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에 국민엄마배우 김혜자가 나왔었는데,
여러 가지 이야기 중 봉준호의 '마더'를 찍을 때 에피소드를 들려주어서
개봉당시에 관람한 후 쓴 리뷰를 옮겨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속 김혜자는 여전히 엄마 역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롯이 원 탑 주인공이었다.
영화방에 올려야 적당하겠지만,
늘 놀던 이곳에 그냥.
양해 부탁합니다.^^
영화 `마더`의 엄마 김혜자는 한약재상에서 일을 하며 홀로 모자란 아들 도준(원빈)과 함께 산다.
영화의 첫 장면은 넓은 갈대밭에서 허위적거리며 춤추는 엄마 김혜자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른 약초를 자르는 작두가 등장한다.
바보아들을 향해 있는 불안한 혜자의 마음이 작두로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른 약초를 자르면서도 혜자의 눈은 항상 길 건너 아들에게로 가 있다.
그 장면을 보는 나도 불안 불안했는데, 역시나 그 작두는 그녀의 손가락에서 피를 낸다.
그리고 동네 여고생의 피살로 인해 모자란 도준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구속된다.
자신을 제대로 변론하는 것이 무리인 모자란 도준이. 오로지 엄마만이 아들의 범행을 부인하며
직접 진범을 잡아 아들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도준에겐 유일한 친구 진태(진구)가 있다.
엄마혜자는 아들의 유일한 친구인 진태가 맘에 들지 않은 차에
그가 범인이 아닐까 하고 진태의 주변을 밟아간다.
진태의 집에서 골프채에 묻은 립스틱자국을 혈흔이라 여기고 혹여 지워질까 봐
일회용 비닐장갑을 씌운 닭벼슬 같은 골프채를 어깨에 메고 나오는 장면은
정말 코믹하기까지 해서 웃음이 나왔지만 무모하리 만치 아들의 무죄를 확신한다.
엄마는 모자란 아들 도준에게 누가 바보라고 놀리면 때려 주라 가르친다.
한 대 때리면 두대 때려주라고...사실 우리네 보통의 엄마들도 다 같을 것이다.
자식이 맞고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없기에.
그래서 도준이는 유독 자신에게 바보라고 하면 격렬하게 반응한다.
혜자는 도준이 5살 때 아들과 동반 자살을 기도한다. 너무나 살기가 힘들다고...
그 바보 같은 아들 도준은 엄마가 5살 때 자신을 죽이려고 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혜자엄마는 아들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부속물로 여긴 것이다.
지금도 매스컴에 자식과 동반 자살한 기사가 가끔 나온다.
우리나라가 유독이 이런 동반자살 사건이 많은 것은
자식은 부모에게 속한 것으로 생각하는 유교사상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서구에서 이런 동반자살 사건이 적은 이유는
자식은 신이 그 부모들에게 잠시 맡긴 인격체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의 사건...
혜자는 절대로 도준이 진범이 아닐 거라 확신하고 마을 곳곳을 뒤지며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려 하지만, 도준이 진범이라는 걸 목격한 고물상 남자가
경찰에 이야기 하겠다는 말에 흥분해서 쇠연장으로 때려죽이고 그 집에 불을 질러버린다.
그리고 경찰에 진범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잡히고 도준은 풀려나지만,
그 잡힌 범인 또한 도준이 처럼 온전치 못한 고아였던 것.
도준이 석방되던 날 혜자는 아들을 마중가지 않고 아들 대신 잡힌 범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혜자는 묻는다.
"엄마 없어?~"
그리고 한없이 운다.
그렇게 묻는 김혜자의 목소리가 한동안 귀에서 떠나지 않을 만큼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앞뒤 안 가리고 전폭적으로 아들을 변호할 엄마가 이 무고한 범인 고아에겐 없으니...
혜자가 동네사람들과 여행을 가는 날 아들 도준이가 대합실에서 엄마에게 `침통`을 건네주면서
"엄마 이런 거 함부로 흘리고 다니면 안 되잖아." 라고 한다.
그 침통은 혜자가 고물상남자를 죽인 그 현장에 떨어트린 것이다.
순진하고 바보라고 생각한 아들이
사실은 순진하지도 바보 같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는 엄마 혜자는 두려움이 휩싸인다.
요즘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에서도 여러 어머니가 등장한다.
자폐아 아들을 맹목적으로 과보호하려는 어머니.
