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촌에 나갈 일이 있어 오랫만에 헌책방 순례를 했다.
구입한 산서는 아래와 같다.
'에베레스트의 서사시'(The Epics of Everest)는 레오나드 비벌리가 1954년 초판을 썼다.
1953년 힐러리와 텐징 노르게이의 초등에 이르기까지 에베레스트 도전사를 담았다.
좌측은 어제 구입한 것으로 1966년 재발행본이고 우측은 1954년 초판 양장본의 표지이다.
1954년 당시에는 고산등반과 에베레스트를 어떻게 보았을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되겠다.
"Left for Dead"( 죽은 줄 알았는데) ( 벡 웨더스)
1996년 에베레스트 참사를 그린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를 읽은 이들 많을 것이다.
일본인 여자 남바 야스코와 벡 웨더스는 3캠프 위에서 눈밭에서 쓰러진다.
죽은 줄 알았는데 벡 웨더스는 다음날 깨어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3캠프로 내려온다.
제이크 질렐할 샘 워싱턴 등 유명 배우가 출연한 영화 '에베레스트'에서도 그 장면이 나오는데,
당사자인 벡 웨더스가 2000년 쓴 자전적 등반기로, 당시 등반가들 중 몇명도 자기만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바를 책으로 냈다.
책의 원 출처는 미군부대 캠프 워커(Camp Walker)로, 군대라는 성격상 도전과 극복을 주제로 하는 산서를 많이 소장하고 또 이렇게 방출을 한다.
"Doctor on Everest" 그리고 아나톨리 부크레브의 'The Climb"는 예전에 구입했다.
존 크라카우어의 원본과 함께 총 4권을 소장하게 된 셈이다.
존 크라카우어의 책은 전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사실과 배치되거나 지극히 자기 위주로 기술한 바가 많다고 비판받았다.
특히 아나톨리 부크레브에 대해서는 비난조에 가까워 악인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아나톨리는 그해 미국 산악회에서 '올해의 산악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헌신적으로 구조활동을 펼쳤다. 아나톨리는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하지 않고, 이 책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진실을 밝혔다. 존 크라카우어 역시 자기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이 횡행하는 미국이라 알고 있는데 다소 놀랍다.
몇년 전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는 산서가 있었다.
법에 호소해서 판매금지 처분과 명예훼손죄 등등 세속적으로 해결하려 든 건 아쉬운 대목이다.
"세계의 명봉"은 1972년 일본의 유명 등산잡지였던 '악인(岳人)' 편집부에서 펴냈다.
자그마치 17명의 사진작가가 동참한 작품집이다.
1977년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도한 한국대이건만 자료가 거의 없었고,
일본어에 능통한 김영도 대장이 일본서를 번역하여 자료료 했다고 했던 것과 비교된다.
'장성'(1980년 초판, 1988년 재판)
중국의 만리장성 자료는 구입할 필요가 없지만, 이 책은 1980년대의 것이라 구입했다.
지금처럼 중국몽(中國夢) 시대의 화려한 만리장성과 비교되는 소박했던 모습을 볼 수 있어 샀다.
'산의 여흔' 조진수 사진집으로 실수인지 발행연대는 표기되어 있지 않다.
여흔(餘痕)이라는 말은 남은 흔적이라는 뜻일텐데 처음 보는 단어이고,
아마 이 사진집에 대해서는 아는 이들 별로 없을 걸로 본다.
저자가 등반가가 아니기 때문에 '산세의 아름다움'에 포인트를 맞춘 사진집으로,
특이하게도 쿰부 히말라야 지역의 몇몇 포인트에서 집중해서찍은 파노라마 사진이라는 것이다.
사진집의 말미에 이렇게 동참한 세르파들의 모습을 함께 찍은 게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그들을 예우하는 고산 등반가들이 있는가 싶다.
1년전에도 헌책방 책장에 꼽혀 있었는데 그때는 커버가 있었다. 이 참에 구입해 버렸다.
"동성 80년사(1987년)"는 존경하는 한국 등산계의 큰어른인 손경석 선생님이 나온 학교이다.
그분을 기리며 구입했는데, 하필 펼친 곳에 그분의 글이 등장한다. 이걸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1945년 12월 10일 동성학교의 교지인 '성우(星友)'가 창간되는데,
편집 책임자는 4학년 계몽부장겸 문화부장인 손경석이라고 하고 있다.
지금 보이는 창간사가 바로 손경석 선생님의 글이라고 하고 있다
2호에도 세편의 글 제목이 보이는 걸 보면, 계속해서 글을 많이 기고한 걸로 보인다.
1947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다음 문리대 산악회를 만들었고, 평생 1200여의 등산 관련 글을 각종 매체에 기고했다. 대단한 것은 그 모든 글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당신이 파일로 해서 소장하고 있다는 것.
산에 관한 첫 글은 1955년 2월 동아일보에 기고한 '산악운동의 방향'이다.
동성고의 소식지인 성우에 기고한 글들은 비록 산악운동에 관한 글이 아니지만,
그 이전의 기명 기고글을 이번에 발굴한 셈이다.
