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이준석과 ‘10원 한 장’의 公正 2022년 대선 시대정신은 공정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6-10 00:00수정 2021-06-10 01:17
국민의힘 당대표 소명은 정권교체 못 한다면 정계 은퇴 각오돼 있나 2022년 대선 시대정신은 공정 윤석열도 공정한 출발선에 서야
1985년생 이준석이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 최연소 당대표가 된대도 한껏 기뻐할 수 없을 것이다. 내년 3월 9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하면 천하 죄인으로 정계 은퇴를 해야 할 운명이다.
물론 다른 후보자들도 당대표가 되면 혼신의 힘을 다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실패해도 지금껏 그래왔듯, 다음에 또 출마하거나 외유를 하거나 탈당 또는 마라톤을 하면 된다. 이준석은 다르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내게 당대표는 독이 든 성배”라며 “유승민이든 윤석열이든 홍준표든 아니면 안철수든 누구든 대통령을 만들어야지, 대통령 후보를 만드는 게 내 목적이 될 순 없다”고 했다. 대권 창출을 못 하면 조기 정계 은퇴를 할 각오라는 얘기다.
젊은 세대의 정치는 이렇게 다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모처럼 핫하고 힙해진 이유다.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이준석이 몰고 나온 또 하나의 화두가 공정한 경쟁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정세균 전 총리는 “대선 관리라는 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長幼有序)도 있고…” 했다가 당장 이준석한테 “시험 과목에서 장유유서를 빼는 것이 공정한 경쟁” 소리를 들었다. 발칙하다. 정권교체만 할 수 있다면 어린 고양이면 어떻고 늙은 고양이면 어떠냐는 소묘노묘론(少猫老猫論)이 나올 판이다.
주요기사 일각에선 공정 아닌 ‘경쟁’에 방점을 찍고 “이준석은 실력주의자”라고 공격한다. 이 정권처럼 운동권 네트워크끼리 봐주는 패거리주의자나 시대착오적 마오쩌둥주의자보다는 백배 낫다. 실제로 이준석은 교육봉사로 뒤처진 아이들을 공부시켜선 스스로 꿈을 이루게 도와준 경험도 있다. 여자라고, 청년이라고, 약자 취급하며 봐주는 할당제보다는 공정한 실력주의가 훨씬 유쾌하고 정의롭다.
2022년 대선을 관통할 시대정신이 공정이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다시 입에 올리기도 싫지만 이게 무너졌기에 반드시 세워야 하는 거다. 계간 철학과 현실 봄호는 ‘공정의 문제와 능력주의’ 특집에서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붕괴가 낳은 불공정과 부정의가 심각해져 공정과 정의가 다시 시대정신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2019년 7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핵심 가치가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이었다. 그는 사퇴 직후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 관련 인터뷰에서도 “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공정한 경쟁이고 청년들이 공정한 경쟁을 믿지 못하면 나라 미래가 없다”고 개탄했다. 심지어 차기 대선주자로 윤석열을 지지하는 전문가들 모임의 이름도 공정과 상식이다.
문제는, 문 정권의 공정은 다르다는 점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선택적 정의’가 횡행한다. 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면 국민의힘이라도 당헌·당규를 공정하게 적용해 국민 분노를 풀어줘야 옳다. 차기 대선 경선은 7월 12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해 전국 순회경선과 온라인·현장투표를 거쳐 11월 9일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선 나도 기대가 크다. 그러나 아직 입당 의사도 밝히지 않은 특정인을 기다릴 게 아니라 ‘버스 정시 출발’해야 한다는 당대표 후보는 이준석 정도다. 나경원은 대선 경선 일정을 추석인 9월 21일 이후로 늦춰서 명망가들을 모두 영입해 원샷 경선을 치르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석열을 위해 제1 야당 당헌·당규를 어기는 건 과연 공정한가.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가 2012년 단일화 놀음을 하면서 국민을 희망고문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어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윤석열은 “(재판 받는)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 준 것이 없다고 말한 입장 그대로인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며칠 전 “검사의 전문적 식견으로서 사안을 들여다보고 판단했다면 나중에 그 결과까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던 이준석 말은, 아프지만 옳다.
내년 대선에서 우리는 법치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제왕적 대통령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불행한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석열은 10원 한 장의 불의도 미리 밝힐 의무가 있다. 11일 누가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든 대선 경선도, 대선도 공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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