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덜컹 지하철에 행복한 한 쌍의 연인이 올라탔다. 이것은 <연애소설> <청춘만화>를 거쳐 <내 사랑>에 도착한, 이한 감독의 지하철이다.
감독 이한ㅣ출연 감우성, 최강희, 정일우, 이연희, 엄태웅, 류승룡, 임정은, 서신애(아역), 박창익(아역)ㅣ제작 ㈜오죤필름ㅣ개봉 12월
"아저씨, 여기서 담배 태우시면 안 돼요, 태우지 마세요." 지하철 기관사 아니랄까봐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께도 바른 말 잘하는 이 사람은 감우성이다. 아니 지금은 엽기 발랄한 4차원의 여자친구를 둔 지하철 기관사 세진이다. 하지만 방금 전 여자친구 주원이 객차 창문에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붙이며 공공기물을 함부로(?) 다룰 때 좋다고 넋놓고 보던 이도 세진이다. 사랑에 눈이 먼 걸까. 주원은 그런 세진에게 "오~세진, 센데~"를 외치며 초롱초롱 쳐다본다.
지하철 앞자리에 앉았으면 꽤 짜증났을 두 사람의 닭살행각이 서울 '신정기지창'에서 쉬고 있는 2호선 객차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여기는 <연애소설> <청춘만화>에 이은 이한 감독의 세 번째 멜로영화 <내 사랑>의 촬영현장이다. 이번에는 "사랑은 기적 같고, 삶은 아름답다"는 모티브로 좀 더 깊어진 사랑이야기다. <러브 액츄얼리> <새드무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같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해 다섯 커플의 사랑을 다룬다. 그중 하나인 감우성과 최강희 커플의 사랑이 진행 중이다. 지하철, 그것도 2호선을 제일 좋아하는 주원과 지하철 기관사 세진은 데이트 장소도 2호선이다.
이날 공개된 장면은 단돈 천 원으로 즐기는 지하철 데이트의 진수. 차창에 그림을 오려 붙이고, 소풍 나온 애들처럼 도시락을 까먹고, 좌석 위 선반에 드러눕고, 옆 사람 생각 않고 시체놀이를 한다. 둘이야 재미있겠지만 좁은 객차 안에서 한 컷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기자들과 실제 달리는 지하철처럼 연출해야 하는 스탭들이 고생이다. 지하철의 흔들림을 표현하기 위해 객차를 조금씩 밀어도 보고, 차창에 비칠 햇살을 표현하려고 대형 조명도 설치했으며, 수십 명의 보조출연자들의 좌석도 지정해준다.
세진 커플의 이야기는 30%가량 촬영을 마쳤다. 소소히 얽힐 다른 커플의 로맨스는 캠퍼스에서 벌어지거나(정일우, 이연희), 열두 살 나이 차 따위는 우스울 정도로 열정적이며(류승룡, 임정은), 6년째 프리허그를 하며 만남을 기다리는 애절함도 있고(엄태웅, 박현정), 짝꿍 손을 잡고 싶어하는 꼬맹이들의 귀여운 사랑도 있다(서신애, 박창익). <내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 사랑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이한 감독의 사랑 예찬론에 따라 해피엔딩을 맞는다. 10월 모든 촬영을 마치고 크리스마스에 선물처럼 <내 사랑>이 찾아온다.
사진 강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