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미꾸라지 투입으로 메기 효과를 노린다고?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
입력 2023.07.21. 03:10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3/07/21/T4257ASNXVEWBKDL3M2GX2K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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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업·은행업 분야… 정부, 신규 사업자 허가 방침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
경쟁 촉진, 인위적으론 불가… 그 분야 초과 수익 컸다면 자발적 신규 진입, 경쟁했을 것
믿고 기다릴 참을성 없다면 시장경제 할 자격 없어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매장에 붙어있는 통신 3사 로고./뉴스1
정부는 최근 통신업과 은행업에 경쟁 활성화가 필요하다면서 제4 이동통신사업자와 신규 시중 은행 허가 방침을 발표했다. 이 두 업종이 과점 상태라서 경쟁이 불충분하고 초과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 역대 모든 정부의 인식이었고 잊어버릴 만하면 한번씩 요금 인하, 금리 부담 경감 및 사회 공헌 확대 등을 종용해 왔다. 자유시장경제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정부인 만큼 신사업자 진입을 통한 경쟁 촉진이라는 좀 고상해 보이는 방법을 동원하기로 한 모양이다.
어떤 업종이 초과 수익을 누리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정치적 압력, 해외로부터는 시장 개방 압력을 동원하는 등 물불을 안 가리고 새로운 사업자가 밀고 들어올 터인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과점 상태라 해도 초과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
은행이 과도한 수익을 냈다고 비난을 받는 것은 2007년 15.1조원, 18년 15.6조원, 그리고 21, 22년 16.9, 18.6조원의 경우인데 자본금이 2007년에는 92.5조, 2022년에는 249.5조원이었다. 제발 이익만 보지 말고 밑천도 같이 봐 주기 바란다. 순이익을 3.8조원밖에 내지 못한 2015년 같은 해도 있었다. 우리 은행의 2013~22년 평균 자본수익율은 5.2%로 미국의 10.2%의 반 밖에 안 된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 사람, 한국 기업은 당연히 한국에 투자하던 시대도 아니다. 신규 투자 유치 없이 이미 있는 지방 은행을 시중 은행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경쟁 촉진 과제를 이행했다고 때울 수 있는 금융 당국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동통신업계는 경쟁자가 3개밖에 없으니 과점이라고 몰아붙이기 더 좋아서 그런지 역대 정부가 아주 내놓고 요금 인하를 강요했고 이에 따른 통신비 부담 경감 효과가 이명박 정부는 3년간 6.6조원, 박근혜 정부는 연간 5000억원, 문재인 정부는 연간 2조원 이상이라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부풀려진 숫자라고 해도 통신회사의 수익성을 많이 떨어뜨렸고 통신회사의 주가는 게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이동통신업의 수익이 과도하다는 증거는 없다. 영업이익률은 제일 높은 SKT가 8.3%인데 비해 미국의 버라이즌은 24.3%, 일본의 NTT는 19.3% 등 예사로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작년 이통 3사는 33.4조원의 자본으로 2.3조원, 6.9%의 순이익을 올렸을 뿐이다. 제4 이동통신사에게 주파수 배정과 투자 비용 면에서 과감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이 정도 수익률로는 투자 유치가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메기 효과라는 말은 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 메기 세 마리 속에 미꾸라지 한 마리 넣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아닌 것으로 안다.
3개 회사면 과점이고 4개면 과점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다. 세계 주요 50국 중 이통사업자가 4개인 나라는 13국밖에 안 된다. 32국이 3개다. 공급자가 수없이 많은 완전경쟁시장은 사실은 경쟁이 없는 세상일 수도 있고, 3사로도 흔히 생사를 건 경쟁이 벌어진다.
이런 수익성 훼손 행위는 경제 전체로 보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게 된다. 통신업의 경우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R&D 투자는 물론이고 통신 수요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콘텐츠 개발을 위한 투자도 해야 한다.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고 더 큰 규모의 투자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의 확대 선순환을 이루는 유일한 길이다.
의료, 보육, 주거, 교육, 통신, 교통 업종에서 가격을 억눌러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고 내수를 진작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실패한 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발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런 일을 이 정부도 답습할 줄은 몰랐다. 정부의 가격 규제는 가격 담합과 효과가 비슷한 경쟁제한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생계비 부담 경감이라는 명분으로 목돈을 쪼개 일인당 얼마씩 나누어주는 것은 투자 재원을 증발시키는 행위다.
경쟁 촉진을 위해 신규 진입이 일어나게 하고 싶으면, 그 업종의 수익성을 개선해 주지는 못할망정 멀쩡히 내고 있는 수익을 깎아내리는 짓은 해선 안된다. 초과 수익은 자발적 신규 진입과 경쟁 격화로 제어된다는 것을 믿고 기다릴 참을성이 없으면 시장경제를 할 자격이 없다. 하물며 초과 수익을 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수익성을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으면서 신규 진입을 기대하고 있으니 정말 딱한 일이다.
신규 진입을 촉진하는 것은 좋다. 억지로가 아니라 저절로 되게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