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는 마치 뭐에라도 홀린 듯 문 밖을 뛰쳐나갔다. 역시나 푸른 달이 떠있었다. 최근에 자주 보게 된 달, 하지만 오늘은 왠지 달빛이 좋았다. 유기는 잠시 멈추더니 달빛을 감상했다.
하지만 곧 그는 그가 집밖을 나온 이유를 떠올렸다. 피 냄새는 매우 강렬해서 따라가는 데에 별 문제는 되지 않을 듯 했다. 다시금 그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것은 두려워서도, 소름끼쳐서도 아니었다. 순수한 흥분! 묘하게 들뜬 그는 제자리를 힘껏 박찼다.
그드득
기괴한 소음이 공터에 울렸다. 음산한 공기가 주의를 감도는 가운데에 그 소린 더욱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시켰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도 공터에 널린 것들로 인해 무산되었다.
목이 돌아가 버린 시체들이 마치 피라미드에 내장되어있는 관에서 꺼내 온 것이라도 되는 듯 하나가치 바싹 말라비틀어져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그런 시체들 뒤로 푸들푸들 떨며 실소를 하는 사람들이 묶여있어 이 비현실적인 광경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소하는 그들은 바로 모회사직원 단체 실종사건의 실종자들이었는데 그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너무나도 해괴한 모습에 현실을 망각하고 공포에 자아를 먹혀버려 그냥 허여멀건 시선으로 공허한 허공만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풀린 눈동자는 현실도피증 말기환자들의 표본이었다.
하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극도의 공포로 미쳐버린 회사원들 사이로 비록 경련이라도 일으키듯 몸이 떨리긴 했지만 혐오감에 가득 찬 눈은 그가 제정신임을 알려주었고, 심줄이 붉어지도록 꽉 쥐어진 주먹으로 보아 그 혐오감의 표출대상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경멸스러워 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봐 형씨! 너무 그렇게 보지 말라구, 엉?”
창백한 피부를 소지한 청년이 건들거리며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 청년은 그를 마치 재미난 놀이감을 발견한 아이 같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짜고짜 그의 턱을 걷어찼다.
턱은 마치 유리그릇 깨어지듯 조각나 버렸고,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청년은 실실 웃으며 그의 머리를 발로 밟아 누르더니 지근지근 밟았다.
“으윽.”
턱이 깨진 상태에서 그대로 바닥에 짓눌리니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으랴? 처참한 비명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봐, 시끄러워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이제 배도 어느 정도 꺼졌고 하니, 마저 처리하고
얼른 가자.”
이 사건의 주동자인 듯한 인물이 입을 열자 창백한 피부의 그 청년은 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재미 다 봤다는 듯 남자를 던져버렸다. 남자는 2미터를 날아서는 그대로 콘크리트바닥에 처박혔다.
그의 행동을 신호로 망혼들은 근처에 있던 인간들을 집어 들었다. 그들의 몸체와 그리 차이나지 않은 인간들을, 아니 오히려 더 큰 인간도 있는데도 망혼들은 한손만으로 번쩍 들어 올린 체 목에 이를 박아 넣었다.
첫댓글 맨 마지막에서 바로 윗 문단은 <이 사건의 주동자인 듯한 인물이 입을 열자 창백한 피부의 청년은 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더 낫지 않나 합니다.
그렇군요.... 수정합니다.....
너무 짧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