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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반체제인사·언론 재갈물리기 나서
천안문 사태(1989년 6월 4일·일명 6·4 사건) 16주년을 맞아 중국 당국이 반체제·비판적 지식인과 시민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의 수위를 크게 높이고 있다.
일부 반체제 인사와 가족들에게 천안문 사태 기념일 동안 베이징(北京)을 떠날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전국의 비관영 언론매체 종사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이념 무장 교육을 시키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1월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 타계 이후 그의 정치민주화·개혁론에 동조하는 여론이 국내외에서 확산되면서 각종 시위 발생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콩 침회대 정치학과 딩웨이(丁偉) 교수는 “자오쯔양 사망과 빈부격차 심화 등 사회적 불만이 누적되면서 중국 지도부는 지난 4월 대규모 반일(反日)시위 같은 소요로 사회불안이 조성되는 걸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문 및 자오쯔양 재평가 요구 ‘봇물’ 중화권 인터넷 사이트인 둬웨이(多維)는 최근 200여 명의 지식인과 천안문 사태 희생자 가족들이 ‘6.4 사건’ 재평가를 요구하는 서한을 중국 당국에 제출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 3월 자오쯔양에 대한 재평가와 복권을 요구하고 나섰던 ‘천안문 어머니회’의 딩쯔린(丁子霖) 회장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앞으로 최근 보낸 서신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스스로 저지른 범죄인 천안문 사태에 사과하지 않는 한, 중국이 일본의 2차대전 침략 만행을 비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03년 중국 정부의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은폐 사실을 폭로했던 중국 인민해방군 301병원 의사 장옌융(蔣?永)도 최근 중앙 정부에 천안문 학생 시위 재평가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냈다고 둬웨이는 전했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29일에 이어 4일에 천안문 사태 기념 도심 시위를 벌이는 등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홍콩 빈과일보는 ‘6.4운동’ 당시 시위 학생들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가 실각한 자오쯔양 전 총서기에 대한 추모 문집이 사상 처음 발간된다고 3일 보도했다. ‘자양천고(紫陽千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자오쯔양의 미공개 원고 18편을 수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이 발간되면 자오쯔양의 중국 민주화 이상과 천안문 사태 책임론 등이 본격 거론될 전망이다.
◆당국, 공권력 총동원해 비판 여론에 ‘재갈’ 하지만 중국 정부는 천안문 사태 재평가는 불가능하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오히려 반체제 인사와 언론에 대한 감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천안문 어머니회’ 관계자들은 “공안 당국이 공공연하게 베이징을 떠나 외지에 머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과 정부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CASS) 소속 고위 연구원들도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잇따라 체포됐다. 홍콩 언론들은 3일 “중국 TV에 수시로 출연해 중국의 경제·사회정책 방향에 대해 견해를 피력한 사회과학원의 간판 연구원인 루젠화(陸建華) 박사와 판공청 관리 천후이(陳輝)가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지난 4월부터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수만명의 비(非)관영 언론매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1주일 동안의 사상 교육 활동을 최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 등의 사상 학습과 취재 윤리 교육 후 시험 합격자에 한해 기자 자격증을 갱신해줌으로써 공산당 일당 독재와 천안문 사태 등에 대한 비판 언로를 원천봉쇄한다는 복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