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장교 후보생들을 인솔하여 '베트남'에 단기 연수를 다녀왔다.
어제 새벽에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리무진 버스를 타고 산본에 도착했다.
자신의 처소로 가지 않고 부모가 있는 곳으로 오고 싶다고 했다.
주말이라 쉬고 싶은 모양이었다.
차를 끌고 나가 딸을 픽업했다.
같이 아점 식사를 했다.
아내와 시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장성한 딸.
여성 둘만의 얘기들이 많을 터였다.
나는 살며시 자리를 비켜주고 싶었다.
배낭을 메고 장거리 트레킹에 나섰다.
한세대, 오봉산, 망치봉, 덕성산, 부곡 체육공원까지 혼자서 왕복했다.
망치봉 부근에서 몇 사람을 만났을 뿐 좀처럼 사람 구경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조용하고 한적해서 좋았다.
오랜만에 파워풀한 트레킹을 진행했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누구와 동행하면 그 사람 보폭과 체력에 나를 맞추는 것이 거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혼자 하면 내 심장과 모든 근육들을 풀가동 하고 싶고 실제로도 그리 했다.
타인들의 1.5배나 2배 이상의 속도와 강도였다.
혼자서 갈 땐 가능한 한 이름 난 트레일이나 장소는 가지 않는 편이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이나 바닷가 또는 깊은 오지를 더 좋아 한다.
깊은 사색과 운동 그리고 나만의 기도 시간인데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혼자서 깊고 울창한 산에 가면 무섭지 않느냐고 묻는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매우 드물게 모골이 송연해 질 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케이스는 몇 년에 한 번 정도 있을까 말까다.
내 앞에 사람이나 멧돼지, 곰, 귀신이 나타난다고 해도 나보다 오히려 상대방이 더 놀라 자빠질 테니까 말이다.
과거에 실제로 몇 번 그랬었다.
하하하.
산 짐승들이 더 놀래 줄행랑을 치곤했다.
그냥 조용한 사색과 묵언수행 같은 하이킹이 좋을 뿐이다.
선천적으로 무섭고, 안 무섭고에 대한 관념 자체가 별로 없다.
아무튼 고맙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 번 소개해 주고 싶은 트레일이다.
9월의 첫날이다.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한 9월이 되길 빈다.
더 소통하고 공감하며 배려하는 9월을 소망해 본다.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