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신임 광복회장 “위기 빠진 광복회, 원칙 바로 세워 정상화할 것”
노석조 기자
입력 2023.05.25. 15:59업데이트 2023.05.25. 22:10
신임 광복회장으로 선출된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제50차 정기총회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3.5.25/뉴스1
신임 광복회장에 이종찬(87) 전 국가정보원장이 25일 당선됐다. 지난 4년간 김원웅 전 회장의 ‘정치편향’ ‘비자금 조성’ 논란, 후임 회장들의 잇따른 직무 정지·소송전 등으로 내홍을 겪다 새 회장이 선출된 것이다. 지난 1월 법원 결정으로 관선 변호사 직무대행 체제가 지속된지 4개월만이다.
광복회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이종찬 후보가 총 209표 가운데 98 표를 얻어 제23대 광복회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부회장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진 대의원(전 주택공사 사장)이 선임됐다. 김원웅 전 회장 당시 광복회 서울지부장 지낸 독립유공자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전 광복회장은 이날 74표를 득표했다. 후보는 총 6명으로, 이동진 후보는 23표, 조인래·이형진 후보는 각각 5표, 차창규 후보는 4표를 받았다.
총회 구성원(선거인)은 광복회 각 지역 지부장, 대의원 181명 등 총 209명으로, 이날 모두 선거에 참여했다. 광복회 관계자는 “각 지역에 흩어진 선거인이 전원 참여한 것은 그만큼 각종 논란으로 위기에 빠진 광복회를 다시 살리기 위한 열의가 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신임 회장은 이날 당선 수락 연설에서 “광복회가 그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면서 “여러 후보가 나왔고 이견도 있었지만 한 가족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여섯 다섯 단체로 나눠진 상태로 2차 대전을 맞았지만 결국 화합의 길을 걸었다”면서 “그 길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으로 같이 걸어나가자”고 했다. 이어 “광복회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는 등 원칙을 바로잡아 광복회가 국가 중추 원로 기구로 위상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 신임 회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김대중 정부 시기 국정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후보는 2019년 광복회장 후보로 나왔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4년만에 재출마해 당선된 것이다. 장 후보는 본지 통화에서 “이 신임회장의 힘을 필요로 하는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광복회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김원웅 전 회장이 선출되면서 잇단 논란에 휩싸였다. 김 전 회장은 공식 행사에서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 등을 ‘친일’로 규정해 ‘편향된 역사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추미애 전 법무 장관에게 ‘최재형상’을 수여해 논란이 인 일도 있다. 그러다 광복회 공금 횡령·비자금 조성 의혹이 터져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게 되자 지난해 2월 16일 자진 사퇴했다. 취임 2년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광복회장이 개인 비리에 연루돼 자진 사퇴하기는 1965년 광복회 창립 후 5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광복회는 이후에도 회장 자리를 놓고 백범 손자 김진씨 측과 장호권 후보 측의 갈등이 벌어지며 내홍을 겪었다. 김 전 회장 사퇴 3개월만인 5월 보궐선거에서 장 후보가 회장으로 선출됐지만, 5개월만에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직무가 정지됐다. 장 후보가 선거 당시 담합 의혹을 제기한 광복회원을 모형 권총으로 위협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일 등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후 김진씨가 직무대행을 맡았지만 그 역시 총회 소집 절차 등이 문제돼 올 1월 3개월만에 물러났다. 이에 관선 변호사 직무대행 체제가 4개월간 지속되다 이번에 회장 선거가 치러진 것이다.
광복회장 선거는 회장·부회장·이사 등 13명, 지부장 17명, 대의원 181명 등 총 211명이 총회 구성원이 돼 1표씩 행사한다. 다만 지난달 25일 경북도지부장이 별세하고, 회장은 관선 변호사가 직무대행하면서 이번 회장 선거인은 209명이다. 광복회는 그간 회장 선거 때 논란이 됐던 사전 담합 행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올 초 2차례의 임시총회를 열고 총회 구성원(선거인) 정원을 종전 94명에서 211명으로 확대했다. 선출 방식도 담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기존 결선제에서 1차 다득표자 당선제로 바꿨다.
노석조 기자 편집국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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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종찬 신임 광복회장 “위기 빠진 광복회, 원칙 바로 세워 정상화할 것”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