 잎간판을 발견하고는 "바로 저거다!"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입간판에는 석줄이 써 있었는데, 맨 윗줄에는 아주 큰 글씨로 Welcome To Koon-ni, 다음줄엔 중간크기로 Lockheed Martin, 마지막 줄엔 작은 글씨로 Pad Elevation 80 Feet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80피트인지 그 부분은 지금 제 생각이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그것은 해발 몇 미터인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8월 24일 석방된 뒤 확인한 바에 따르면 34피트였음.)
문제는 둘째 줄에 있는 록히드 마틴입니다. Welcome To Koon-ni, 쿠니 그러니까 "매향리 폭격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라는 말 바로 뒤에 있는 록히드 마틴!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공사 중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주인 백" "환영합니다. 주인 백" 바로 그 "주인 백"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 신부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프로그램 디렉터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사장 또는 주인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무기 제조판매상 록히드 마틴이 왜 매향리 폭격장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환영할까?
저는 '닭장차' 안에서 계속 그 생각을 했습니다. 미공군의 국제폭격장이라면, 주한미7공군 사령관 갖고는 안되겠고, 미공군 참모총장이나 미국방장관이 환영해야 맞을 텐데, 왜 국제무기상 록히드 마틴일까?
록히드 마틴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한 자료를 나중에 찾아서 보완을 하겠습니다만, 제가 알고 있는 부분만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록히드 마틴의 이름이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진 것은 일본 수상 다나카에게 5억엔이나 뇌물을 준 것이 들통나 다나카가 수상직을 물러나고 구속까지 됐던 이른바 '록히드스캔들'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 정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76년도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미국에서 민주·공화 양당에도 엄청난 정치자금을 대고, 그 대가로 미국 정부에 엄청난 무기를 팔아먹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다나카를 만나 정상회담이란 걸 하면서도 "록히드 사의 항공기를 사 달라"고 요청한 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대통령이나 수상·총리같은 사람들을 포함해서 전세계 정치권에 뇌물을 바치거나,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여 바치는 이른바 '몸 로비'를 하게 해서 무기를 팔아먹고 있는 사람이며, 그 중에 크게 드러난 것이 바로 '록히드 스캔들'인 것입니다.
전범국가로 패전국이도 한 일본은 최근 자기들도 군대를 가질 수 있는 '보통국가'가 돼야 한다며 이른바 평화헌법을 고치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분명 그런 야욕을 실현하고야 말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평화 애호가들, 특히 일제의 식민지와 전쟁을 치가 떨리도록 경험한 우리 민족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재무장, 일본군의 부활,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팽창을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본조차도 평화 헌법을 흠집낼 엄두조차 못 내던 시절에 수상에게까지 뇌물을 바치며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록히드 마틴이 남북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도 아직까지 정신못차리고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안달하고 있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나 정치권 실세들한테는 어떻게 했을까?
그나마 형식적 민주주의나마 살아 있는 일본이니까, 수상과 관련된 뇌물 사건이라도 언론에 보도할 수 있었고, 검찰이 수상을 소환할 수 있었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막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에서만 터진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록히드 마틴이 매향리 폭격장의 주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간판 하나 갖고 어떻게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고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미국정부에 정확한 해명과 근거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그 해답을 듣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에는 Freedom of Information Act라고 FOIA라는 이름의 정보자유법, 즉 정보공개법이 있어서 지금 문제가 되는 자료를 구하는 것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는 이보다 훨씬 군사기밀에 속할 것 같은 것들도 이 FOIA에 근거하여 자료를 받아내어 책으로 펴내는 미국과 일본의 많은 평화운동가들을 친구로 갖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매향리 폭격장의 주인이 록히드 마틴으로 된 과정이나 시기, 이유 같은 것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있습니다.
