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무인매장 2년간 28만 방문
스스로 제ㅔ품 탐색.자동결제 인기
현실적으로 절도.파손 막기 힘들어
편의점은 심야 시간만 무인 대세
과당 경쟁으로 최근 폐점률 급증
온라인 보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1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 6층의 '언커먼 스토어'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대기 순번이 400번대에 달했다.
20대 여성이 주를 이룬 가운데 초등학교 자여와 함께 입장을 기다리는 부모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언커먼 스토어는 MZ세대(1980년~2000년 초 출생) 취향에 맞춘 잡화.생활용품.식음료.굿즈 등
200여 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이 빼곡했다.
좁은 매장에는 수십명의 고객이 있었지만 어디에도 점원과 계산대가 보이지 않았다.
점원이 없는 이른바 '무인 매장'이다.
고객은 매장 입구에서 스마트폰 '현대식품관 투홈' 애플리케이션(앱) QR코드를 찍고 입장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른 후 그대로 들고 나가면 앱에 등록된 결제수단으로 3분 내 자동결제가 이뤄진다.
자동결제는 천장에 설치된 40여 대의 인공지능(AI) 탑재 카메라와 150여 개 무게 감지 센서가 고객과 상품 이동을 추적하는 것과
동시에 무게 번호를 읽어내 이뤄진다.
진연된 상품 1개당 최소 3대의 카메라가 따라다니며 고객의 구매 여부를 차악한다.
관리 쉽고 소자본으로 가능해 각광
2018년 미국의 아마존이 무인편의점 '아마존 고'를 선보인 이후 국내에서도 무인매장이 크게 늘고 있다.
무'무인'으로의 전환이 가장 활발한 곳은 아마존 고와 같은 편의점이다.
편의점 4사(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무인매장은 지난해 기준 3310개로 최근 4년 새 16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방청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소방안전관리를 위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만 무인매장 2163개가 있다.
이어 서울(1005개), 부산(605개), 인천(376개), 순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무인매장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최근 몇 년 새 생겨난 매장으로, 이번 조사는 소방안잔관리 차원에서 실시한 것인 만큼 업계에서는 실제 영업 무인매장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기도에서 셀프빨래방을 운영하는 최모씨(42)는 '관리가 수비고 직원이 없어 인건비는 물론 4대 보험과 같은
준조세 부담도 없다'며 '투입 노동 대비 수익률이 나쁘지 않아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인매장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아이스크림 판매점으로 2011개에 달했다.
이어 셀프빨래방(1975개), 스터디카페(967개), 사진관(708개), 밀키드(662개) 등이 차지했다.
무인매장은 점포 운영 등 사업자 입장에서는 관리가 쉬운 데다 인건비를 확 줄일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점원의 간섭 없어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1일 언커먼 스토어에서 만난 김진아(21)씨는 '평소 '최고심'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데 여기에 종류가 많아서 종종 찾는다'며
'점원이 없어 눈치 보지 않고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매장은 2021년 오픈 후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 수가 28만명에 이른다.
편의점의 경우 업종 특성상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그 마저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 영향이 컸다.
무인편의점은 직원이 아예 필요 없거나 과거에 비해 직원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편의점은 인건비가 적게 들고 공장이나 기숙사, 고나광지 등 일반 점포 출점이 아려운 곳에 출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카오스크(무인 결제시스템)나 로봇 서빙과 같은 비대면 방식에 거부감이 사라진 것도 무인매장이 늘어난
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셀프빨래방 등 비교적 사업 형태가 단순한 업종을 제외하면 완전한 '무인'으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상품 수가 많은 편의점의 경우 대개 낮에는 유인매장으로, 사람 구하기가 힘든 새벽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예가 적지 않다.
점포 수가 가장 많은 CU만 해도 전국에 완전 무인매장은 4곳에 불가하다.
이마저도 정부 실증사업 차우너에서 CU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이마트24는 2021년부터 오나전 무인으로 운영하는 스마트코엑스점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24 측은 연내까지 시범 운영 후 향후 완전 무인매장을 확대한다는 목표지만 아직 상용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GS25가 가장 많은 85개의 무인매장을 운영 중이다.
완전 무인매장이 쉽지 않은 건 보안 등의 이슈가 끊이지 않기 떄문이다.
무인 결제 시스템 등은 이미 완벽히 갖춰져 있지만, 무인이라는 특성상 절도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6월까지 무인매장 절도 건수는 총 2830건으로 월평균 471건이었다.
이는 전년(월평균 351건) 대비 34% 가량 늘어난 수치다.
폭행과 기물 파손 등까지 합치면 무인매장 범죄 건수는 수만 건에 달할 것으로 에상된다.
보안업체 에스원 산하 범죄예방 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 침입 범죄는 전년 대비 72% 감소한 반면
무인매장 침입 범죄는 85.7% 늘었다.
관련 범죄가 늘면서 보안 시스템도 상당부분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완전히 막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매장서 체험하고 온라인으로 구매
여기에 담배.주류와 같은 미성년자 판매 불가 상품을 취급하는 문제는 걸림돌이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담배.주류 판매에 대한 대안으로 자판기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유인에 비해
편의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또 심야시간에 직원이 상품 발주와 진열을 주로 하기 떄문에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완전 무인매장이 대세로 자리잡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아이스크림 무인매장을 운영하는 김수길(가명 39)씨는 '유흥거리라 밤에도 손님은 많지만 그만큼 취객 관련
사고가 많아 신경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아파트가 많은 상권에서 운영하는 매장조차 아이스크림 몇 개씩 덜 계산하는 건 예사'라고 말했다.
사업 형태가 단순해 완전 무인화한 업종에서는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인메장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늘어나자 무분별하게 출점을 하거나, 유사 브랜드가 등장하면서다.
예컨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 공개서에 따르면 국내 최초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응응스크르의 의 폐점률은
지난해 기분 13.7%로 2021년 5.4%에서 8.3%포인트나 상승했다.
폐점률은 프랜차이즈 업종이나 브랜드의 포화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는데,
10%를 넘어설 경우 수익성이 익화된 것으로 평가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2년 전부터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광진(가명 48)씨는 '근처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어
관리가 쉽고, 소자본으로가능해 창업을 했다'며 '첫 1년은 경쟁자가 많지 않아 수입이 쏠쏠했지만
이제는 100m 건너 한 곳이 무인매장일 정도로 흔해져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창업 전문가인 임홍렬 컨설턴트는 '무인매장는 유통.관리가 쉽고, 소자본 창업 가능하다는 이유로 각광받았지만
상권과 입지에 따라 매출이 좌우하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비용을 이기지 못한 창업자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인매장이 완전히 자리를잡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내더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AI 기술 발전으로 무인매장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단순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준'이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기술로 미래형점포 개발에 나서곤 있지만
상용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발했다.
무인매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공간'보다는 온라인 매장의 보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소매업 매출의 50% 가량애 온라인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시작한 것이 무인매장'이라며 '이제 오프라인 매장이 점차 상품을 체험하는 모델하우스(견본주택)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여성의류.잡화 무인매장인 '#16'이 대표적인 예다.
고객이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생기면 백화점 앱을 통해 바코드를 찍으면 된다.
앱 장바구니에서 상품을 결재하면 며칠 뒤 집으로 배송 받는 시스템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보고 구매는 할인혜택이 큰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쇼핑 트랜드를 반영했다'며
'오픈 이후 여성복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 다른 지점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