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번 탐방 첫날 담양의 가사문학관,소쇄원,죽록원을 둘러보고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아름다운
명승지가 많이 있구나하고 새삼 금수강산에 살고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다.
그날밤 광주과학원의 후한 대접을받고 학부기숙사 206호실에서 여장을 풀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약간 열린 창문사이로 들려오는 정겨운 개구리 소리를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이 밤이 지나고나면 내일 지리산 둘레길과 남원땅을 밟게 된다는 설레임으로 온통 마음이 들떠 있
었다. 늦은 밤에 잠이 들었지만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다음날 나주곰탕집에서 아침식사를 마
친 일행은 담양,순창,구례땅을 거쳐 어느새 버스는 웅장한 지리산 허리를 돌고 돌아서 해발 1,100m
의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하엿다.
재를 오르면서 버스도 몇번이나 힘들어 하는것 같았다. 거기서 한 팀은 노고단쪽으로 오르고 내가
속한 다른 한 팀은 뱀사골쪽을 향했는데 달리는 차창밖의 경치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다. 역시 국
립공원1호다운 명산임에 틀림없었다.
뱀사골 휴게소에서 부근의 경치를 감상한후 골짜기를 내려오면서 맑은 계곡물과 어우러진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계속 원더풀이 나오고 있었다.
이래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는 이유가 여기 있다는 생각이었다. 우
리가 탄 버스가 남원에 도착한건 12시 40분경이었다. 남원은 역시 문화와 예술과 역사의 전통이 배어
있는 도시라는 느낌이다.
아내가 여고시절 수학여행때 남원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고 몇번이나 이곳을 다녀가려고 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고 여건이 맞지않아서 이렇게 늦게 이곳을 찾게되었는데 역시 이번에 이곳에 잘 왔
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집남원추어탕 집에서 맛있게 끓인 진한 추어탕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광한루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림과 사진,영상으로만 보던 오작교 다리를 건너 광한루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금방이라도
이몽룡의 품에 살포시 안기는 춘향이의 모습이 나타날것만 같은 느낌이든다.
다리 밑에는 수많은 잉어떼들이 머리를 치켜들고 우리를 반기는것 같아보인다. 이곳 연못에는 3천마
리가 넘는 잉어들이 살고 있단다.
광한루를 바라보니 거기서 로미오와 쥴리엣보다 더 깊은 사랑에 빠졌을 이몽룡과 춘향의 생각이 뇌리
속에 들어온다.
과우회 일행과 춘향관에 들러 그림으로 그려진 여러 모습들을 둘러보고 오작교와 광한루,연못을 배경
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는 이곳에서 이몽룡과 춘향이를 생각하면서 중학교 시절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중학교를 졸업하
면서 동기생과 후배들로 부터 싸인을 받았는데 한 두줄의 싸인이 아니라 백상지 한장에 그림과 글씨로 축
복과 축하와 도움말이나 격려,타일러주는 말등으로 채워지는 것이었다.
동기생중 한명이 이런 싸인을 해주었다. 철없는 나에게 "상덕아 너도 너가 생각하는 여학생을 만나기 위
해서는 이도령이 급제하여 춘향이를 만나듯이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가난한 집안의 8남매의 맏이이고 키도작고 사진에도 자신이없는데 그 여학생은 부잣집 딸에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받쳐주는 학생이었다.
친구의 말대로 그때 열심히 공부하여 서울의 국립학교 국비생으로 입학하여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이 되
고 또 대학을 졸업했다.
십여년간 많은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도 없었던 그 여학생 지금은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다. 남원은
베스트쎌러 "혼불"을 쓴 최명희의 고향이고 상산마을과 노봉마을이 그 배경이란다.
남원은 동편제의 탯자리이고 춘향가,흥보가,판소리의 본고장이며 정유재란때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일
만명의 넋이 잠들어있는 일만의총이 있는 충절의 고장이란다.
또 지리산을 둘러싼 3도 5개시군중에 들어있는 남원은 여순반란과 6.25때 숨어든 패잔병들인 공비들을 소
탕하느라 얼마나 많은 양민들이 고통을 겪었는지 모른다.
불과 두시간 남짓 남원에 머무르면서도 오랜 세월 지내온 남원사람처럼 남원에 친숙하게된 이유가 무엇일
까? 시간이 촉박하여 광한루원의 월매집을 들리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훌륭하신 과우회장님과 사무
총장님과 사무처 덕분으로 인생의 후반부를 이렇게 행복하게 지낼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1.7.1. 후회없이 살아가는 사람 이상덕드림
(이 사진은 박병진회원님이 찍으신 사진입니다.)
첫댓글 후회없이 사시느라 장문의 글을 올리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남원을 고향으로 하고 있는 제가 부끄러워질만큼 남원에 대해서 깊이 알고 계십니다. 저의 고향을 사랑하신다니 저도 애인되고 애인 삼겠습니다. 여행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부족한 저에게 많은 지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잃고 갑니다.
작가는 글 솜씨가 다르군요 잘읽었습니다. 후회없이 산분! 다음에는 실명과 같이 써주세요 규정이 실명화 하게 되었습니다. 회원게시판을 참고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남원은 유서 깊은 역사의 고장이며 충의와 예술의 고을이라고 자부합니다. 황산대첩, 정유년 남원전투, 동학란 여원치전투, 여순반란 이후 6 25를 겪으면서 지리산공비 토벌 등 고난의 역사에 엉킨 충의의 고장이요, 춘향전, 만복사저포기, 홍도전등 우리나라 고대소설의 배경지이며 최명희의 혼불의 배경지입니다. 뿐만아니라 춘향가 흥부가 횡부가등 판소리의 배경지이며 동편제의 발상지입니다. 여행 출발 버스안에서 "남원안내"를 엉성하게 해드렸던 사람으로서 여러회원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자상한 글과 사진으로 저의 부족함을 보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원에 관하여 과거 부터 관심이 있는 줄 모르고 '남원탐방기'를 부탁드렸는데, 아주 잘한 결과입니다. 감사합니다.
남원에 대한 소상한 소개, 잘 보았습니다.
상세하고 정감어린해설이 너무도감명깊슴니다 .잘읽었음니다 수영
부족한 저의 글에 훌륭하신 좋은 댓글을 달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소년(?)같은 순수함과 은근슬쩍 옛애인(?)과의 추억을 곁드린 소설 같은 탐방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역시 이상덕님의 글 솜씨 대단하십니다.
남원 앉아서 구경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