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사건으로 구속 중인 드루킹(본명: 김동원)은 ‘경공모’라는 카페회원들에게 친필 옥중서신을 내려 보내 그들만의 정치를 시작했다. 편지 내용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구속은 정치적 보복에 가깝다”거나 “조용히 처리해야 형량이 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있고, "집행유예를 받고 나가는 게 최선“이라는 희망사항도 들어 있으며, ”아마 저들은 저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편지 내용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구절은 “저들은 저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구절이다.
드루킹이 지목한 “저들이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가 없다.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은 한 꺼풀을 벗길 때마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쌓여 간다고 할 수가 있다.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를 살짝 열어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드루킹이 주도한 경인선(經人先: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의 약자) 회원들이 모여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 속에는 놀랍게도 문재인 후보의 부인이었던 김정숙이 등장하여 경인선, 경인선으로 가자고 외치는 장면도 있었고 김정숙의 곁에는 김경수 의원이 동행하고 있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이 장면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경공모 회원이 집결한 그 자리에 당시 문재인 후보의 부인이었던 김정숙과 측근인 김경수까지 나타나 경인선을 외쳤다는 것은 문재인 진영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았던 매우 중요한 존재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흔히 부부를 실과 바늘과도 같은 사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부창부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방송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문재인 부부는 금슬이 좋은 부부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아내가 경인선에 가서 구호를 외치고 왔다는 것을 문재인이 몰랐을 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상식이다. 그런데도 아내가 그곳에 다녀왔다는 다는 것을 문재인이 몰랐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이외에도 드루킹이 집권여당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았던 정황은 또 있다. 작년 9월, 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요구하여 대선 기간에 있었던 국회의원 및 당직자에 대한 상호간 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취하하기로 합의한 9건의 사건 중에 국회의원과 당직자가 아니 민간인 신분에 불과한 드루킹이 몰래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취하해 달라고 요청한 고발사건 중, 민간인 신분으로는 유일하게 드루킹을 포함되었다는 것은 민주당 지도부나 혹은 대선 캠프의 핵심 관계자들도 드루킹 일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발대상에서 제외시켜 덮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민주당은 드루킹 일당이 저지른 댓글조작 행위는 당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개인의 일탈 행위에 불과한 범행이었다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것도 거짓말일 가능성에 매우 크다. 어쩌면 김경수는 드루킹과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김경수는 민주당 지도부와의 상의를 통해 경남지사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은 서울경찰청의 수상하기 짝이 없는 수사로 인해 아직 걸음마도 떼지 않았고, 검찰은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여 기대할 것이 전무한 실정이다.
김경수가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것도 자신의 정당함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피의자 신분으로 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출마를 선언한 것을 보면 민주당과 상의를 한 것이 아니라, 권력 핵심층과 수사기관 지도부 간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가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경수가 법망에서 빠져나갈 충분한 여건이 성립된다고 판단하고 그 내용을 김경수와 상의했을지도 모른다. 김경수는 특검도 수용하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특검도입을 반대했다.
청와대의 특검 수용 반대는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기도 했다. 김경수 보호 차원에서도 경찰과 검찰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권력이 특검을 수용할 리가 만무하다고 보였을 뿐 아니라 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해야만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롭게 드러난 사실 중에는 김경수가 문재인에게 유리한 기사 10건의 주소(URL)를 드루킹에게 보냈고 드루킹으로부터 처리하겠다고 답변한 내용도 확인되었다고 한 언론이 보도한 것을 보면 김경수의 거짓 해명에 대한 수사는 필연적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인해 끝내 4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정원의 댓글사건은 국가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체제수호의 성격도 있는 반면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은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행위로써 범의(犯意)의 성격 차체가 다르다고 할 수가 있다. 따라서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은 특검이 아니고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만으로는 결코 전모를 밝힐 수가 없는 상황까지 왔다. 특검도 민주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피의자가 될지도 모를 김경수가 경남지사 출마를 취소하지도 않을 것이며, 집권세력은 김경수의 정당함을 밝혀주기 위해 당선에 총동원령을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할 수 있는 방법은 경남 주민들에게 직접 심판해 달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