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사랑했네
사랑을 얻고 나는 오래도록 슬펐다.
사랑을 얻는다는건
너를 가질수 있다는 게 아니었으므로.
너를 체념하고 보내는 것이었으므로.
너를 얻어도, 혹은 너를 잃어도
사라지지 않는 슬픔 같은 것.
아아 나는 당신이 떠나는 길을 막지 못했네.
미치도록 한사람을 사랑했고,
그 슬픔에 빠져 나는 세상 다 살았네.
세상살이 이제 그만 접고 싶었네.
한 사람을 사랑했네 1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 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 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 전에는 결코 잊지 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리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한 사람을 사랑했네 4
차라리 잊어야 하리라. 할 때
당신은 또 내게 오십니다.
한동안 힘들고 외로워도
더 이상 찾지 않으리라, 할 때
당신은 또 이미 저만치 오십니다.
어쩌란 말입니까, 그대여.
잊고자 할 때
그대는 내게 더 가득 쌓이는 것을.
너무 깊숙이 내안에 있어
이제는 꺼낼 수도 없는 그대를.
새벽안개
새벽을 사랑하겠네.
그 첫새벽에 피어오르는 안개를 사랑하겠네.
안개 속에 햇살이 그물망처럼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것을 사랑하겠네.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
아니면 나를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
안개가 되어 서성이는 창가.
그창가를 사랑하겠네
나는 그렇게 새벽마다 수없이 그대를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네
내 속에 있는 그대를 지우는,
혹은 그대 속에 있는 나를 지우는,
내가 나로 돌아올 수 있는
그 투명한 시간,
그 안타까운 슬픔을 사랑하겠네.
바람 속을 걷는 법
바람이 불었다.
나는 비틀거렸고,
함께 걸어주는 이가
그리웠다.
별
너에게 가지 못하고
나는 서성인다.
내 목소리 닿을 수 없는
먼 곳의 이름이여.
차마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다만 보고 싶었다고만 말하는 그대여.
그대는 정녕 한 발짝도
내게 내려오지 않긴가요.
사랑은
사랑은, 꿈 같은 것이다.
꿈처럼 허망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깨고 난 뒤에야 진실을 깨닫게 하므로.
지금 내가 처해 있는 현실.
그것을 보다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현실의 벽이 높더라도, 그것을 인식했더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랑.
사랑은 바로 그런 것이다
철저히 현실을 깨닫게 해주지만
철저히 그 현실을 벗어나고 싶게 하는.
사랑
마음과 마음 사이에
무지개 하나가 놓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그대 다시 돌아오리라
저 멀리 사라지는 것 같지만
흘러가는 강물은 곧 다시 돌아옵니다.
비구름 되어 다시 돌아옵니다.
지고 말면 그뿐인 것 같은 낙엽 또한
봄이 되어 새잎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강의 상류에서 바다로 먼 길 떠난 연어도
때가 되면 다시 거슬러 돌아옵니다.
세상 만물은 그렇게
제자리를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일 뿐
언젠가는 제자리 찾아 지친 몸 누이게 되지요.
바람은 바람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물은 물대로
그대 지금 떠난대도
곧 다시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내가 그대를 보내지 않는 한
그대 자리는 이곳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멀리 가지는 마세요.
너무 오래 비워두진 마세요.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정호승 시인님의 시 '부치지 않은 편지'를 읽고)
그대 굳이 아는척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굳이 짝사랑이아닌 그 누구나
사랑때문에 밤잠을 설쳐본 이라면 다들 공감하는 이정하 시인의 시들이에요
제일 마지막 시는 가슴 깊이 짝사랑 중인 저의 신조이기도 해요.. 제일 좋아하는 시이도 하구요
굳이 이성간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애틋한 감정을 품는 모든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것 같아요
오늘 부터 장마 시작이라는데 지금 제가 듣고 있는 빗소리와 잘 어울리는것 같네요.
부디 이 글이 혹진분들 여린 가슴에 단비가 되었길 바랍니다!
출처는 이정하 시인의 시집 - 편지
혹여나 오타가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ㅠㅜㅠㅠ저두 독하게 맘 접고 싶지만 쉽지가 않네요..ㅠㅜ 부디 친구분께 도움이 되길!
댓글 구걸해 봅니다.
댓글 달아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련돋지요..ㅠㅜㅠ 또르르...
이정하 시 모음
댓글!
헐 ㅠㅠㅠ 댓글조..ㅁ...또르르
또르르...댓글염..ㅠㅜㅠ
사랑의 이율배반이 없군요.. 이정하 시인 시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인데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아 넣으려고 고민하다가 말았는데, 이율배반도 참 좋은시이죠...ㅎㅎ
인쇄해야지
에헿헿 감사합니다
다른카페에 퍼갈께요! 감사합니다! !
제가 더 감사드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너무 좋죠.. 지금 제 맘과 같은..어허허
가슴 찡한 글들..... 잘 보고, 듣고 갑니다.... 아, 사람의 생이란,
네 감사합니다ㅠㅜㅠㅠ심금을 울려요..
메일스크랩해가요....찡하다...
저도 항상봐도 찌잉하네요...
한 사람을 사랑했네 4 이거이거 진짜 미치겠으뮤ㅠㅠㅠㅠㅠ아 갑자기 첫사랑생각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ㅜㅜㅠㅠㅜㅠㅜㅠㅜ아고고고 정곡을 찌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