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에 귀의하옵고 _()_
불꽃놀이를 하는 듯, 별무리들이 밝은 빛을 뿌리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도 하고 머리 바로 위에서 법주사 마당을 걷는 내게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밝게 보일 수가 없었다. 언제 이렇게 밝은 별자리를 봤던가.
반월을 조금 넘긴 달보다도 더 또렷하고 가까이서 반짝이며 맞아주고 있었다. 북쪽방향에는 북두칠성, 남쪽방향에는 오리온좌가 눈에 뜨인다.
어린 시절 고향의 집 마당에서 별자리를 헤며 두 동생과 삼형제별인 오리온좌의 삼태성을 우리들의 별자리로 정했었는데...
가운데 놈은 13년 전 마흔둘에 곤충학계의 국보를 잃었다는 말을 듣게하곤 제 온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내게 저리도 밝게 빛을 뿌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 10시가 좀 지나서 일 것이다.
참선방에서 첫 시간을 보내고 청동대불 밑에 있는 미륵전으로 가 염불팀에 합류하기 위해서 홀로 절 마당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밝디 밝은 별무리들과 희끄므레한 속리산 영봉들의 자락이 한웅큼에 가슴으로 파고든다.
천지를 한 장 사진으로 품은 느낌!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결코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코끝을 때리는 찬 기온에 잔기침이 자꾸 일지만 가슴은 벅차왔다.
금강정진회를 따라 수차례 산사에서 밤의 깊은 맛과 별자리 웅휘함을 느꼈지만 오늘의 그 휘황함은 차원이 달랐다.
자정쯤 미륵전을 나서 차담시간을 갖기 위해 다시 능인관으로 향하며 절 마당을 가로지를 때는 북두칠성과 오리온좌가 동북과 남서로 조금 자리를 옮겨 앉은 듯했다.
별무리들의 휘황함은 여전해 몇몇 도반들도 감탄하며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종종걸음을 재촉했다.
지난 10월 한산사 정진회에서 이번 법주사에서의 3차 천일정진 입재식 계획을 듣고 회가 동했다.
거기에 인월회장님, 수형보살님, 승진행보살님의 동참 권유 내지 압박을 받았다. 사는 청주에서 가까운 곳이니 꼭 오라는 듯했다. 하기사 전국 각처를 돌며 철야정진을 하는 정진회이고 보면 속리산 법주사는 내 나와바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법 많은 인연과 사연도 있다.
특히 청동대불 점안식 때 서광이 대불을 비추는 사진을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법주사에 홀로 갔다가 얻는 횡재를 맞기도 했다.
당시 펴놓고 파는 것인줄 알고 살수 없느냐고 묻자, 그냥 가지라고 얼굴도 모르는 분이 선뜻 내주신 고마운 일이 있었다.
보고 있으면 희한함에 환희심이 이는 그 사진을 어머니 방 문갑위에 올려놓아 드렸는데, 치매가 걸리시고 나서 복지센타로 모시고 다니며 우왕좌왕한 후 요양원에 모실 때 방을 정리하다가 누님에게 드렸다. 지금은 다시 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ㅎㅎ
20대에 5명이 속리산 종주등반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실패한 일, 군 휴가 때 겨울 눈속에 친구와 고량주 한 병 들고 인적도 끊긴 문장대에 올라 바위에 퍼질러 앉아 병뚜껑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던 일,
30대엔 삼성스님이라는 분을 만나 ‘땡초스님론’을 듣다가 오후 좀 늦은 시간에 상환암을 출발하여 천황봉에 혼자 올라 컴컴해질 무렵 내려와 밤 버스를 타고 귀가한 일(천황봉 정상 근처에서 오를 때와 내릴 때 두 번 다 전신에 소름이 쫙 끼치며 걸음이 자신도 모르게 멈추어지는 일이 있었다. 나중에 어느 분이 아마도 근처에 큰 짐승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등등.
주마등처럼 스치는데 속리산에 가 본지도 꽤 되었고, 법주사의 정진회 소식에 회가 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초딩시절 배운, 노산 이은상 선생이 지으신 걸로 기억되는 ‘속리산을 찾아서(?)’라는 노랫말이 귀에 맴돈다.
막대를 던져 집고 찾아드는 곳 / 속리산 법주사야 미륵의 도장
은폭동 물소리에 가벼운 걸음 / 천황봉 구름안개 헤치고 섰네
장하다 소백산맥 뻗어 내려와 / 높이도 솟아오른 우리 속리산
~~
관음봉 깊은 골에 해는 저문데 / 보현재 허이허이 넘어 내려와
복천에 마른 목을 축인 이대로 / 명산을 가슴속에 품고 간다네
꽃피고 단풍 들고 눈이 내려도 / 언제나 그림같은 우리 속리산
~~
(더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ㅎㅎ)
집에 와 달력을 보니 정진회 날이 마누라 귀빠진 날이었다. 말도 못 꺼내고 끙끙 앓고 있었다.