결혼 전 버림받은 딸의 장래를 위해 손자를 내다 버린 어머니
자신도 모르게 버려진 아들을 찾아 그 아들을 다시 뺏기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어머니
첩의 신분으로 아들을 낳아 키운 어머니,
`하얀 거짓말` 속의 모성도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기심에 그 자식들은 상처를 받는다.
모성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모성은 아름답고 숭고하다고 했던가.
영화 봉준호의`마더`는 동물적이고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모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유독 어둡고 강열했다.
디테일함과 복선과 치밀한 이야기전개로 두 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도준엄마의 모성은 따뜻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그저 이기적이기만 한,
자식 앞에선 결코 이성적일 수 없는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자식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어떤 일이든 주저하지 않는 잔인한 모성을 보여주었던 영화였다.
봉준호가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사실 나는 나의 모든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마더> 엔딩 장면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강하다'
영화 마더(Mother) 엔딩 ENDING https://youtube.com/watch?v=qX2YWJeHoCsㄷ&si=EnSIkaIECMiOmarE
첫댓글 리진님의 '마더'..
흥미진진 하게 읽었습니다.
저도 유튜브로 잠깐 김혜자님을 보았는데
봉감독과의 에피소드 듣고
마더가 궁금했습니다..
영화 이야기 또 해주세요..^^
재미있게 들었습니다..ㅎㅎ
재미나게 읽었다니 감사하네요.
김혜자배우의 그동안의 엄마와는 다른 연기도 훌륭했지만 봉감독은 천재같아요.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링크한거 추가했어요.
명장면으로 김혜자의 갈대밭 첫장면과 함께 강렬한 엔딩장면이거든요.
ott로 꼭 찾아서 한번보세요. 색다른 김혜자배우의 연기와 잘생긴 원빈의 바보연기를요.
특히 엔딩장면의 음악은 정말 이영화의 모든걸 표현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우아하지만 우울했고 처연한 느낌이었어요.
영화가 끝나도 멍하니 앉아있게 만든 음악과 엔딩입니다.
@리진 리진님 고마워요..
영화도 찾아서 볼게요..
봉준호감독도 좋아하고..
김혜자님 연기도 좋아해요..
고맙습니다..^^
@샤론2 넷플릭스에 찾아놓았는데
자막에 시나리오 대본까지
써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 합니다..와우~
이를테면
반창고 찢는 소리
풀밭길 걷는 소리
반복되는 통기타 소리
신음하는 도준 ..ㅎㅎ
@샤론2 즐거운 영화감상 하시길요.^^
저도 영화를 자주 많이 보는 편입니다만 이렇게 솜털까지 드러나도록 세세히 보진 않습니다.
건성건성 대충입니다.
그러노라니 권선징악 아니 권선은 빼고 징악을 테마로 하는 치고 박는 액션물을 자주봅니다.
중국무협이나 서부영화(마카로니 웨스턴)는 스토리가 간단 명료해 노인 보기가 편합니다.
아가페의 본령이 모성애라고 들었습니다.
거의 하나님의 사랑에 버금간다 할 것입니다.
애미가 자식을 지키는데 선악 미추 시비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동물 세계 전반에 걸친 공통 현상이기도 합니다.
ㅡ내 입이 삼키는 것보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이 더 맛있다.ㅡ
ㅡ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눈에 뵈는 것이 없다. 섶을 지고 지옥불 속도 들어간다. ㅡ
이영화는 대중성 보단 예술성에 치중한 영화라서 엄마의 무조건 적인 본성을 보여주지만,보는 이에 따라서 숨어 있는 복선이 많아서 해석도 각각입니다.
평단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국내 관객은 영화가 어둡고 청불 영화라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해외관중들은 국내보단 더 평점이 좋았다더군요.
국내서도 예술영화지만 흥행도 돼엇던 영화입니다.
저는 김혜자배우 때문에 봣습니다.
김혜자 나오는
유퀴즈 채널 고정해 놓고 봤는데
리진님 덕에 글로 보는
마더ㅡ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ㆍ
김혜자의 표정연기는
언어의 향수가
아닌가 싶어요
tv에서 보던 인자한 어머니가 아닌 김혜자 배우의 또 다른 결의 어머니역할이라서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시류를 잘 탓었다면 윤여정배우 만큼 해외에서 주목 받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그만큼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시간 되시면 보시길 추천합니다.
