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8권
14
본성이 평화요 안정인 하느님의 뜻.
의혹과 두려움. 홀로 법을 제정하신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야 할 필요성.
신뢰 부족에서 나오는 무기력.
1930년 6월 2일
1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로 말미암아 완전히 풀이 죽은 상태로 있었다. 오! 하느님 맙소사! 얼마나 고통스럽던지! 그것은 무자비하고 아무런 안식도 도움도 주지 않는 고통이다. 예수님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기에, 자기에게 생명을 주실 수 있는 분을 잃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2 그러므로 그것은 가련한 인간을 온통 목소리로 — 자기에게 생명을 주실 수 있는 분을 부르는 목소리로 — 바꾸는 고통이다. 그런가 하면 그것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더 분명하게 밝혀 주는 빛에서 오는 고통이기도 하다.
3 내가 그렇게 그분 부재의 심한 고통에 잠겨 있었을 무렵 또 하나의 고통이 이 변변찮은 정신을 후려치고 있었으니, 그것은 내가 쓴 글 속에 예수님께서 거의 매일 내게 오셔서 껴안고 입맞춤을 주시는 내용이 있어서 이 글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4 그러자 마음이 어지러워진 나는 잠자코 있을 수 없어져서 ‘보십시오, 저의 사랑이시여,’하고 중얼거렸다. ‘당신께서 모든 이에게 당신 자신을 나타내 보이지도 알리지도 않으신 것이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나타내 보이며 알리셨다면, 그들은 꼼짝없이 그물에 사로잡힌 듯, 당신 없이 지낼 수 없었을 것이고,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신도 그들 없이 지내실 수 없게 했을 것입니다.’
5 그러면서 나는 지금 여기에서 글로 쓸 필요가 없는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그토록 치미는 의혹과 두려움으로 괴로웠던 것이다. 그러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그러는 나를 가엾게 여기시며 자애롭기 그지없는 어조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6 “딸아, 진정해라. 진정해. 잘 알다시피 나는 네 마음 안에 의혹이나 두려움이 있으면 — 이는 인간적인 뜻의 허름한 찌꺼기인 만치 — 절대 묵인하지 않는다. 내 ‘거룩한 피앗’이 다스리는 곳에는 그런 비참한 것들이 용납되지 않는데, 그것은 본성이 평화요 안정인 내 ‘피앗’이 그 빛의 지배를 받는 영혼도 평화롭고 안정되게 하기 때문이다.
7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따라서 바로 나의 뜻이며 사랑이기도 한 너의 숨, 너의 심장 박동, 너의 온 존재이다. 이 사랑과 거룩한 뜻이 하나로 결합되면, 피조물이 자기 창조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예물, 가장 훌륭한 공경의 표현이 된다. 곧 창조주인 우리의 행위와 가장 닮은 행위가 되는 것이다.
8 그러니 우리는 언제나 서로 사랑하는 자리에 남아 있자. 우리의 사랑을 결코 중단하지 않을 자리 말이다. 언제나 이루어지는 거룩한 뜻과 결코 중단되지 않는 사랑이야말로 하늘과 땅에 있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것으로서, 이는 오직 거룩한 존재인 우리 (성삼위)와 자기 자신을 우리의 뜻에 희생 제물로 바친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다.
9 그런데, 딸아, 그들의 말 때문에 네가 그토록 괴로워하다니 어찌 된 일이냐? 법을 만드는 자는 나다. 아무도 나로 하여금 다른 어떤 법도 지키게 할 수 없다. 나는 무엇이든지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을 한다.
10 영혼들을 적절히 써서 어떤 영혼과는 나의 한 계획을 실행하고, 어떤 영혼과는 또 다른 계획을 실행하는 것 — 이는 내가 홀로 나 자신에게만 유보해 둔 권리이다.
11 게다가, 내가 성사 안의 나를 날마다 주는 것, 곧 그들의 입 속으로 들어가서 위장 속으로 내려가고 어쩌면 나쁜 격정들이 가득할지도 모르는 그들의 영혼 속으로도 들어가는 것, 그리하여 그들 안에 내 생명을 소통시키고 그들의 피를 내 피로 뒤덮어 순환시키는 것과 나를 사랑하며 오직 나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을 끌어안고 입맞춤을 주는 것 — 이 둘 중 어느 쪽이 더 굉장한 일이겠느냐?
12 오! 인간의 눈이란 실상 얼마나 부정확한 것이냐! 큰 것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작은 것은 큰 것으로 보기 십상이다. 그것도 다만 상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13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나와 너 사이에 있었던 모든 것, 곧 친밀함을 나타내는 그 수많은 입맞춤과 포옹들 및 극에 달한 내 사랑의 여러 표현과 거듭된 나의 방문은 내 거룩한 뜻의 품위에 합당한 것들이었다. 너를 통해 이 거룩한 뜻을 사람들에게 알릴 작정이었으니 말이다.
14 내가 너에게 자주 오지 않았다면, 내 거룩한 뜻에 대하여 어떻게 그토록 많은 것을 일러줄 수 있었겠느냐? 또 너의 마음을 살아 있는 성전 안의 내 거처로 삼지 않았다면, 내 가르침이 어떻게 그렇게 계속될 수 있었겠느냐?
