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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쫀득한 이게 뭐야?
금방 피를 빨아 먹을 것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이감독을 피하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도치씨는 비명만 질렀을 뿐 피하지 않았다.
“우어엌!”
도치씨의 비명에 놀란 두 여자는 조금 전 잡아먹을 듯 서로 어르렁 거리던 싸움박질을 일단 일시정지하고 도치씨에게 집중했다.
도치씨의 목덜미 30cm까지 이빨을 가져간 이감독은 공격을 멈추고 두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 도치씨의 얼굴을 세심하게 살폈다.
도치씨는 꼼짝 없이 물렸다고 체념했다.
체념했지만, 다가오는 이감독의 이빨을 피하려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최선을 다했다. 도치씨가 얼굴을 도리질한 것은 이감독의 공격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물리는 편이 낫지, 지독한 이감독의 입 냄새는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아영의 허리를 잡고 씨름하느라 입이 바짝 말랐던 이감독의 입에서는 역겨운 단내가 엄청 풍겼다.
“왜 이래? 아휴! 아휴!”
이감독의 얼굴을 바로 코앞에 두고 얼굴만 이리저리 돌릴 뿐 밀쳐내지 못하는 도치씨가 이상해서 두 여자가 동시에 물었다.
“도치형부. 지금이 찬스에요. 해딩! 슈! 슛!”
“도치오빠! 감독님 옆구리 비었어요. 라이트 어퍼컷!”
두 여자의 응원이 열광적이었지만 도치씨는 꼼짝하지 못했다. 간신히 도치씨가 말했다.
“나 죽을 거 같아!”
“네에? 도치형부!”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지? 도치오빠?”
“아니야! 아아아으윽!”
도치씨는 정말 괴로운 것 같았다. 엄청난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사지를 비트는 도치씨에게 두 여자가 한목소리로 물었다.
“심장마비야? 어떡해?”
이감독이 도치씨의 얼굴과 맞닿은 체 말했다.
“아야! 심장마비면 벌써 죽었게? 맹장염인가 보네?”
이감독의 입 냄새를 안 맡으려고 코를 닫고 도치씨가 말했다. 코뱅뱅이 소리를 하며 몸을 꽈배기처럼 비틀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아우으윽!”
오진숙이 이마를 찡그리며 걱정했다.
“변비 똥 싸는 거죠?”
우아영이 오진숙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년 봐라? 도치오빠가 감독님 같은 줄 아니?”
“또 이년저년이야? 썅년!”
이감독 때문에 잠시 휴전했던 두 여자의 상황이 다시 급변할 기세였다.
도치씨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 있잖아!”
“응 말해요. 도치오빠.”
“뭐에요? 겁먹지 말고 말 하세요. 제가 있잖아요. 도치형부!”
“나! 지금 전신 쥐났거든! 입만 빼고.”
두 여자와 이감독의 입에서 풍선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에에이!”
“난 또?”
“인명은 재천이라 했거늘 죽는 게 그리 쉽냐?”
이감독과 도치씨의 눈이 코앞에서 딱 마주쳤다.
이감독은 도치씨를 타고 앉은 자세로 도치씨의 얼굴을 다시 곰꼼 살피기 시작했다.
“왜 그래?”
마치 사체부검 하는 프로파일러profiler 처럼 도치씨의 얼굴을 납작 엎드린 체 요리저리 살피던 이감독이 도치씨의 눈 밑에서 무언가 손가락으로 찍어 달빛에 비춰보더니 즉시 경악했다.
“으아압! 이게 이게 뭐야? 쫀득쫀득한 이거? 도대체 이게 뭐야?”
이감독의 얼굴 옆에 두 여자가 얼굴을 붙였다. 두 여자도 달빛에 비치는 이감독의 손가락 끝을 주시했다. 여섯 개의 눈동자가 이감독의 손가락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의문의 물질에 호기심을 보였다.
우아영이 소리쳤다.
“이거 내꺼 잖아?”
오진숙도 소리쳤다.
“맞네! 아영언니 이년이 뱉은 거에요. 가래침요! 요새 아영언니 이년이 감기 걸렸거든요!”
우아영이 톡 튀어나왔다.
“어머머! 어떡해? 그게 왜 도치오빠 얼굴에 붙었어요? 허지만 바이러스는 다 뒈졌대요! 괜찮아요.”
질질 흘러내리는 액체를 손가락에 매달고 이감독이 펄쩍 뛰었다.
“우와악! 가래다!”
도치씨 따라 처음 바다낚시 왔을 때 혼무시붉은바다지렁이를 보고 기절초풍 놀라던 때의 흡사 그 모습이었다.
손가락에 묻은 가래침을 얼른 도치씨의 뺨에 도로 닦으며 이감독이 말했다.
“우웨엑! 토 나온다! 에이! 더러운 인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