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진위천 취수장 폐쇄 결정
민관 해제 노력 결실
지난달인 4월 17일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상생협약식’에서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과 정장선 평택시장이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서에 공식 서명했기 때문이다.
두 지방정부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던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 해제 협약에 서명하기까지 무려 45년이 걸린 것이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상생 협약은 그동안 수 차례 있었다. 하지만 취수장 폐쇄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가 아닌 상수원 규제 합리화라는 명칭으로 협약서가 작성됐다.
용인시를 비롯한 환경부, 경기도, 평택·안성시, 한국농어촌공사 등 6개 기관은 2021년 6월 경기연구원 대회의실에서 ‘평택호 유역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경기도 행정1부지사, 한강유역환경청장, 백군기 전 용인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6개 기관은 2030년까지 평택호 수질을 총유기탄소(TOC) 기준 3등급 달성을 위한 수질개선 사업과 함께 상수원 규제 합리화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용인·평택·안성 등 3개 시는 평택호 수질개선을 위해 하수처리장 신‧증설, 비점오염 저감시설 확충 등 수질개선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생태습지 조성, 축산분뇨 공공처리 등 상생협력 사업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평택시는 수질개선 사업 이행 단계에 따라 지방상수원 실태조사, 수도권정비계획 변경 용역과 환경부 승인 요청 등 규제 합리화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수질개선 사업과 규제 합리화 이행상황 점검과 함께 행‧재정적 지원, 협력체계 구축을 맡으며, 환경부는 평택호 상류 유역의 수질·수생태계 보전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규제 합리화는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용인시는 설명했지만 3년 가까이 큰 진전은 없었다.
협약에 앞서 2019년부터 3개 시 주민대표와 도‧시의원, 수질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정 정책협의체는 2년간 협의 끝에 합의안을 마련, 해당 시의회를 통해 동의안 의결을 받았다. 당
시 용인시의회는 상수원 규제를 합리화하는 내용의 ‘평택호 유역 상생협력 업무협약 동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용인·평택 상생협력 합의 후 10년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둘러싼 용인시와 평택시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는 2015년이다.
대규모 시위, 용인시민 20만 명 서명, 용인시의회 해제 특위 구성, 그로 인한 경기도 중재를 통한 공동 연구용역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 지난 2024년,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협약서 서명까지 10년이 걸렸다.
경기도와 용인·평택·안성시 등 3개 시는 2015년 12월 경기도 주최로 열린 ‘2차 상생협력 토론회’에서 송탄상수원보호구역과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공동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지사와 용인시장, 평택시장, 안성시장은 진위천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에 합의하고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서에 따르면 경기도와 용인·평택·안성시는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4개 기관은 진위·안성천과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그 결과물로 상수원보호구역이 일부 조정되긴 했지만 해제라는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
그나마 이같은 용역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남사 주민들의 지속적인 투쟁과 용인시·용인시의회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용인시민들과 정치권이 용인시 발전을 가로막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평택시의 지역이기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며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지정해제대책위원회는 2015년 8월 용인시와 안성시민 7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평택시청 앞에서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지정해제 촉구를 위한 용인시민 궐기대회’를 갖고 보호구역 해제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궐기대회를 주관한 남사면대책위원회 이한성 위원장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수혜는 평택이 보고 용인시와 안성시는 규제만 당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면서 “그간의 고통과 족쇄에서 꼭 벗어나야 하며 보호구역을 반드시 해제해 시민의 재산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당시 선언문을 통해 평택시는 대체 상수원이 개발되면 진위천 취수장을 폐쇄한다고 수없이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면서 보호구역 해제와 지자체 간 갈등 해소에 경기도와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서명운동도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서명에 참여한 용인시민은 20만 명이 넘었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용인시의회는 2015년 10월 ‘제2회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남홍숙)’ 회의를 열고 활동계획을 수립하는 등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특위는 먹는 물로서 기능을 상실한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을 시작으로 범시민 캠페인과 진위천에 대한 수질검사, 상수원보호구역 피해를 겪는 안성시의회와의 연대를 통한 공동대응, 법령 개정과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건의 등의 활동을 펼쳤다.
특위는 제202회 용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원 27명 전원 명의로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왜 지정됐나
평택시와 물 갈등은 1973년 아산만 방조제 건설로 평택호가 조성되고, 1979년 평택시 송탄취수장과 유천취수장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평택시는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인한 급수 수요량 증가에 따라 원활한 상수도 보급을 위해 진위천 지하수를 취수해 상수원으로 사용하게 됐다.
1979년 3월 경기도는 평택시 북부지역(옛 송탄시) 상수원 수질보전을 명분으로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부 지역부터 평택시 진위면 일대까지 유역면적 3.99㎢를 송탄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용인시와 평택시가 갈등을 빚자 2008년 12월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상수원보호구역 면적은 1.57㎢로 축소됐다.
하지만 보호구역 경계-취수시설로부터 7km 안은 공장 설립이 불가능하고, 취수시설부터 7㎞·보호구역 경계로부터 10km 안은 공장설립 승인지역으로 공장설립이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이 때문에 송탄상수원보호구역으로 규제를 받는 용인시 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22배에 달하는 63.72㎢에 달했다.
용인시 전체 면적의 10%가 취수원 보호를 명분으로 각종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평택호 상류의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평택시와 평택호 상류 지역 개발이 막힌 용인·안성시간 갈등이 불거졌다.
용인시는 재산권 침해 등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해 왔다. 반면 평택시는 상류지역이 개발되면 최하류인 평택호 수질이 더 나빠진다며 규제 해소에 부정적이었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한 관리 책임과 권한은 취수시설이 위치한 평택시에 있다.
규제를 완화하려면 취수원 관리권자인 평택시가 환경부에 수도권정비계획 변경 등을 요청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용인과 안성은 선 규제 완화 조치 후 수질개선을 주장했고, 평택시는 선 평택호 수질개선 후 규제 완화를 논의하자며 40년 넘게 평행선을 달려왔다.
“상생협력 결실 환영, 환경 지키는 개발도 중요”
용인시와 평택시 간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40년 넘게 피해를 본 남사지역 주민들은 크게 환영했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지정해제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해온 최영주 남사읍이장협의회장은 “송탄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인한 규제 때문에 주민들이 재산권을 침해 받았는데,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된다는 반가운 소식에 주민들 모두 환영하고 기뻐하고 있다”며 반겼다.
최 회장은 “주민들은 그동안 토지에 대한 재산권은 물론, 수도법에 의해 건축물이나 공장 신·증축, 철거 등의 규제를 받는 등 피해를 받아 왔다”며 “수십 년 선배들의 수고와 용인시와 평택시, 안성시 등이 민관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상생 협력을 위한 노력의 결실이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계기로 이뤄진 데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되면 남사에 인프라가 구축되고 사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발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개발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더 철저하게 하천과 환경을 지키며 인프라가 형성되고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