그동안 철야 정진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모임이나 제사 때문에 못간 경우도 있었다.
아내에게 해준 게 없어 휴일이 생일이니 산에나 가든지, 영화를 보든지 함께 해야겠는데 정진회가 눈에 밟힌다.
마누라를 제쳐놓고 정진회를 가자니 마누라가 밟히고 뒷감당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장인 돌아가신 후로 꽃동네 오웅진 신부님과 약속하고선 성당에 빠지지 않는 마누라가 주일 정진회에 따라 나설 확률은 1%도 안될테고...
지난 주말 김장을 끝내고 장모님 모시고 처제네와 대전 현충원의 장인산소에 다녀온 후 집에서 술을 마시며 슬며시 얘기를 꺼냈다.
아내에 앞서 처제가 선수를 친다.
“언니, 보내줘!! 이 나이에 편하게 해줘야지!”
마눌님이 빙그레 웃으며 “다녀오세요~” 한다.
아내와 처제 동서가 다 나의 관세음보살이었다.
이날 우리는 소맥을 제법 마셨다.
이리하여 토요일 오후 편한 마음으로 아내의 전송을 받으며 법주사로 향했다.
청주 산성을 넘어 청천을 지나자 마주치는 차가 거의 없었다. 도로를 전세 낸 듯 했다.
여유로이 여름 내내 무성했던 온갖 치장을 벗어던지는 초겨울의 산과 들을 보며 탐진치에 찌든 마음의 낙엽을 하나둘 내려놓는다.
감히 차를 몰고 일주문을 들어설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일반인은 법주사 경내로 들어가는 오(5)리숲을 걸어서만 가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카페에서 무착거사님께 질문을 드렸는데 능인관 템플스테이에 간다면 통과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야~ 정진회가 좋기는 좋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좋게 일주문을 통과할 찰나, 송강거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혹 일념발원님 아니세요~ 하시는데, 김천 수도암에서 뵌 이래 삼사년 되어서 머뭇거리다 순간 생각이 나서 반가이 인사를 나눴다. 그 때 정진회에 처음 참석한 것이었고 조금 일찍 도착해서 본대를 기다리는 동안 도안거사님과 함께 송강거사님을 만나 금강도반으로는 오프라인상 첫 대면을 했었다.
어머니를 승용차로 모시고 법주사 경내에 들어갈 수 있다면...
꼭 한 번은 모시고 와야 하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는 막내동생이 다섯 살 때인가 법주사에서 선친의 친구이자 직장동료 한분과 멋진 가족휴가를 보내신 적이 있다. 그 집 아들이 동생과 동갑이라 잘 놀았다는데, 사진이 몇 장 남아있어 기억이 선하다. 아마도 놀이라고는 모르고 사신 어머니에게는 가장 추억에 남는 일이었을 것이고, 비록 치매시지만 법주사에 오신다면 몇몇 기억나는 장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좋아하실 것이다. 휠체어로 모셔볼 생각도 해 보았지만 결국 실행을 못했다.
그런데 차로 모시고 올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처음 보는 능인관을 찾아갔다.
송강거사님과 막바지로 공양을 하고 저녁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대웅보전에 들어갔다. 대부분이 삼배를 하고나서 입정하고 있는데 나는 추위를 이기려고 천천히 절을 계속했다.
법고의 웅장한 소리가 파도물결처럼 온 몸을 흔들어 대더니 종소리가 가슴을 패고 머릿골을 쪼개는 듯, 끊어질듯 이어지곤 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정진 잘하라는 듯.
어느 정도 몸이 풀리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가 예불에 합세했다.
현진수련원장님의 법문에서 ‘이뭐꼬’ 화두를 이(耳) 목(目) 구(口)로 표현하시며 귀와 눈과 입을 늘 살피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고 좋은 공부재료를 내려주신 것으로 생각되었다.
경주법사님의 ‘인연과만’ 강의가 새롭게 다가왔고 3차 천일정진 입재식을 하며 다시 각오를 다졌다. 2차 입재 때 동참하지 않은 게 후회스러웠다.
차담시간에 도반들의 말씀은 하나하나가 다 금과옥조였고 귀감이 되는 것이었다.
항상 망상과 번뇌에 묻혀서 ‘아미타불’ 넉자도 변변히 염하지 못하는데, 보리방편문을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함 없이 돌리신다는 무착거사님, 결가부좌로 생사지경의 병마를 이겨내셨다는 상락화보살님, 히말라야산의 6천m 고지에서 사방 1m 정도의 공간에서 죽음의 문턱을 맛보셨다는 무디따(희견)보살님, 매일 천배씩을 이어가신다는 현로거사님 등등...
한 두 잔이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이 거의 없는 나에게는 인월거사님의 술 끊은 얘기도 솔깃한 것이었다.
또 날아갈 듯 사뿐사뿐 절을 하며, 목탁을 두드리고 선창을 하며 염불팀을 이끄시는 무념거사님은 영원한 동경대상이다.
20대부터 불법인연은 있었지만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할 뿐 길게 수행으로 이어지질 못했다.