유퀴즈의 김혜자님은
재무부장관 딸이었다는것이 깜놀이었는데
마더에서는 공정하지 못한 모심이었군요.
호연지기를 길러주기 위해 네팔로 갔을텐데
뜻하지 않은 비행기사고로 생을 마감한
4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과,
군입대 얼마 안되어 코로나 확진되고 해제 후
훈련에 참가하였다가 죽은 아들의
명복을 빌게되는 아침입니다.
네. 저도 남다른 출신에 놀랐었죠.
공정하지 못했다기보단.
모성이란것이 자식을 위해선 물불 안가리는 이기적인 본성에 집중한 영화죠.
저도 비행기사고소식 안타깝게 봣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저 감동입니다.
이 영화 전에 나왓던 '괴물' 보다 더 좋았습니다.모두 봉준호감독의 작품이지만
저는 오스카상을 휩쓴 '기생충'보다 이 영화가 스토리 연기 연출 음악까지 모두 '기생충'보다 더 훌륭한 작품 같아 보였습니다.
엔딩장면에서
혜자가 관광버스에서 기억을 잊는 침을 찌른 후
춤추는 장면은 석양 때문에 실루엣만 보이다가 점점 버스안의 모든 엄마들과 혜자가 구분이 안된 것처럼 연출한 것은 결국 혜자 뿐 아니라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향한 맹목적인 모성은 같다는 걸 보여준 장면 같았답니다.
나는 마더도 기생충도 하나 재미 없었습니다.
.
.내용이 너무 한쪽에 치우쳐 보다가 그냥 나왔어요.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호감독은 대중성 보단 예술성에 좀 더 치우친 경향이 있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관객은 호불호가 있기도 하지만 봉준호감독은 점점 예술성과 대중성 다 잡는 영화를 만드는 추세 랍니다.
우울한 줄거리가 많아서 재미로만 보신다면 보시기 어려울 거에요.
@리진 그래서 로코를 젤 좋아해요.
.
.대표적인 국내로코는 라이터를 켜라.
최근영화로는 인생은 아름다워...웃다가 울었어요.
.연애빠진 로멘스,와국영화는
마지막휴가...ㅎ
.
여기에 있는 영화는 다 평점8.5이상입니다.
.
.싸이파이영화,추리영화도 좋아해요.흠
@음유시인 네. 저도 로코 좋아합니다.^^
나는 영화도 않보고 유키즈도 않봐서 뭐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어머니의 모정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게 옳은 방향이든 그른 방향이든...
이성이나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한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국민엄마 처럼 인자하고 좋은 엄마역만 주로 하는 김혜자배우를 이런 이기적인 모성의 연기를 보고 싶었나봐요.
결이 다른 모성도 있으니까요.
유툽에도 압축된 영상도 많더군요. 해석도 다양하게.^^
어느새 리진님 글을 읽는 팬입니다
풍류방 삶방 솔방 올리신 글을 보며
해박하신 분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 리뷰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까페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
민망하네요.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은 아님니다.
영화보기 책보기 팝음악 듣는거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가끔 글을 쓸때면
짧은 소양으로 많이 답답함을 느낀답니다.
요즘은 영화를 보더라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네요. 세월이 갈수록 그만큼 감성도 무디어지고 귀찮이즘도 발동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더 어머니 엄마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저려
옵니다
김혜자는 최불암과 같이
전원일기로
또한 불우한 이웃을 위하여
아프리카도 도움을 주고
이프지는 안하지만 포근한
따듯한 심성을 가진분 이지요
인간적으로 국민 엄마 이지요
비교할 사람이 여배우중에는
없는것 같습니다
이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분이
아버님 어머님 입니다
어머님이 49세로 일찍 돌아가시면서 참으로 불효을 저질렸습니다
장사익의 노래중 어머니
꽃구경가요!!!!!
이노래가 생각 납니다
이세상에 저을 존재하게 해주신
분 입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제가 음악 모임에서
하모니카 오카리나로 가끔
이노래을 불으려 하였습니다
일찍 어머님과 이별하셨네요.
불효했다시지만 사주님 인품이 불효하실 분 같진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늘 사무치게 그리우시겠죠.
김혜자님은 훌륭한 배우시지만 자녀들에겐 빵점 엄마였다고 고백하시네요.
둘다 잘 하시긴 힘드셨겠죠.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고 하신것이 기억에 남네요.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많은 봉사를 하셨죠.