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술의 지혜-경중완급(輕重緩急)-노자도덕경에서 보면 “가장 으뜸가는 처세술은 물의 모양을 본받는 것이다. (상선약수 上善若水)” 라고 하였습니다.‘상선약수(上善若水)‘는 이 같은 물의 성질처럼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고 도와 주는 것에 아낌이 없으면서 자기를 주장하는데 급급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삶의 자세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입니다.한편 처세술을 요약하자면, '남을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말고, 나를 가득 채우려고 하지도 말아라'라는 뜻이기도 합니다.여기서 공자(孔子)와 안회(顔回) 사이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안회는 배움을 좋아하고 항상 진실했으므로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어느 날 안회는 공자의 심부름으로 시장에 들렀는데 한 포목점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언쟁이 붙었습니다. 호기심이 일어서 가보니 가게주인과 손님이 시비가 붙은 것입니다. 포목을 사러 온 손님이 큰 소리로 주인에게 따졌습니다. "3전짜리가 8개 면 분명 23전인데, 어째서 나한테 24전을 달라고 하느냐 말이야?"안회는 이 말을 듣고 나서서 포목을 사러온 손님에게 정중하게 "3전짜리가 8개 면 분명히 24전인데 어째서 23전이라고 우기십니까? 분명 당신이 잘못 계산을 한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포목을 사러 온 사람은 안회에게 삿대질을 하면서"당신이 무언데 나서서 참견하려 드는 거냐? 옳고 그름을 평가하려거든 공자님을 불러와라! 옳고 그름은 그 양반만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 라고 우기자,안회는 그 손님의 말을 듣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좋습니다. 그럼 만약 공자께서 당신이 졌다고 하시면 어떻게 할 건가요?" 그 손님은 당당하게 "그러면 내 목을 내놓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무얼 걸겠느냐?" 안회도 지지 않고 "제가 틀리면 관(冠 모자)을 내놓겠습니다." 두 사람이 내기를 걸고는 공자를 찾아갔습니다. 공자는 사유의 경위를 다 듣더니 안회에게 웃으면서 하는 말이 "네가 졌으니 이 사람에게 관을 벗어 내주거라."안회는 억울하지만, 스승의 말씀이니 그래서 관을 벗어 포목을 사러 온 사람에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쾌재를 부르며 관을 받고 돌아갔습니다.안회는 스승이신 공자의 판정에 대해 겉으로는 내색할 수 없었지만, 속으로는 스승의 처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기 스승이 이제 너무 늙었고 우매해졌으므로 이분에게는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밤잠을 설치고 고민하던 안회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다른 스승을 찾아보리라고 다짐합니다. 다음 날 아침 안회는 공자에게 핑계로 오랜만에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겠다며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공자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락 하였습니다. 안화는 모든 개인물품을 챙긴 후에 스승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가능한 바로 돌아와 줄 것을 당부하면서 안회에게 글을 쓴 죽간을 건네주었습니다.거기에 ’두 마디‘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千年古樹莫存身(천년고수막존신), 殺人不明勿動手(살인부명물동수)'안회는 작별 인사를 한 후 착잡한 마음으로 고향 집으로 가다가 길에서 갑자기 천둥소리와 번개를 동반한 큰 소나기를 만나 잠시 비를 피하려고 급한 김에 길옆에 오래된 고목 밑으로 뛰어갔습니다.순간 스승의 첫 마디인 '천년고수막존신(千年古樹莫存身)‘ 즉, 천년 묵은 나무에 몸을 숨기지 말라'라는 말이 언 듯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사제의 정을 생각해서 스승이 당부하는 충고 한 번쯤은 들어줘야지 하며 그곳을 다시 뛰쳐 나왔습니다.바로 그 순간에 번쩍하면서 그 고목이 벼락에 맞아 불이 붙으며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안회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스승님의 첫 마디가 적중되었으니 그렇다면 두 번째의 충고는 살인을 조심하라는 건데 과연 내가 살인을 할 것인가?' 라고 되뇌었습니다.안회는 고향 집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심야였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간 그는 부모님을 깨우지 않으려고 건너편의 자신의 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검으로 아내가 자는 내실의 문고리를 풀었습니다. 컴컴한 침실 안에서 손으로 천천히 더듬어 만져보니 아니 웬일이란 말인가? 침상에 두 사람이 자는 것이 아닌가.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다니!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와 검을 뽑아 내리치려는 순간 공자의 충고가 떠올랐습니다. '살인부명물동수 (殺人不明勿動手) 즉, '명확치 않고서는 함부로 살인하지 말라' 얼른 촛불을 켜보니 침대 위에 한쪽은 아내이고 또 한쪽은 자기 누이동생이었습니다."허허 참 스승님은 천문을 꿰뚫어 보고 계시는 건가? 아니면 그분이 점쟁이란 말인가?"다음 날, 안회는 날이 밝기 무섭게 공자에게 되돌아 갔습니다. 스승을 만나자마자 무릎 꿇고 "스승님이 충고한 두 마디 말씀 덕분에 제가 벼락을 피했고 제 아내와 누이동생을 살렸습니다. 어떻게 사전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라고 하자공자가 안회를 일으키면서 하는 말이 "안회야! 첫째는 어제 날씨가 건조하고 무더워서 다분히 천둥 번개가 내릴 수가 있을 것이므로 벼락을 끌어들이기 쉬운 고목을 피하라고 했던 것이며둘째는 네가 분개한 마음 풀지 못하였고 또한 검을 차고 떠났기에 너를 자극하는 조그만 일에도 분명 예민하게 반응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본다면 누구나 그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공자는 이어서 말하길 "사실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단다. 네가 집에 돌아간 것은 그저 핑계였고, 내가 그런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해 내가 너무 늙어서 사리 판단이 분명치 못해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안회야! 한번 잘 생각해 보아라. 내가 23전이 맞는다고 했다면 너는 지게 되어 그저 머리에 쓰는 관 하나 내준 것 뿐이지만 만약 내가 24전이 맞는다고 했다면 그 사람은 목숨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안회야 말해보거라. 관이 더 중요하더냐?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더냐?"안회가 비로소 이치를 깨닫게 되어 공자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면서 말을 했습니다."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스승님의 대의를 중요시하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시비를 무시하는 그 도량과 지혜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그 이후부터 공자가 가는 곳에서 안회가 그의 스승 곁을 떠난 적이 없었고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고 합니다.우리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때에는 우리가 고집한, 소위 자신이 옳다고 하는 도(道)를 억지로 관철하려 했지만이로 인해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될 수도 있으며 매사에는 경중완급(輕重緩急)이 있는 법입니다.아무 의미 없는 체면, 쟁의, 분개 때문에 후회막심한 일이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옮겨 온 글오늘도 즐거움이 넘치는 복되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소망합니다.
출처: 수선화 마음방 원문보기 글쓴이: 해련 류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