'일본의 고서점 찾아 가는 길'
저자 약력을 보면 1934년부터 지금까지 '일본고서통신'이라는 잡지(?)가 발행되고 있나 보다.
놀랍다.
한국에서는 이런 책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 주된 이유는 무엇보다 10년이상 한군데서 영업하는 헌책방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서이다.
도쿄에 가고 싶거나 보고 싶은 거 없는데,
언젠가 갈 기회가 생긴다면, 도쿄의 헌책방 거리인 진보초에 있는 등산서적만 전문적으로 사고 파는 헌책방인 유서당서점에 푹 파묻혀만 있다가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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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비중이 좀 떨어지는(?) 책들로 간단히 해제해 본다.
교양국사 총서로 역시 손경석 선생님이 쓰신 '한국의 산천'.
이 책은 선생이 쓰신 38권의 책 중에 대중들에게 선보인 대표적인 교양서이다.
발행주체가 주체이니만큼 상당히 발행되었는지 흔하게 보이는 책으로 이 참에 한 권 또 사버렸다.
관촉사 기념 사진첩.
관촉사 기념 사진첩은 몇권 있어 이 판본도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다시 언제올까 싶어 구입했다.
김향 여행 에세이 '지니가다 머무르다'
여행기도 한때 컬렉션을 했지만 너무 많다보니 어느순간부터 그만두었다.
이 책은 티베트와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들어 있는데다.
말미에 얼마전 작고한 황현산 교수의 추천사가 있어 구입했다.
"김향 시인의 여행기는 아름답다. 끝없는 선율의 유려한 문장 속에서 쟁쟁한 감각들이 날을 세워 자주 육신을 후빈다. 그러나 더 아름다운 것은 어디서나 처음 만난 것을 두번 대하는 자의 정답고 낯익은 시선 아래 막막하게 깔려 있는 낯선 폐허이다."
수문출판사에서 나온 '지리산'.
벌써 두어권 샀을텐데, 어디에 꽂혀 있는지 알 수도 없고, 한국산서회에서 내는 '산서' 2019년호에 1930년대 지리산 이야기를 기고한 터라 다시 구입했다.
'감사하지 않은게 없었다.'
책에는 저자 사인이 있어 최근 관심있는 '저자 사인본 산서 시리즈'의 한권으로 구입했다.
사실 어제 신촌에 간 까닭은 홍대의 어느 클럽에서 아는 아마추어 지인이 공연을 해서이다.
초청은 받았는데 갈 생각을 한 까닭은 멤버 중에 성기완이 있다는 말 떄문이었다.
등산에 푹 빠지기 전에 '3세계 월드뮤직'에 빠져 있었는데, 성기완이 인도하는 월드뮤직 음반들을 많이 샀고,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좋아했기 때문이다.
산서들을 사서 나오려는 그가 쓴 책 '홍대 앞 새벽 세시'라는 책이 눈에 띠었다.
이 책도 구입하여 그의 사인을 받았다.
만약에 내 이름으로 청했다면, '의례적'인 인사말로 끝냈을텐데,
어린 아해의 이름으로 청했더니, 이렇게 근사한 문구를 준다.
홍대 홍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카페는 거의 처음 들어가 본 것 같다.
국내와 해외 유명한 락음악을 부르는데, 아재들 잘 놀더라.
나는 산이야기 말고도 그렇게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게 의아하여 한참 신기해 했다.
이상 오랫만에 소장한 산서이야기였습니다.
회원님들 모두모두 가족친지분들과 뜻깊은 설날 되세요~~~
첫댓글 즐겁게 감상합니다.
김진덕 님, 위에 쓴 책들 잘 보았어요. 지금은 산서를 구하러 이런저런 책방 순례를 예전처럼 하지 않지만,
책 제목, 책 앞표지만 보아도 가슴이 뛰는 것은 마찬가지네요. 성기완은 시도 쓰고, 밴드도 하고,
빈티지 자전거도 타고, 참 좋은 후배이지요. 몇 년전에 제가 '올모Olmo'라는 이태리 수제 자전거 프레임을
마산에 사는 분으로부터 구입했는데, 그 분은 성기완에게서 샀다고 해서, 참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성기완에게 연락했더니, 반가움에 프레임과 퀠스템을 연결하는 동그란 링을 제게 줘
받은 적이 있네요. 지금은 그것으로 잘 조립해서 가끔 타고 다니기도 해요.
저도 오랫만에 신촌에 간 셈이라, 서점에 들어서기 전 설레이는 감정을 오랫만에 느꼈습니다.
오늘은 어떤 책들이 빼꼼 나에게 눈길을 줄까 하면서 말이죠.
성기완씨와 교수님 사이에 인연이 또 그렇게 되는군요~
저에게 자전거는 동네 한바퀴 도는 용이라 자전거 세계에 문외한인데,
그러고보니 또 그쪽 세계에도 엄청난 이야기가 있겠습니다..~
산에 관한 책을 찾아서 발품을 팔아 책방을 다니는 모습, 그 헌정의 모습에 감동...이런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에 책을 향하는 정성과 노력에 많이 느끼고, 배웁니다. ㅇㅊㅇ
언젠가 우연히 신촌 헌책방에서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어제 산서회 모임때 나오실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