다행히 금강카페를 만나 사경을 하고 불법을 배우면서 한 꺼풀 벗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사경방이 없었더라면 중도하차 했을지도 모른다. 사경 몇 편을 일과로 삼아 만편을 돌파하며 청화큰스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좋은 글귀 한두 편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도반들의 이끄심에 조그만큼 따르다 보니 5년이 다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 변화됨을 느낀다. 정말 짜증이 별로 없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갈 길이 멀고 멀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욕보따리에 망상과 번뇌가 얼마나 많은가. 순간순간 저 속에서 올라오는 것들이 조금씩 알아차려질 때 추악함과 더러움, 벗어나지 못함 등으로 두렵기도 하다. 금성철벽 같은 업장을 언제나 다 부수고 갈아내리...
생의 고해바다를 건너는 길을 하나하나 자상하게 설해 놓으신 부처님이 경외스러울 뿐이고 인연의 끈을 잡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이제 3차 천일정진의 반야용선에는 제대로 올라타 볼 작정이다.
매일 보리방편문 108독, 아미타불 500념 이상, 108배가 기본숙제이다. 여기에 사경 5편을 나의 일과로 삼으리라.
나의 생활방식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귀가해 이틀동안 시도했지만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속이 곧 공덕이라‘. 매일 실패해도 매일 다시 도전해 꼭 벽을 깨고 습관을 들이리라.
결코 전처럼 작심삼일, 작심삼일로 이어가지는 않으리라.
법문집으로 인연을 맺은 청화큰스님께 삼배를 올리오며,
늘 자상하게 이끌어주시는 경주법사님과 운영진 여러분,
초창기 사경방에서 길잡이가 되어주신 유감초거사님,
그리고 함께하시는 도반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
일념발원 합장 _()_
첫댓글 일념발원님 후기가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느끼게 해줍니다.
다들 작가분들 같으세요.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귀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일념발원님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수행담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성불하세요 나무아미타불 _()_
감사하고감사드립니다..일념발원 부처님..나무삼신일불 아미타불_()()()_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도반으로 함께 정진함이 기쁜 나날들입니다. 만나뵐 때마다 반가운 일념발원님! 진지하게 정진하시는 모습 보면서 늘 경책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보살님과 함께 뵐 수 있기를 기원하며.. 나무아미타불!_()_
한결같으신 모습, 한결같은 수행.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_()_
아주 미세한 마음까지 표현하신 일념발원님!
천일기도 원만성취 하시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3차 천일정진의 반야용선에 본격적으로 올라타신 일념발원님~귀하고 귀한 인연에 감사드리며 열심히 따라 정진하겠습니다...어머니를 법주사에 꼭 모시고 가실수있기를 기원드리며,일념발원님을 이번 법주사정진에 보내주신 평생도반님과 처제님께도 감사의 합장을 올립니다...천일기도원만성취 하소서!...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별헤는 밤 과 같은 너무도 서정적인 글과함께 법주사에 대한 일화 시 등 감명깊은 글들 ! 해피해피해집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법주사 경내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님 달님,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항상 그 기운을 받아서 천일기도가 여법하게 원만회향 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고맙습니다.법주사에서의 밤하늘에 펼쳐지는 광경은 저도 난생 처음이었어요.기도를 일상으로 생각한다면 도반님들 모두가 반야용선에 승선하신 보람이 그득 그득하시리라 생각되어지네요.아미타불_((()))_
소중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법주사 밤하늘의 별들의 향연을 다시 펼쳐봅니다. 한결같이 정진하시는 일념발원님의 지극한 수행담에 코끝이 시큰하네요. 기도 원만성취를 함께 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1차천일기도에서 남이노~ 젖는 반야용선에 편히타고온 사람도있을테고....법사님 말씀에 아~ 나를 지칭한 말씀이구나 싶어 2차때는 열심히 해보았지요...3차도 열심히 노 저어가야지요... 후기 잔잔히 내 얘기인냥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참으로 정겨움이 가득한 일념발원거사님의 정진후기...너무도 감사드리며..."지속이 공덕이라"...저 역시도 명심하며 정진하겠습니다...감사드립니다...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한산사에 이어 함께 할 수 있어 고맙습니다. 부디 수행에 장애 없으시기를! 아미타불 _()_
주酒님의 은총^^아래 보살님과 처제님께서 관세음보살님으로 응원하신 천일입재, 계속 즐거운 말씀 듣게되길 고대합니다. . 그리고, 승용차로 어머님 법주사 꼭 가보실수 있도록 소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좋은 글 잘 읽었네.....또 새롭게 출발하는데....내 그냥 있을수 없지!
근 시일내 술 한잔 하세....참! 이게 아닌가?
입제와 동시에 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지속이 곧 공양" 이라는 마음으로 원력이루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빛나는 별들입니다. 종교가 다른 보살님과 화해하시며 지내시는 거사님! 다르며 같이 가는 삶! 늘 행복한 시간 되시길 빕니다. 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