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리에 가서 나이만큼 탑돌이를 하고 왔습니다
탑돌이 끝낸 가슴엔 그리움 하나 심지 못했지만
마냥 높은 탑리의 가을 하늘이 있으면 그만입니다
절 없는 절 마당에 우뚝 솟은 탑두를 보며
여행 떠난 절의 행적을 가늠해 보기도 했습니다
감실龕室 주인 부처님도 온데간데 없는데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도 매양 다소곳한 탑리입니다
탑이 좋은 약사 시인은 탑리에 살면서
기별 없이 찾아가면 장터국밥 한 그릇 권합니다
탑리의 이끼 낀 바람이나 쐬다 가라 합니다
5일장 국밥 끓이는 낡은 천막집도
높은 하늘 이고 누운 나지막한 기와집도
모두가 소슬한 채 절집 같았습니다
*** 탑리라는 지명地名을 알고 찾는 여행객에겐
이미 탑리의 '다소곳함'이 예사롭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가을 하늘이 있으면 그만'인 분위기와
'장터국밥 한 그릇 권'하는 글벗이 있고 모두가
절집 같은 '소슬'함이 여행의 목적인지도 모릅니다.
(시로여는세상 2004. 겨울호)
첫댓글 산사의 조용한 풍경이 그려지고, 약사 시인의 넉넉한 마음도 봅니다.
소재의 지명이 의성이지요? 의성 국밥집, 유명하지요. 장날만 끓이는 국밥집인데 정말 맛있어요. 시가 이 모든 것을 멋지게 그려내는군요.
그 국밥 오늘같은 날 딱 제격인데....
전 낮에 후딱 한 그릇 했지요.ㅎㅎㅎ
의성장날 국밥 먹으러 가봐야겠네요.
좋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