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와 태양
이 영 희
꽃씨들이 수수께끼놀이를 벌였읍니다.
나팔꽃, 분꽃, 채송화와 봉선화, 그리고 코스모스, 해바라기 꽃씨들------모두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읍니다.
새까만 세모돌이나 팔꽃씨가 맨 먼저 말을 꺼내었읍니다.
“이른 아침 울타리에서 따따따따따------ 그게 뭐게?”
그걸 모를라구요.
꽃씨들은 소리 모아 그 수수께끼의 답을 했읍니다.
도돌도돌한 무당벌레 같은 분꽃씨가 다음 문제를 말했읍니다.
“빨간상자 속에도 하얀분, 하얀상자 속에도 하얀분-----·그게 뭐게?”
그것도 아주 쉬운걸요.
꽃씨들은 얼른 답을 맞추었읍니다.
“분꽃!”
이번엔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채송화꽃씨 차례입니다.
“댓돌 밑에 나란히 나란히, 댓돌 밑에 울긋불긋------ 그게 뭐게!”
꽃씨들은 방싯방싯 웃으며 대답했읍니다.
“채송화!”
아주아주 조그만 풋볼, 봉선화꽃씨가 나서서 말했읍니다
“하룻밤 동안에 손톱이 빠알강------그게 뭐게?”
“알았어요, 알았어요.”
꽃씨들은 입을 모아 답을 내었습니다.
“봉숭아!”
연필심처럼 뾰족한 코스모스꽃씨가 성큼 일어섰읍니다.
“산들바람에 한들한들, 분홍빛 흰빛------ 그게 뭐게?”
그것도 문제 없지요.
꽃씨들은 신이 나서 답을 맞추었습니다.
“코스모스!”
모두들 정말 수수께끼 선수들이군요.
마지막으로, 납작한 깜장이 해바라기 꽃씨가 나왔읍니다.
“하늘에 피는 꽃, 아침엔 빨강, 낮에는 하양, 저녁엔 주황-----·그게 뭐게?”
네------하늘에 피는 꽃이라구요.
꽃씨들은 고개를 갸웃갸웃 하였읍니다.
“해바라기 아닐까?”
“아아니.”
나팔꽃씨가 답을 댔지만, 해바라기꽃씨는 살래살래 머리를 흔들어 보였읍니다.
“알았다, 알았어. 접시꽃이지 뭐야!”
분꽃씨가 이렇게 소리쳤읍니다.
“아아니.”
해바라기꽃씨는 이번에도 살래살래.
“그럼 뭘까?”
채송화와 봉선화꽃씨가 똑같이 말했읍니다.
“정말 뭘까?”
코스모스꽃씨도 덩달아 중얼거렸읍니다.
하늘에 피는 꽃, 아침엔 빨강, 낮에는 하양, 저녁에는 주황, 그게 무엇일까요?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도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에햄!”
그러자 해바라기꽃씨는 기침을 한번 하고 나서 그 수수께끼 해답을 일러주었읍니다. 그것은 태양이라는 것입니다.
“태양?”
꽃씨들은 한꺼번에 하늘을 쳐다보며 되물었읍니다.
“태양도 꽃이야?”
모두들 미심쩍은 눈초리입니다.
“그럼 태양꽃씨도 있게?”
그중 작은 채송화꽃씨가 말하자, 해바라기꽃씨는 얼결에 대답해버렸읍니다.
“있지, 있구말구.”
“어떻게 생겼는데?”
봉선화꽃씨가 재우쳐물었읍니다. 그래서 해바라기꽃씨는 열심히 생각을 헤아려야 했읍니다.
“으응, 태양꽃씨는 말이지, 으용------ 비둘기알만하고, 구슬처럼 비쳐보이고 말야, 그리고------응 참, 빛깔로 반짝거리고------ 아마 그럴 거야, 아니 꼭 그렬 거야.,,
꽃씨는 이렇게 혼잣말하듯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었읍니다.
그때입니다. 나팔꽃씨가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읍니다.
“앗, 태양꽃씨다!”
비둘기알만하고, 구슬처럼 비쳐보이고,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고운 비눗물방울 하나가 봄하늘을 둥실 떠가고 있었읍니다.
하늘과, 태양과, 들판과, 꽃씨들의 얼굴까지 모두 비쳐져있는 예쁜 비눗물 방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