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구어와 문어는 언어를 그 전달매체가 음성이냐 문자냐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서, 흔히 더 전문적인 용어인 음성언어·문자언어가 널리 쓰인다. 구어·문어는 오히려 구어체·문어체라는 문체의 분류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구어체·문어체는 전달매체에 의한 분류가 아니라 문체상의 분류이므로, 구어·문어의 분류와 구어체·문어체의 분류는 이원적인 구조를 가진다.
다시 말하면, 문어에는 문어체 문어도 있지만 대화체를 그대로 인용하는 구어체 문어도 있으며, 마찬가지로 구어에는 대부분 구어체이지만 연설이나 웅변 등에서 볼 수 있는 문어체 구어도 있는 것이다.
문어를 표기하는 표기수단은 문자이되, 그 밖에 구두점이나 인용부호 등의 문장부호도 중요한 보조수단이며, 띄어쓰기의 빈칸이나 행을 바꾸는 수단도 중요한 몫을 한다. 이는 구어에서 억양·몸짓 등이 중요한 보조구실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체적으로 문어는 시각(視覺)에 의존하는만큼, 문장의 첫자를 대문자로 한다든가 고딕체·이탤릭체 등의 특수한 활자체를 동원한다든가 밑줄을 긋는 등 여러 가지 시각적인 효과를 동원한다. 그리고 맞춤법(표기법)도 좀더 효율적인 것이 되게 하려고 여러 가지로 모색한다.
문어는 원칙적으로 음성언어를 바탕으로 한다. 음성으로 이루어진 것을 문자의 형식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곧 문어인 것이다. “올해도 풍년이겠어요.”라고 입으로 말할 것을 편지에서 글로 쓴다면 곧 문어이다.
음성은 공간적으로 먼 곳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시간적으로도 곧 사라지는 약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그러한 약점이 없는 문자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 말하자면 문어요, 그러한 시공상(時空上)의 제약을 벗게 하는 것이 문어의 주된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어와 구어의 관계는 반드시 음성과 문자를 뒤바꾸기만 하면 되는 관계는 아니다. 구어는 구어대로의 독자적인 영역이 있고 문어는 문어대로의 영역이 있다.
첫째, 구어는 어떤 자극에 즉시 반응을 보이는 동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문어는 시간여유를 두고 차근차근히 반응하는 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그리하여 문어는 구어에 비하여 잘 다듬어진 형태로 표현된다. 구어는 잘못 말한 부분을 고친다 하여도 그 잘못된 부분의 흔적이 남지만, 문어는 고쳐진 부분만 제시되므로 훨씬 잘 다듬어진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둘째, 문어는 보존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이미 지나간 앞 부분을 수시로 되돌아가 볼 수도 있고, 차례차례 순서에 따라 읽지 않고 듬성듬성 건너뛰며 필요한 부분만 읽을 수도 있다. 물론, 전체를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도 있다.
셋째, 문어는 대개 구어보다 큰 조직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진다. 제목이 붙고 주제나 단락 등이 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조직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그만큼 문어는 격식을 중요시하는 면이 있다. 전화와 편지를 비교하여 보아도 편지가 훨씬 격식적이며 설화(說話)와 같은 비교적 큰 조직을 갖춘 구어도 소설이나 수필에 비하면 덜 격식적이다.
넷째, 문어는 구어에 비하여 보수적인 경향을 띤다. 구어로는 ‘잡었다, 무니, 히망’이 되었어도 문어로는 여전히 ‘잡았다, 무늬, 희망’의 모습을 고수한다. ‘죄송하오나’나 ‘아버님 보시옵소서’와 같은 의고적(擬古的)인 표현이 문어에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다섯째, 구어는 대개 특정한 청자(聽者)를 면전에 두고 구사하는 반면, 문어는 불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로써, 구어에는 해라체·하게체·해요체·합쇼체 등의 경어법 구분이 정교하게 선택되는 반면, 문어체는 대개 해라체 하나로 단순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원적으로 보면 문어는 분명히 구어를 바탕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며, 어느 순간도 구어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관계에 있다.
그러나 문어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독자적인 세계가 있어 늘 구어에 얽매어 있는 것만은 아니며, 또 시각적인 기호인 문자를 청각적인 기호인 음성으로 바꾼다고 하여 바로 구어가 되는 관계에 있지도 않다.
극히 특수한 경우로서 과거 우리가 한문으로 문자생활을 할 때처럼 구어와 문어가 전혀 별개의 세계로 운영되는 수도 있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문어에는 도표며 화살표 등의 특이한 방안들이 동원되는데 이를 구어로 바꾸기는 어렵다.
신문에는 제목이 있고 활자의 크기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또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적절히 배합하는데 라디오에 이런 것을 반영할 방도는 없다.
그리고 문어에는 앞에서 밝혔던 특성들 때문에 ‘보시옵소서, 다름 아니오라’와 같은 의고적인 표현 이외에 ‘출입을 금함’이나 ‘도시락을 지참할 것’과 같은 특이한 표현도 많다.
‘제주도에서의 하루’도 구어라면 대개 ‘제주도에서 보낸 하루’가 될 것이며, ‘영호와 민규에게 보냈으므로’도 구어라면 대개 ‘영호하고 민규한테 보냈으니까’가 될 것이다.
‘오래 고구(考究)하였던 바 드디어’의 ‘바’도 문어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이다. 문명사회가 될수록 문어는 그 독자적인 세계를 넓히고, 또 비중도 높아져 우리 언어생활에서 큰 몫을 차지해 가고 있다.
첫댓글 위, 뭔가 작자에겐 어렵습니다
* 구어체 : 말하듯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 ( 소설 수필 등)
* 문어체 : 문장체로 쓰는 말 논문, 논설, (비 문학적)
* 고어체 : 고전, 하리다. 하더이다. 그러 하오리다.
우교수님 맞나요. 전혀 아니 올시다 입니까?
아니라면 답글로 남겨 주시면...,
ㅎ
그렇게 아셔도
괜찮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