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텔레그램 메신저의 창립자 파벨 두로프 CEO(최고 경영자)가 1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전격 체포된 뒤 자주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로프CEO는 자신의 전용기로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 도착한 직후 경찰에 체포된 지 꼭 1년이 지난 24일 "프랑스 사법당국이 자신을 체포한 것은 그들의 실수"라고 비판했다.
두로프 CEO/사진출처:텔레그램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두로프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알 수 없는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범죄를 획책했다는 이유로 나는 4일간 구금됐다"며 프랑스 경찰의 실수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검찰은 이후 텔레그램 내 아동 음란물 유포·마약 밀매·조직적 사기 및 자금 세탁 등을 방치해 사실상 범죄를 공모하고 수사 당국의 정보 제공 요구에 불응한 혐의 등으로 그를 예비 기소됐다. 그는 보석금 500만유로(약 74억원)를 내는 조건으로 석방됐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두로프 CEO는 "이상한 체포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14일마다 프랑스로 돌아와야 하며, 아직 소환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며 "나의 체포로 자유 국가로서 프랑스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게 유일한 결과"라고 비꼬았다. 나아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두로프와 텔레그램/편집자)는 계속 싸울 것이고,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체포된) 2024년 8월까지 그들(사법 당국)은 프랑스와 유럽의 법적 절차에 따라 텔레그램에 필요한 요청을 보내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텔레그램은 프랑스에서 온 모든 법적 구속력 있는 요청에 항상 응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그 절차를 모른다면) 검색하거나 직접 문의를 통해 정확한 절차를 알아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콘텐츠 관리에 대한 업계 표준및 관행을 준수했다"고 항변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두로프의 변호인단도 "국내법 및 유럽 규정을 무시하고 진행된 수사 행위의 합법성과 기소 절차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보석으로 석방된 두로프 CEO가 함께 구속됐던 여자친구와 함께 파리 시내를 둘러보는 모습/영상 캡처
재미있는 것은 그가 체포 1년을 앞두고 아버지의 가르침이라며 공개한 세 가지 인생 덕목.
렌타루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두로프 CEO는 지난 14일 "아버지로부터 세 가지 가르침을 받았다"며 △솔선수범해 다른 사람에게 모범을 보이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재능보다는 도덕성을 더 중시하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가 연구 논문과 책 집필을 위해 쉴 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솔선수범), 전후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란 아버지로부터 가족과 동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올바르게 정리하는(긍정적 사고) 법을 깨쳤다고 했다. 또 아버지는 늘 양심에 저버리지 말고, 재능보다 도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으로 당부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텔레그램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범죄와는 근본적으로 담을 쌓고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솔선수범하며 살아왔다는 또 다른 주장으로 들린다.
터커 칼슨 전 미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하는 두로프 CEO/캡처
프랑스 당국에 대한 그의 목소리는 지난 7월 X(엑스)를 통해 강하게 터져나오기도 했다. 프랑스 당국이 언론의 자유에 대해 '십자군 전쟁'을 벌인다고 비난한 것이다. 앞서 6월에는 터커 컬슨 미 폭스뉴스 전 앵커와의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체포및 구금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체포된 후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창문과 침구도 없는 방에 4일간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창문도 없는 7㎡짜리 방에는 메트리스도, 침대 시트도, 베개도 없었고, 두께 1㎝정도 되는 요가 매트만 있었어요.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지요."
그가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