15 그러니 그들은, 내가 네 영혼에 행한 모든 것이 내 거룩한 뜻에게 주는 것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내 뜻은 그 모든 것을 받기에 합당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그리도 많고 싹싹한 내 사랑의 표현들에 대해 들으면서 내가 얼마나 사람을 사랑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데에 소용된다.
16 그것은 또한 나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완전한 신뢰에 이를 만큼 사람을 드높이기 위하여 내가 얼마나 그들을 사랑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데에도 소용된다. 자기를 그토록 사랑하시는 분을 신뢰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17 실제로 나와 피조물 사이에 완전한 신뢰가 없으면, 피조물은 내 거룩한 뜻 안에서 살아갈만한 높이에 다다를 수 없다. 신뢰 부족은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일치에 언제나 걸림돌이 된다. 그것이 피조물을 매우 사랑하시는 분을 향한 비상의 날개를 잘라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18 그러기에 피조물이 세상과 동일한 수준의 미지근한 삶을 사는 것이 신뢰 부족 때문일 수 있다. 그런 이들은 비록 죄 속에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정욕들을 생생하게 느끼곤 한다. 더욱이, 신뢰 부족은 오랜 세월을 두고 무기력으로 고착되거니와, 때로는 선한 영혼들마저 수덕(修德)의 여정에서 퇴보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19 그래서 나는 신뢰 부족이라는 이 괴기한 것이 일으키는 무기력 상태를 제거하기 위하여 너를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하였다. 여느 아버지와 딸보다 더 두터운 친교를 나누는 모습 말이다.
20 그것은 비단 너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모두 불러, 다시 내 자녀들로서 살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요람 속에 있듯이) 내 팔에 안겨 살살 흔들리고 있는 아기들처럼 말이다.
21 온전한 사랑과 신뢰로 나를 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내게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었고, 너 역시 그러하였다. 나는 그래서 무엇이나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줄 수 있고, 너는 두려움 없이 네가 원하는 것을 다 받을 수 있다.
22 일단 너와 나 사이에 참된 신뢰가 자리를 잡으면, 내 거룩한 뜻이 영혼들을 다스리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되는 것이다.
23 그러니, 딸아, 나는 어떤 사람을 선택할 때에 내 의도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이것이 무엇에 소용되는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 저들은 대체 무엇을 알고 있느냐?
24 그럼에도 그들은 나의 활동에 대해 언제나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한다. 내가 지상 생활을 한 짧은 기간 동안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의 지극히 거룩한 인성은 그들 가운데에 있는 완전한 사랑이었건만, 그래서 내가 죄인들을 가까이 하면, 그들은 내가 못할 짓을 한 것처럼 트집을 잡고 따지곤 하였다.
25 나는 그러나 그들의 말에 개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죄인들과 더 가까이 지냈다. 나를 사랑하도록 끌어당기기 위해 그들을 더욱더 사랑했던 것이다.
26 그러나 저 사람들은 내가 기적을 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러니저러니 말질을 하였다. 나를 성 요셉의 아들로만 여긴데다 약속된 메시아가 일개 목수에게서 나올 리가 없다고 믿고 있었으므로 나의 ‘신적 위격’에 대하여 계속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내 ‘인성이라는 태양’을 에워싼 구름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27 하지만 나는 미풍을 일으켜 그 구름을 흩어 버렸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 더욱 찬란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곤 하였다. 내가 세상에 온 목적인 구원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28 그런즉 너는 내가 너를 대하는 방식을 두고 말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놀랄 것 없다. 설령 그들이 내가 너와 함께 한 일을 구름으로 에워싸더라도 내가 미풍을 일으켜 그것을 흩어 버릴 것이다.
29 그들이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너에 대한 나의 행동 방식이, 다른 누구에게도 쓰지 않은 방식이었다고 해도, 우리의 사랑에는 필요한 것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자신의 뜻을 알리고 사람들을 다스리게 하기 위해 쓰일 것이었기 때문이다.”
30 그런 다음 그분은 더욱 부드러운 어조로 이렇게 말씀을 덧붙이셨다. “딸아, 가련한 그들은 내 ‘거룩한 뜻의 빛’의 영역 속을 걷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 그 센 빛에 눈이 부신 듯하니 그들의 지성이 아무것도 못 보는 상태로 있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31 그러나 이 빛을 보는 데에 익숙해지면 그들도 오직 나의 사랑만이 그러한 (방식을 쓸) 정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내 거룩한 뜻이 알려져서 사람들을 다스리게 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며 바라는 까닭에, 내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랑을 넘치도록 풍부하게 쏟아 부어 주기를 바랐다는 것을 말이다.
32 더군다나 내가 너에게 행한 모든 것은 장차 내 ‘피앗’의 다스림을 받으며 살게 될 사람들에게 행할 것의 서두에 불과하다고 일컬어질 것이다.
33 하지만 내가 너에게 말한다.내가 지상 생활을 하는 동안 나의 인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 내 일의 거룩함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내가 와서 모든 이에게 주려고 했던 선익을 아무도 누리지 못하였다. 그들은 내 거룩한 사업의 바깥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34 또 내가 어떻게 말했는지를 두고 이러니저러니 말질을 하는 것에 덧붙여 끝까지 내게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도 빈속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너무나 많은 사랑으로 모든 이에게 주려고 했던 선익이 텅 빈 바깥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