한국동란 때 미군들이 아무 데나 천막치고 자리잡아 쓰던 땅을 1967년에 SOFA를 제정할 때 소급해 인정해 주었습니다. 그게 바로 이른바 공여지라는 것인데, 미군 또는 미국정부가 이 공여지의 관리와 운용을 록히드 마틴에게 맡긴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과정이 어떻든 록히드 마틴이 매향리 폭격장의 주인이라는 점은 미국의 군산복합체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침을 막기 위한 방어훈련을 하는 폭격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록히드 마틴 같은 무기 생산업체에게 매향리 폭격장은 천혜의 폭격장일 것입니다. 신무기를 개발하면서 폭파력이나 파괴력 같은 성능 실험도 할 수 있고, 팔아 먹은 무기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탄약고에만 쌓아 놓지 않고 하루에도 수백, 수천발씩 마냥 써먹을 수도 있는 데다, 주변에 적당히 참을성 많은 주민들도 살고 있고, 이들이 어쩌다 반발이라도 할라치면 주동자는 잡아가두고 나머지는 회유 협박해서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준식민지 정부까지 있으니, 지구상 어디에 또 이만한 폭격장이 있겠습니까?
어떻게든 이번에 매향리 주민들과 전국의 시민사회 운동단체들이 모여 만든 <매향리 미공군 국제폭격장 폐쇄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이겨서 매향리 폭격장을 폐쇄하게 되면 한미 두나라 정부는 발칵 뒤집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록히드 마틴이 이 매향리 폭격장 같은 안정적인 폭격장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한미 두나라 정계 지도자들에게 갖다 바친 게 얼만데, 가만히 앉아만 있겠습니까?
그래서 한미 두나라 정부는 엊그제 발표한 미봉책처럼 기총사격장 사격은 중지하고 농섬 폭격장은 연습용탄 폭격용으로 계속 사용하겠다느니 하는 발표를, 문제가 생겨 주민들이 들고 일어날 때마다 되풀이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미국은 '악마의 제국'이라던 소련이 무너진 뒤, 이란이나 이라크, 쿠바, 리비아, 조선 같은 나라들을 '작은 악마'니, '깡패 국가'니 하며 아무리 주변국에 무기를 팔아먹으려 해도 잘 팔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요즘엔 군데군데 일어나주던 전쟁마저 잘 안터져 주는데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서마저 평화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으니, 매향리 같은 천혜의 폭격장을 잃으면 록히드 마틴 같은 군수산업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게 될지 뻔합니다.
그러면 열 명에 두 명꼴로 군수산업에 근무하는 미국의 노동계가 흔들리고, 나아가 가족은 물론 하청공장까지 연쇄로 무너져 미국 경제 전체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죠. 하기야 무기 산업으로 세계 경제 전체를 지배하려는 미국의 경제는 세계 평화를 위해 마땅히 무너져 줘야 한다고 봅니다만, 미국은 저 비도덕적인 서머스 같은 자를 재무장관으로 발탁해 쓰는 나라입니다.
그는 독성폐기물을 미국이 아니라 미개한 나라에 버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며, 그 까닭은 미개한 나라에서는 그러잖아도 불치병도 많고 영아사망률도 높기 때문이라는 거였습니다. 미개국 사람들한테 맞아죽어도 싼 이런 발언을 해서 엄청난 반발을 산 인물을 재무장관으로 발탁해 쓰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미국은 그렇게도 자기나라만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나란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국가의 3대요소가 국민, 영토, 주권으로 알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도 제대로 책임도 못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수백, 수천 명의 양민을 학살하니 항의를 할 줄 아나? 폭격 훈련한다고 수십, 수백 명씩 죽이거나 부상을 입히니 대들 줄을 아나? 50년 폭격으로 섬들을 없애버리니 지도가 바뀌었다고 슬퍼할 줄을 아나? 살인범, 강간범을 잡으니 재판권을 행사할 줄 아나? 군사작전 통제권을 돌려 달란 소릴 할 줄 아나? 이게 도대체 나랍니까? 너랍니까?
겉으로만 독립국이지 속을 보면 거의 아직도 식민집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신식민지라고도 하는데, 저는 준식민지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늘의 이 재판도 준식민지의 상황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을 끌어다가 재판을 하는 나라가 독립된 주권국입니까? 그것도 인멸할 증거는 뭐가 있고 도주할 데가 어디 있다고 신병까지 한 달 이상씩 구속시켜 놓고 말입니다.
