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 막은 유가상한제
유가 오르며 큰 힘 발휘 못해
미제재국가 중심 거래 활발
FT ' 올봄 원유공급 50% 늘어'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이 지난해 말 도입한 러시아 유가 상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봄 들어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50%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에너지 컨설턴팅사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FT는 자체 해운.보험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8월 러시아산 원유의 해상 운송량 중 약 4분의 3이 서방 측 해상 운송 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상태로 이동했는데, 이는 러시아 제재가 사실상 무력회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플이헸다.
러시아산 원유가 서방 측 보험 없이도 거래된다는 것은 러시아가 유가 상한 제재와 관계없이 가격을 높게 매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러시아의 주력 수출 원유는 올해 7월 이후 배럴당 평균 60달러를 넘어섰고,
이달 23일 기준 80.85달러에 거래되는 식으로 가격이 올랐다.
G7이 도입한 유가 상한제는 러시아 원유 가격을 60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통상 원유를 해상에서 운반할 때는 서방 기업의 운송보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러시아산 원유는60달러보다 낮을 때에만
보험을 들 수 있도록 제재했다.
러시아가 서방 측 보험을 들지 않고도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것은 '그림자 선단' 떄문이다.
그림자 선단이란 글로벌 정유사나 해상 운송 보험사를 거치지 않고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와
거래하는 유조선을 말한다.
러시아는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원유 공급을 감산해 국제유가를 높인 뒤, 유가상승세를 틈타 보험을 적용받지 않고도
그림자 선단을 거쳐 원유 수출 이익을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올해 3월 CNN은 라시아 원유를 실어 나르는 그림자 선단 규모가 6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싱크탱크 키이우 경제대학(KSE)은 올해 러시아 석유 수출 이익이 이전보다 최소 15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벤 힐겐스톡 KSE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제재가 시작된 지난해 2월 이후 러시아의 석유 수출 이익은 1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며 '최근 유가 상승세와 러시아의 원유 운송 방식을 감안할 때 유가 상한제를 의미있게 시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