거기까진 인정한다 해도 아직은 무죄 상태인데 여기저기 불러낼 때마다 수갑도 채우고 포승줄로 꽁꽁묶고 그것도 모자라 굴비 엮듯이 여러 명을 한꺼번에 엮어서 끌고 다닙니다. 오늘도 그렇게 끌려 왔습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요 문앞에서는 다 풀어줍니다.
재판 끝나고 나가기만 하면 다시 채우고 묶고 엮어서 끌고갈 거면서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대우를 받고 있는데, 92년 엽기적 살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마 주한미군 케네스 마클은 지금 천안 외국인 교도소에서 호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1.31평 독거실에 3명, 2.31평 중방에 7명, 3평 남짓한 대방에 12명씩 때려 넣는 바람에 자다가 몸만 뒤척이면 옆사람 어깨와 살이 달라 붙습니다. 종교 시간도 없습니다. 무죄 추정이 아니라 살인마보다 더 악랄한 대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지금 전세계의 평화 분위기를 깨기 위해, 조선이 자기 나라 본토를 미사일로 공격하려 한다고 떠벌여 위기 의식을 고취시킨 뒤 NMD다 BMD다, TMD다 하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난립니다.
우리도 우리의 국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안보는 세상에 없는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틈만 있으면 통일 뒤에도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통일이 돼도 매향리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야 한다는 건가요? 그 따위 통일을 매향리 주민들이 바라기나 하겠습니까?
매향리 폭격장이 주한 미공군의 폭격장이라고 해도, 더 이상의 인명피해와 자연환경, 인문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공여를 해제하여 돌려 받아야 합니다.
하물려 록히드 마틴이라는 무기회사의 폭격장인데 뭘 망설일 필요가 있습니까? 즉각 반환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매향리 폭격장은 즉각 폐쇄하여 평화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 "스메들리 버틀러 미 해군 제독의 양심 선언 이야기"
여기 미군이 세계를 다니면서 무슨 짓을 하는지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증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스메들리 버틀러라는 미 해군 제독 출신의 증언입니다.
"나는 33년 4개월 동안 우리 나라의 가장 날쌘 군대인 해군에서 근무했다.
나는 소위에서 제독까지 모든 자리를 다 거쳤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나는 시간의 대부분을 대기업과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의 고위 폭력단원으로 보냈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 석유 회사의 이익을 위해 멕시코, 특히 탐피코에서 위험물을 제거해 주었다.
나는 내셔널 시티은행이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이티와 쿠바에 튼튼한 발판을 만드는 것을 도왔다.
나는 1909년에서 1912년까지 국제 금융 회사인 브라운 브라더스를 위해 니카라과를 조용히 만들었다.
1916년 미국 설탕 회사의 이익을 위해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갔으며, 1903년 미국 과일 회사를 위해 온두라스를 조용히 만들었다.
1927년 중국에서 스탠더드 석유 회사가 방해를 받지 않도록 돌보았다.
그 기간 동안 나는 거물급 사기꾼이었다. 나는 명예와 훈장, 칭찬을 받았다. 아마 알 카포네는 나한테서 무언가를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껏해야 3개 도시에서 움직였을 뿐이다. 우리 해군은 3개 대륙에 걸쳐서 활동했다."
70∼80년 전 활동했던 미 해군 제독의 이야기이지만, 현재 첨단도청 부대인 에셜론과 인공위성, CIA, IMF, WTO, 신자유주의 같은 것으로 전 세계를 손에 쥐고 흔드는 미국의 공군 장성은, 매향리 폭격장과 관련하여 나중에 이렇게 양심 선언을 하지는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우리는 1951년 한국의 매향리에 드넓은 폭격장을 확보한 뒤, 록히드 마틴을 위해 한국 정계 지도자들과 매향리 주민들을 조용하게 했다."
저는 이런 양심 선언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